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 저/조은영 역
랜디 허터 엡스타인 저/양병찬 역
황정아 저
문성실 저
마리아 포포바 저/지여울 역
아일사 와일드,제레미 바 공저/벤 허칭스 그림/강승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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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집에 앨범 갖고 있는 분? 예뻐서, 자랑하려고 집안 곳곳에 둔 액자에 있는 사진도 그렇고요. 하지만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 색이 변하거나 바스라집니다. 빛 바랜 사진이란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르네상스 시대에 그려졌다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어떻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일까요? 더 오래된 중세 그림은 또 어떻고요. 1년에 관객이 몇십만, 몇백만씩 드나든다는 해외 유명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은 사람들 숨결만으로도 100년 못가 망가질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망가지고 사라져가는 미술품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존가 또는 복원가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물감을 재현해야 하는 화학자면서, 캔버스나 액자를 먹어치우는 세균 곰팡이 벌레를 막아내는 방역전문가이기도 하면서, 예술품 복원에 들어가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행정가이자, 예술품 복원의 의미를 찾아내는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미술품 복원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책을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보존과학입니다.
미술품을 복원한다는 건 어떤 활동일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작품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의 물리적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물리적 상태가 어떤지 아는 게 불가능하고요, 같은 색으로 칠한다고 해도 즉시 만들어진 물감 색깔과 시간이 지난 뒤 물감 색깔은 시간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지 오래됐다면 그림에 쓰인 물감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설상가상으로 옛날 화가들은 여러 원료를 섞어 직접 물감을 만들어 썼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복원하려다가는 며칠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땜질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버리고 말죠.
먼지가 쌓이고 이물질이 묻으면 그림도 청소를 해야할 텐데, 그림 청소는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집청소하며 바닥 닦는 것마냥 물걸레질을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납니다. 대충 했다가는 먼지와 이물질이 그림에 그대로 들러붙어 그림이 영원히 변형되고 말 것이고요. 그렇다고 청소하지 않고 그대로 두자니 그림의 색감이 변하거나 어두워져 원래 모습을 잃고 맙니다. 먼지와 이물질만 문제인가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빛마저도 그림한텐 문제입니다. 사진이 변색되는 것처럼, 빛을 받으면 그림 색도 변하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먼지나 이물질이 묻고 쌓이는 게 작가의 의도라면, 복원가는 뭘 해야 할까요? 미술평론가들이 ‘세월의 흔적이 중요하다’고 우긴다면, 보존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존가 복원가는 미술에 대한 식견뿐 아니라 과학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잘 청소할 수 있을지, 색의 성분은 무엇인지,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변화했고 원본과 가능한 한 비슷하게 복원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어떻게 보관해야 그림에 손상이 덜 가는지 등 기술적인 부분은 모조리 다 과학입니다. 그림 일부를 떼어낸 뒤 방사성동위원소를 측정해 캔버스가 생산된 연도를 알아내고,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그림의 정체를 밝혀내고, 온갖 첨단 건축기술을 이용해 그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일 모두가 과학의 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책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화가의 딱 보면 모두 ‘아’하는 그 유명한 여러 그림의 뒷면에 숨겨진 과학을 이야기해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영화 인사동 스캔들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영화를 두고 예술품 복원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을 제공해주는 영화라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지만, 예술품 복원을 다룬 콘텐츠로 이만큼 잘 알려진 영화도 없죠. 엄정화와 김래원이 주연을 맡았고, 조선 최고의 화가 안견의 말로만 전해지던 그림 진품을 복제하려는 범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 주요 이야기입니다. 명작 반열에 올라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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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교양 서적 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좋아해서 그동안 정말 많이 읽었는데
점점 국내 저자들 많아지고 내용이나 편집 구성 퀄리티 훌륭해서 너무 좋다
해외 저자들 책들도 좋지만 수가 많지도 않고 번역해 들어오는 시간 때문에
동시대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바로바로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재밌게 잘 읽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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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술사적 조사와 연구로 당시 미술아카데미에서 그런 그림 수업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 지금의 꽃 그림과 정확히 같은 크기의 캔버스를 학생들에게 사용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찾아냈다. 엉켜 있던 실타래가 드디어 풀린 것이다. 이 그림이 고흐의 <해바라기>에 비해 엉성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레슬러'그림의 존재는 확실히 찾아낸 것이다. 고흐가 1886년 안트베르펜 미술아카데미 시절에 습작으로 그렸던,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한 2명의 레슬러 그림이, 파리로 이주한 이후 그가 그린 꽃 그림 아래에 130년이 넘도록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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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마지막에 느낌표로 끝낸 것도 너무 귀엽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구입했습니다.
