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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저/홍성광 | 열린책들 | 2021년 1월 22일 한줄평 총점 0.0 (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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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독일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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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 소개

쾰른의 선인이라 불리며 전후 독일 문단을 이끈 하인리히 뵐의 장편소설이다.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후의 참상과 고통에 침묵해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48년의 화폐 개혁 후에 서독의 대도시인 쾰른에서 벌어진 일을 부부 각자의 관점에서 그린 이 소설은 1953년 말까지 1만 7천 부 이상이 팔리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야기는 1952년 9월 30일 토요일 오전에 시작되어 10월 2일 정오경에 끝나는데, 작품의 제목은 예수의 수난을 다룬 흑인 영가「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따온 것이다. </br></br>가장인 프레드 보그너는 좁은 단칸방에서 아내 캐테, 세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다른 데서 산다. 그는 전쟁과 가난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포격으로 파괴된 도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의 아내 캐테 보그너도 절망적인 일상생활과 위선적인 가톨릭 신자인 프랑케 부인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수모를 견디며 초라한 방에서 억지로 살아간다. 또 다시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싸구려 호텔에서 남편과 함께 밤을 보내며 자신이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것을 깨닫지만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부부가 단칸방에 사는 까닭은 그들이 게으르거나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프랑케 부인이 응접실을 포함해 네 개의 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그너가 그 응접실을 쓸 수 있었더라면 그는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br></br>지역의 성직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프랑케 부인은 주택을 배정하는 문제에서 부부를 도와주기는 커녕 방해를 한다. 사회에서 낙오한 보그너는 진실이 결여된 불공평한 사회에서 권태와 좌절을 느끼며 그 사회에 동참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탈락자이자 국외자가 된다. 아이를 많이 갖지 말라는 사회적 권유를 묵살하고 네 번째 아이를 가진 캐테 역시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 있다. 뵐은 원래 프레드 보그너의 귀향을 묘사하는 14장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가난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실이 작품에서 분명히 제시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재발견하고 집에 돌아온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br></br>뵐은 이 작품으로 독일 비평가 협회 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고 47년 그룹에서도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가톨릭 성직자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로 가톨릭 교계로부터는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 대해 동시대의 독자들은 주로 내용에 대한 토론을 했지만 오늘 날의 독자들은 형식적인 면에서 부족한 면, 그 중 가난한 자와 부자를 보는 도덕적인 시각, 모티프의 투명성 문제, 부분적으로 판에 박힌 서술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인리히 뵐이 이 소설로 서독의 여론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도 전쟁과 가난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이 시공간에서, 뵐의 소설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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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br>역자 해설</br>하인리히 뵐 연보

저자 소개 (2명)

