배명훈 "『미래과거시제』, 제 대표작이 될 거라 생각해요"
2023년 04월 24일
〈계간 미스터리〉를 읽다 보니, 최근에 읽었던 〈오늘의 SF〉가 떠올랐다. 미스터리와 SF 장르의 대표 잡지답게 자연스럽게 둘을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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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잡지의 공통점이라면 각 장르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SF가 아무리 붐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자발적인 독자층이 그렇게 두텁지는 않아 보인다. 〈오늘의 SF〉 서평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이 무료로 책을 제공받은 서평단들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피상적인 수준의 서평들이 많다. 거의 보도자료에 가깝다) 어느 정도 팬덤에 근거해 만들어진 잡지임은 틀림없지만, 아직도 장르에 대한 설득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정세랑 작가는 〈오늘의 SF〉 2호에서 이렇게 말한다.
∥SF 작가들은 반 이상의 리뷰가 “SF는 싫어하지만…”으로 시작되는 것에 유감을 가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축약하기 위해 이 잡지가 만들어졌다. ∥ p. 5, 〈오늘의 SF #2〉 인트로
이 글의 제목은 ‘당신은 사실 SF를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이다. 이 글을 시작하는 위의 문장이 독자가 아니라 작가들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의 SF〉의 사정도 실은 〈계간 미스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반증하는지도 모른다. 두 잡지는 쉴 새 없이 장르 자체를 홍보하기에 바쁘다. ‘이 장르, 정말 매력적입니다. 한 번 써보시죠. 혹은, 한 번 읽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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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의 두 가지 공통점을 보며 이 잡지들이 일종의 동인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들이 스스로 너무 좋아서 만든, 혹은 해당 장르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만든 느낌. 물론 출판사의 입장은 그 이상일 것이다. 이 잡지를 통해 SF의, 혹은 추리/미스터리의 붐이 일어나기를 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정도의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주류에 편입하려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 짠해지면서도 그것을 위태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장르문학 잡지들은 팬덤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없는 팬덤을 만들어 보려고 펴낸 것이기 때문이다. 장르 잡지는 언제쯤 동인지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팬덤을 얻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 장르가 정말 재밌다는, 한번 읽어보라는 수준의 설득을 해야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
서평 전문은 블로그에 (https://blog.naver.com/bouvard/222198893693)
`확실히 표지부터 SF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텍스트 만으로도 이런 느낌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심히 페이지를 넘겼다. 정세랑 작가의 '당신은 사실 SF를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로 시작하는 <오늘의 SF #2>
나는 SF를 싫어하지 않아! 라며 나즈막하게 대답했지만, SF를 글로 읽었던 작품이 있었던가? 그 중에 한국 작가의 글은? 머리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지만,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페이지를 넘겼고, 이 책의 정체가 SF잡지라니!? 내가 생각하는 잡지의 형태는 결코 아니었는데 사진 한 장 없는 잡지라니? 글로만 엮여진게 잡지라니? 생소한 첫 느낌에 의구심까지 더해지기만 했다.
인트로, 인터뷰, 크리틱, SF소설, 칼럼, 리뷰 순으로 SF의 매력을 마음껏 뿜어내며 SF의 세계로 유혹하는 듯 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데 SF 읽지 않으실건가요? 라며 말이다.
* 무크지
'잡지'를 뜻하는 '매거진'(magazine)과 '책'을 뜻하는 '북'(book)이 합쳐진 합성어
정세랑, 전혜진, 박문영, 이지용, 민규동 외 17명의 시선과 느낌으로 SF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자연스레 소개된 소설들에 시선을 두고, 읽어 볼 책목록에 살짝 추가도 해본다.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오늘의 SF #1은 어떻게 시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2호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하던데 3호, 4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출간 되길 바란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