미술도 좋아하는 아이에게 세상에 이런 과학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단지 미술품 복원가 정도만 알았지
복원과학자라는 말은 생소해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김은진 작가님의 복원에 대한 철학을 잘 알수있어서 좋았습니다.
곳곳에 미술작품과 복원 전 복원 후 작품
특히 원숭이로 변한 예수님... 아이가 충격적으로 보더군요
미술관에서 복원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인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테세우스 배의 역설’
미술품 복원전문가인 저자는 미술품 복원의 세계를 소개하는 이 책에서 ‘테세우스 배의 역설’을 통해 미술품 복원의 원칙을 언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테세우스는 아테네 최고의 영웅이었다. 그는 크레테 전쟁에서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테네 청년들을 구해서 돌아온다. 사람들은 테세우스의 용맹함과 승리를 기리기 위해 그들이 타고 온 배를 기념물로 보존하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판자가 하나둘씩 썩어버렸다. 그래서 썩은 것을 떼어내고 새로운 나무판자를 붙이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사람들은 배가 그대로 잘 보존되었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 새로운 배가 되었다고 말한다.” - 1부 ‘미술품 복원의 원칙’
그리고 저자는 “배의 모든 부분이 다 교체되었더라도 그 배는 여전히 바로 그 배인가?” 묻는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으로 이 책 전체에 걸쳐 모양을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독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과출신 독자인 나로서는 복원과학자인 저자가 사례를 들어가며 애써서 설명하고자 했던 복원의 세계, 그 중 특히 구체적인 복원기술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이고, 그러한 관심을 충족시킬 만큼 내용이 충실했다. 그러나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은 저자가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설명한 복원의 세계가 아니라 저자가 ‘테세우스 배의 역설’을 통해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저자는 이어서 “새롭게 복원한 숭례문은 언제의 숭례문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과연 복원한 숭례문이 국보의 자격을 유지하는 게 옳은 일인지 회의했던 예전의 내 질문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었고, 중앙청도 역사이고 광화문도 역사인데 굳이 중앙청을 헐어내고 광화문을 복원하는 것이 옳은가 생각했던 내 문제의식으로 확대될 수 있는 주제였다. (이것은 고흐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 작품의 캔버스 바닥에 숨어있는 ‘두 레슬러’를 복원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게 아닐까?)
놀랍게도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각자가 인지하고 있는 색은 각자가 색에 대해 갖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라며 일반적인 통념조차 흔들어놓는다. 말하자면 진리는 없다는 것인데, 이런 서술을 대하면서 저자는 스스로를 보존과학자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자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는 물질의 색이란 빛이 물질의 표면에서 일부가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오면서 시신경 세포를 자극해 뇌가 해석한 것이다. 몇 단계의 가변적 요소와 주관적 해석을 거쳐 순식간에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색의 실체이다. 현실에서 완벽한 색맞춤은 존재하지 않는다.” - 2부 ‘핑크 빛으로 보이는 피카소의 청색 그림’
뭉크는 말년에 작품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붕도 없는 곳에 작품을 그대로 걸어두고 비와 눈을 맞고 때로는 매서운 바람과 먼지를 견딘 흔적을 작품에 남기고 싶어 했다고 한다. 이렇게 걸어둔 그림은 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물감이 떨어지거나 들고 일어나기도 했지만 뭉크는 이 느낌을 좋아했고, 그런 흔적도 작품의 일부로 여겼다고 한다.