저 : 하인리히 뵐 (Heinrich Boll)
작가 한마디 참으로 위험한 것은 회개를 모르는 인간의 오만이다! 1917년 독일 쾰른에서 목공예 가문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193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양한 책을 섭렵했고, 이듬해 쾰른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쾰른에 정착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기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1951년... 1917년 독일 쾰른에서 목공예 가문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193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양한 책을 섭렵했고, 이듬해 쾰른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쾰른에 정착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기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그린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1951년 '47그룹 문학상'을 받으면서 문인으로서의 위치를 다졌고, 1953년에 출간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비롯해 『9시 반의 당구』, 『어느 광대의 견해』, 『신변 보호』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1967년에는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했고, 1971년에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 작품들로 언어의 힘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유머가 소설을 살아남게 한다고 믿으며, 작품 속 유머를 통해 인간다움의 미학을 그려낸 뵐은 1967년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수상했으며, 1971년 국제적 문학가 단체인 국제펜클럽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세계 곳곳에서 탄압받는 작가와 지식인들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다. 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행동하는 지성이자 ‘국가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1958년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역 : 홍성광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독일 명작 기행』, 『글 읽기와 길 잃기』, 역서로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총론』(공역),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니체의 『니체의 지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토마스 만의 정치 에세이 『예술과 정치』, 『마의 산』(상·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상·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마의 산』의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독일 명작 기행』, 『글 읽기와 길 잃기』, 역서로 야스퍼스의 『정신병리학총론』(공역),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니체의 『니체의 지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토마스 만의 정치 에세이 『예술과 정치』, 『마의 산』(상·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상·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외』,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젊은 베르터의 고뇌』, 헤세의 『헤세의 여행』, 『잠 못 이루는 밤』,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 『싯다르타』, 카프카의 『성』, 『소송』, 『변신 외』,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페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 『헬렌 켈러 평전』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B>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대표작,</br>전후의 먼지에 내몰려 침묵하는 가난한 부부 이야기</B> </br></br><B>1952년의 어느 주말, 성당의 종소리가 무심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한 부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B></br></br>프레드 보그너, 성당 전화 교환수, 한 달 임금 320마르크. 아내와 세 아이와 함게 단칸방에서 살다 집을 나왔다. 술집, 간이식당, 오락 기계, 광장, 성당, 묘지 주변을 떠돌다 지인들을 찾아가 잠을 자고, 가끔 돈을 빌리면 싸구려 호텔에서 아내 캐테와 시간을 보낸다. 캐테 보그너. 집 나간 남편이 보내오는 돈으로 세 아이를 돌본다. 술집에서, 전화박스에서 남편이 걸어 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그날 그날 다른 장소로 남편을 만나러 간다. 가난 때문에 먼저 낳은 쌍둥이를 잃었다. 또 다시 아이를 임신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남편 프레드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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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굿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교**고 | 2019.11.09
그리고아무말도하지않았다
하인리히뵐
1952년의 어느.주말 성당의종소리가무심히울려퍼지는가운데
어쩌면마지막이될지모르는한부부의만남이이루어진다
1972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하인리히뵐의대표작
전후의먼지에내몰려침묵하는가난한부부이야기
그리고아무말도하지않았다
하인리히뵐
1952년의 어느.주말 성당의종소리가무심히울려퍼지는가운데
어쩌면마지막이될지모르는한부부의만남이이루어진다
1972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하인리히뵐의대표작
전후의먼지에내몰려침묵하는가난한부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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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하인리히 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사 | 2019.02.16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한 여성을 통하여 독일의 황색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던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그의 존재를 나의 가슴 속에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그의 또 다른 작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52년 어느 주말에 벌어진 48시간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52년이라는 사실과 그 무대가 독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힘겨운 독일의 상황을 한껏 느낄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더구나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이자 패전국의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혹한 상황에 대하여 항변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그러한 금기를 깨고 당시의 상황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성당 교환수로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자신의 집에 보내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내 지인들에게 다시 돈을 꾸려고 방황하는 프레드의 모습은 패전 이후 극도로 궁핍한 삶을 사는 당시 독일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그에 대한 많은 의문이 뒤따르게 된다. 성당 교환수로 일하면서 틈틈이 과외를 통하여 돈을 버는 그의 모습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비춰지지만, 아내와 세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돈을 빌리려는 이유가 단지 아내와 함께 집이 아닌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섰을 때 다시 두려운 감정이 엄습했다. 끔찍한 가난의 숨결,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 아기의 미소, 반가워하는 아내, 그 무엇도 화난 내 기분을 가라앉히기에 충분치 않았다.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나는 화가 폭발하기 전에 다시 그들 곁을 떠나고 말았다.

 - p. 98 中에서 -

 

 극도로 궁핍한 상황에서 비록 일을 하고 있지만, 쉽사리 궁핍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음에 절망한 가장에 대한 동정심으로 프레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차된 아내인 캐테의 시선에서 보면 그러한 프레드의 행태는 가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홀로 자유로워지기 위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뒤바뀌게 된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비록 가난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희망과 미안함에 어떻게든 버티려는 그녀의 심경은 프레드와는 너무나 달라 보인다. 닦아도 계속 묻어나는 석회 가루는 그녀의 힘겨운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음을 상징하는 가운데 프랑케 부인을 비롯한 주위 환경은 그녀에게 세상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남편인 프레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오히려 그의 처지를 더욱 걱정하는 모습마저 보여준다.

 

 프레드와 캐테의 이야기는 당시 상황에서 궁핍한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여주는 개인의 모습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이전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와 같이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프레드와 캐테의 당시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과 행동은 곧바로 그 시기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내용으로 확장시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이 이슈화된 이유는 전후의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권위를 그대로 유지하던 당시 카톨릭에 대한 문제와 분노를 함께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하다가 선뜻 프레드에게 돈을 빌려준 인물이 제르게 신부였다는 점과 지벤 슈메르첸 마리에 성당에서 프레드가 만난 시골 농부와 같은 인상을 주는 신부는 카톨릭에 대한 호의를 나타내는 상징적 인물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성당에서 우연히 만난 그 신부에게서는 자신의 모습마저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들의 검은 제복과 함께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순진한 자신감과 순진한 불안감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아이들에 대해서도 느끼는 분노와 동정이 섞이 인상한 감정을 느낀다.

 - p. 45 中에서 -

 

 그러나, 아내 캐테와 달리 이미 종교에 대한 믿음을 포기한 프레드의 종교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시선은 단순히 프레드의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당시 카톨릭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의 상징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고, 나는 행진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내 시야는 오므라든 것처럼 좁아졌고, 나는 희마한 빛을 발하는 회색에 둘러싸인 채 내 두 아이 클레멘스와 카를라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 p. 73 中에서 -

성 히에로니무스 성체 행렬에서 주교와 그를 따르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느낀 이러한 프레드의 시선은 당시 전후의 고통받는 상황 속에서 그저 자신들의 권위에만 집착하고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카톨릭에 대한 비판의 기운이 느껴진다.

