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묵 저
김태형 저
존 머터 저/장상미 역
대런 맥가비 저/김영선 역
천문학과 대학원생과 담당 교수는 태양계 내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곧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범위에 들어섰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발견한다. 에베레스트크기 만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기까지는 단 6개월로 이 둘은 관련 기관에 제보와 함께 대책강구를 호소한다. 지구 멸망의 소식에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심지어 이러한 사실에 무관심한 대통령은 다시 관심을 갖는 듯 싶더니 이 사실을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인과 함께 자신의 재선을 위해 악용하기 시작하고, 이에 언론 투어에 나선 제보자들은 언론을 통해 위험 사실을 부지런히 호소하고 덕분에(?) 끊임없이 관련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 뉴스와 정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엉뚱한 놀이로 전락하고 만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영화 ‘돈 룩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나는 이 영화를 지난 1월 통가 부근의 해저 화산 폭발 소식과 함께 알게 되었다. 돈 룩업 속 혜성과 지구 충돌은 분명 재해이자 재난이기는 하지만 왜 이 영화가 통가 해저 화산 폭발 때문에 새삼 이슈가 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재난 보다는 언론과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한 결말을 통해 풍자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공포의 문화’를 읽고 리뷰를 쓰면서 무슨 영화 얘기가 이렇게 장황하냐 싶겠지만, 이 책을 최근에 다시 읽으며 한 달 전 보았던 이 영화와 많이 겹쳤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말기에 20년 전 출간된 이 책이 다시 역주행 한 이유가 별다른 보충 설명 없이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대중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한다"
- 리처드 닉슨 美. 전 대통령 -
리처드 닉슨 美. 전 대통령은 "대중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닉슨 대통령의 정치 전략으로 이 원칙은 현대 정치 캠페인의 가장 핵심적인 기법으로 작동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도덕적 불안을 자극하고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제공할 방법이 있다면 그로인해 막대한 권력과 돈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설득하는 데 '수치'만큼 가장 설득력 있는 수단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출처와 그 수치를 제대로 파헤쳐 보고 그 수치가 진실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굳이 단서를 다는 이유는 그것을 반론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포팔이에 악용되는 그 수치들을 제대로 파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공포팔이에 악용된 다양한 주장들의 중심에는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와 통계자료를 근거로한 '수치'가 반드시 등장한다. 그 문구들을 보면 정말 모두 맞는 말이라고 오해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지적된 문제들이 실제로도 분명 문제가 있고 피해자가 실존한다는 점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청원제도'를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청원에는 정말 반론없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주장 또한 만만치 않게 올라온다.
광주 아파트 붕괴나 삼풍백화점 참사 같은 대형 사건이나 n번방 같은 대형 범죄 이슈가 발생하면 한 동안 그와 관련된 유사 사건 소식이 한동안 포털과 주요 뉴스란을 도배한다. 분명히 잊지말아야 할 사건 사고임에 틀림 없다. 학교 앞이나나 학원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급발진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건물 돌진 교통사고 등 등 하나 하나 따져보면 정말 엄청난 사건들이다. 그런데, 이 사건들을 한 걸음 떨어져 그 사건 자체가 아닌 그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힘 있는 자들은 사진찍기용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자들을 찾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며 제시된 법개정(안)이나 개정 후 생긴 변화 등, 기업에서는 그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며 내놓는 제품들 그리고 그 제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사건 사고를 어설프게 활용(?)하는 상황들. 이 과정에서 역시 반대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자들의 연구결과나 통계 운운하며 다양한 수치들이 제시된다. 하지만, 그 연구결과나 수치들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앞뒤 말이 안 맞거나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닌 일부만 참고허거나 전혀 상관 없는 수치들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신들의 돈벌이나 권력을 위해 엉터리로 활용된 공포팔이는 정부의 예산 편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제시한 다양한 공포팔이 사례들에서 실제 이렇게 편성된 예산들로 바뀐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이 권력자들의 자신의 권력 쟁취 효과 외에는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 사실을 조목 조목 밝혀낸다. 더불어 그로 인해 진짜 관심을 가져야 되는 소외된 계층과 그로 인한 문제들에는 여전히 시선이 차단된 현실 또한 고발한다. 차라리 공포팔이에 활용되는 문제들이 진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어쩌면 너무 허무맹랑한 바램까지 생길만큼 안타까운 현실에 왜 저자가 '공포'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눈에 띄는 또 한 가지가 있었다.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이 책의 전반적인 문제제기에 '총기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학교 내 문제든 학교 밖 다른 사회문제든 구분하지 않고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과 개정판에서 추가된 에필로그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년 전 초판 당시의 내용임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밖에서 외국인(or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이는 미국의 총기문제에 대해 미국인들 조차도 자국의 총기문제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상기시켜 주고 있다.
대선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요즘 대한민국은 자신들의 한 표를 위해 권력과 미디어를 악용하는 공포팔이로 뉴스란은 완전히 전쟁통이다. 역주행한 이 책이 20년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 공포팔이가 최근의 이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 미디어와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공포팔이 뿐만 아니라 정보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제대로 된 정보습득을 위해 가짜정보를 필터링 하는 역할까지 그들에게 떠넘겨 버리고 있다. 이제 공포팔이는 권력을 가진 자만이 아닌 그 권력을 쥐어 잡기 위한 일반인에게까지 나쁜 손(예: 유튜브 가짜뉴스 악용 등)을 뻗고 있다. 최근 읽는 책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 중심엔 여전히 인간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은 우리들이 편해지고자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 하는가 그렇지 못하는 가는 인간이 있는 한 기술 발전과는 무관한 원초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공포팔이 또한 그렇다. 미디어의 발전은 그저 그것을 어떻게 악용될 것인가 하는 공포팔이들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여전히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건 우리 인간의 몫이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내가 언론의 감정쓰레기통이 된 기분이 들때도 많습니다.
사실을 가지고 주장을 하는게 아니라 주장을 가지고 사실을 지어내는 세상.
이제는 해드라인만 봐도 무슨 공포를 흩뿌리려 하는지 너무 보여서 유치할 정도입니다.
오늘은 자기들이 그렇게 부작용있다고 떠들어대놓고 백신 접종예약이 낮다고 응응하고있더군요... 이런 조악한 악의에 좌지우지된다니 가끔은 어이가 없죠..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이야기들도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권모술수의 정성이 몇스푼 더 첨가됐냐의 차이일 뿐 ... 너무 비슷한데 그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서 열이 좀 덜 받고 다루는 사례도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심지어 재미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