저자는 미술품의 복원은 작가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복원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뭉크의 작품은 어느 상태에서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그 결과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 시간의 흔적을 담을 수 없게 되었다면 그것이 작가의 의도를 해친 것은 아닐까? 또한 저자가 자문한 대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원래의 색’을, 어쩌면 ‘원래의 색이라고 추정되는 색’을 찾아 색이 변해버린 그림 위에 덧칠하는 것을 과연 복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저자는 “그림의 현재를 부정하거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역사를 억지로 감추어서는 안 된다”고 자답한다. 말하자면 복원은 그림을 감상하기 적합하게 만드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완벽하게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나는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복원의 한계
미술품이 복원되었다고 하면 대개는 원 상태로 돌아가거나 원 상태에 근접한 상태에까지 이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라고 못 박는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작품이 손상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 전의 상태는 어땠으며 그것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처리했는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훗날 다시 작품을 복원해야할 상황이 생겼을 때 혼선을 빚지 않고 좀 더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좀 더 발전된 복원 방법이 나왔을 때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고 원작에 더욱 가깝게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은 구체적인 복원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왜 복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복원 목표와 한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작품의 재질과 유형에 따라 알맞은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현대미술작품은 재질이 복잡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작품의 복원을 전문가 한 사람에게 맡기더라도 작품에 포함된 각각의 재료에 관한 전문가에게 적절한 자문을 얻어 최적의 복원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나이 들어 주름이 생기고 유연성이 떨어져 몸이 뻣뻣해지는 것처럼 미술품도 그런 과정을 거쳐 균열이 생긴다. 감상이나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면 이런 균열은 그림의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균열을 기필코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작가가 완벽한 표면 상태를 통해 뭔가 표현하려는 것이 있었다면 표면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보이는 것은 작가의 의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무엇보다 표면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복원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술작품의 보존에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반드시 검증된 것으로 물리적 화학적으로 안정해야 하며, 필요할 때 언제든 작품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 더 좋은 복원재료나 복원기술이 개발되면 미술작품을 다시 처리할 수도 있는데, 그때 지금 복원해놓은 것이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복원하기 위해 먼저 미술품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파괴검사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비파괴검사로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작품의 극히 일부분을 잘라내어 분석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석에 필요한 시료는 아주 적은 양만 있으면 되지만, 미술품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미술품을 훼손한다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석에 필요한 시료는 아주 제한적이고 소량이어야 하는데, 저자는 바크샤리 필사본을 분석하기 위해서 20밀리그램의 작은 조각을 채취하는 것을 허락하는데 몇 년이 걸렸던 사례를 들어 이러한 방식이 실제로 얼마나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복원전문가이면서도 미술품 복원의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미술품을 복원하는 모든 과정 역시 엄격하고 정확해야 하며 훗날 좀 더 발전된 방식으로 복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강조점 모두 미술품을 이해하는 폭이나 방식이, 그리고 미술품 복원 기술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술품은 저자에게 단순히 복원하고 보존할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쏟아야 할 생물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술 문맹
미술은 내게 교과목의 하나였을 뿐 감상이나 탐구의 대상이 아니었다.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이 없는지 아는 것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생활에서나 여행 중에라도 미술관을 찾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예술이 본능적인 것이라면 아는 것이 없다고 해서 미술품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박용구 선생이 그의 수필 ‘음악과 인생’에서 피난열차에서 한 젊은 음악도가 틀어놓은 ‘G선상의 아리아’가 끝나자 서양 음악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한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곡을 한 번 더 들려 달라고 했다는 것처럼.
비록 과학적인 관점에서 미술품복원의 세계를 들여다볼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어가면서 미술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게 된다면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던데 그렇다면 혹시 나 같은 문외한도 조금만 노력하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오래 전 노르웨이 출장길에 베르겐을 방문했을 때 그곳이 그리그와 페르귄트의 고장인 건 알았지만 뭉크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이 있는 건 몰랐다. 베르겐은 도시가 아름답기도 하고 그곳까지 가는 길도 환상적이어서 언젠가 아내와 가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날에 Rasmus Meyer Collection에 들러 뭉크의 작품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