 

 어둠 속의 형상은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지팡이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다 타버린 성냥을 집어 던지고 성냥불을 붙였다. 그것이 석상임을 알아차린 뒤에도 심장은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한 걸은 더 가까이 다가갔고, 희미한 빛 속에서 그것이 손에 백합꽃을 든, 물결치는 고수머리 천사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 105 中에서 -

 남편 프레디와는 달리 여전히 독실한 모습을 보여준 캐테가 성당에서 경험한 이 대목 역시 당시 카톨릭에 대한 절망의 시선이 프레디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잘 드러내고 있다. 편안함과 안정을 주어야 할 성당에서 그녀가 공포를 느낀 어둠 속의 형상이 실제 천사상이었다는 이 표현은 하인리히 뵐이 글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적인 문제와 종교의 무능을 보여주기 위한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쯤되니 이 이야기는 그저 무능하면서도 가난한 프레드와 캐테 부부의 48시간의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야기 초반에 그들의 상황에 언급된 부분은 역시나 사회의 부조리가 그들 부부의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당시 도시 변두리에 주택 단지를 짓고 있던 주택 위원회는 우리의 신청을 거부했다. (중략) 그 주택 위원회의 회장이었던 프랑케 부인은 우리의 주택 신청을 거부함으로써 흠잡을 데 없고 사심 없는 여자라는 세간의 평을 더욱 확고히 했다. 우리에게 새 집을 허락해 주었다면 자기네 식당으로 섰으면 하는 우리 방이 비게 될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프랑케 부인은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 p. 29 中에서 -

 프레드와 캐테는 원래 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톨릭과 깊은 연관이 있던 프랑케 부인의 사회적 위신을 드높이려는 위선으로 인하아 상실하였고, 결국 이에 대하여 프레드는 절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프레드의 기이한 행적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단칸방에 사는 상황에서 프랑케 부인이 사용하지 않는 응접실을 이들 가족에게 양보만 하더라도 그는 결코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캐테 역시 이러한 프랑케 부인을 두려워하면서도 또 한 번의 임신을 함으로써 당시 사회에서 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음으로써 그녀 역시 나름의 저항과 의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 글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임신으로 인하여 프레드를 사랑하지만 결국 프레드와의 이혼을 결심하는 개인의 아픔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그저 사회의 부조리와 카톨릭의 무능함 앞에 마냥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높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 애는 말이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 드로기스트의 고객이 되는 것과 주교 관할의 착실한 신자가 되는 것에 저항한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애를 사랑할 생각이야."

 - p. 168 中에서 -

 프레드의 이 말은 그가 처한 사회 및 카톨릭의 부조리에 대한 반감은 물론 그의 자녀들은 더이상 그러한 시대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보여진다. 또한 이들 부부가 당시의 상황으로 인하여 서로 입장차를 보이면서 캐테는 이혼까지 결심하지만 이들 부부가 한 간이 식당을 운영하는 소녀의 바보 동생, 그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가족애가 결국 해법임을 은연중 깨닫게 되는 부분이라든지 이 책의 결말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죽은 자식들이 묻혀 있는 곳을 홀로 방문하는 캐테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는 프레드의 모습은 희망에 대한 그들의 마지막 의지를 느낄 수 있기에 그 결말은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오늘날 독일의 상황을 보면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결코 의미없는 것임을 우리는 지금 확인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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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다 : 하인리히 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아*********다 | 2017.11.22

*

아내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들이

남편의 이야기보다 훨씬 좋았다

 

*

방에 있는 모든 물건에 먼지가 쌓이고 미세한 석회 가루가 덮쳐 나는 모든 것을 먼지 걸레로 두 번씩 닦지 않을 수 없다. 발밑에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그만 방의 댧은 벽을 통해 이 고약한 먼지를 목구멍으로 삼킨 막내 아기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육체의 아픔처럼 절망감을 느끼고, 목 언저리에 생긴 불안의 응어리를 꿀꺽 삼켜 버리려 한다. 목구멍을 꽉 조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먼지, 눈물, 절망이 섞인 것이 내 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제 정말 투쟁을 시작한다. 창문을 연 후 얼굴을 씰룩이며 부스러기를 쓸어 모은 다음, 먼지떨이를 들고 모든 것을 꼼꼼하게 털어 내고, 마지막으로 마른걸레를 물에 담근다. 1제곱미터만 깨끗이 닦아도 걸레를 다시 빨지 않을 수 없다. 깨끗한 물은 금방 뿌연 우윳빛으로 변한다. 3제곱미터를 닦고 나면 물은 진득진득해진다. 양동이 물을 쏟으면 보기 싫은 석회 찌꺼기가 남는다. 손으로 그것을 긁어내고 씻어 낸 다음 다시 양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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