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기무라 다이지/황소연
소소의 책/2020.11.27.
요즘은 미술품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동서양 미술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양미술을 만나기가 쉽다. 그만큼 서양미술이 우리 생활에 넓게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던 서양미술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서양미술사>는 서양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영국 런던의 소더비 미술교육원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예술품’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루브르에서 배우는 미술 교육>, <시대를 말하는 명화들>, <명화를 읽는 법> 등이 있다.
<서양미술사>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고대 신화시대로부터 기독교가 정착되기까지 미술이 발달해온 과정을 그리스와 로마 미술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2부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르네상스가 발현한 도시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3부는 유럽 문화의 변방이었던 프랑스가 국력을 바탕으로 미술의 중심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왕과 귀족을 위한 예술에서 부르주아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4부에서는 산업혁명으로 급부상한 신흥국 미국이 인상파나 낭만파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대두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서양미술사가 경제와 정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는 “‘미술’이란 정치나 종교와 달리 가장 무난한 이야깃거리이자 한 나라의 종교적,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인문 교양이기 때문이다.(p.11)”라고 하는 서양 사람들의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을 이해하는 것은 한나라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는 것과 같은 말이라 생각할 수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동시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효과적으로 더 아름답게 그려냈다. ‘빛’은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신’을 상징하며, 고딕 건축에서는 시각적으로 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p.64)”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광체는 당시 교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신의 신비로 다가왔던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스크로베니예배당의 프레스코 벽화들은 회화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인물상이나 역동적인 몸짓과 극적인 감정 묘사는 전통적인 종교화와는 전혀 다른, 실체가 있는 ‘인간성’을 표현했다. 또한 레오나르보다 서른 살 연하이자 미켈란젤로보다 여덟 살 어린 라파엘로는 구도나 명암법 등 두 명의 선배가 탄생시킨 양식이나 기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서 완성시켰다. 그리고 라파엘로의 양식은 이후 서양 회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한다.
“브르헐이 남긴 작품들의 주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면 16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신 중심의 서재에서 종교미술과 고딕 건축이 발달했듯이, 어느 시대든 예술은 당시의 사회상을 오롯이 반영하게 마련이다.(p.100)” 바로크 미술을 감상해보면 이전의 종교미술보다 보는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호소하는 표현이 훨씬 도드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경 중심의 신교와 달리 가톨릭교회는 글을 모르는 대다수의 신도에게 신의 기적을 알리고 신의 존재를 믿도록 이끌기 위해 개인의 감정과 신앙심에 호소하는 미술이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인 숭배를 꺼리는 프로테스탄트에 대한 반동으로, 가톨릭에서는 수많은 성인의 그림을 주문하기도 했다. ‘집단 초상화’는 네덜란드에서 발달한 가장 특색 있는 회화 장르로 꼽힌다. 가톨릭의 경우 이런 사회단체에서 주로 제단화를 기부했지만, 프로테스탄트 교의를 중시했던 네덜란드 사회에서는 집단 초상화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집단 초상화는 개인 저택이 아닌, 그들이 속한 단체의 강당이나 회의실 등 공적인 공간을 장식했다.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대관식>도 나폴레옹의 권력을 도드라지게 나타낸 인상적인 작품이다.(p.183)” 이는 1804년 12월 2일,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거행된 대관식을 주제로 삼은 대작으로, 로마 교황 앞에서 황제 나폴레옹이 왕후 조세핀에게 관을 수여하는 장면이다. 원칙대로라면 로마 교황이 외국으로 직접 찾아와 대관식을 집전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로마 교황을 파리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권력을 알릴 수 있는 세기의 이벤트를 다비드에게 그림으로 기록하게 한 것이다. 이처럼 미술품이 정치적 도구로 빈번히 사용되기도 했다.
“‘올랭피아’라는 이름 자체가 그 당시 매춘부의 통칭으로 통했고, 배경에 등장하는 흑인 하녀가 들고 있는 꽃다발은 올랭피아의 고객이 건넨 선물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또한 벗겨져 있는 신발은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의미한다.(p.208)”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비너스의 발밑에는 순종을 상징하는 강아지가 드러누워 있었는데, 마네는 강아지 대신 꼬리를 곧추세운 고양이로 남성의 성기를 암시했다. 이처럼 마네는 근대 도시의 풍속뿐 아니라 도시에 사는 인간의 고독과 타락, 그리고 인간조차도 쉽게 상품화하는 근대사회의 그늘과 인생의 단편을 묘사했다. 급성장한 대도시 파리의 뒷골목에 배춘 여성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분명 존재했다. 마네는 화려한 근대 사회의 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파리지앵답게 세련된 풍류로 포착함으로써 덧없는 한순간을 영원의 순간으로 화폭에 기록했다.
“인상파는 빛나는 자연의 찰나를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섞지 않고 색체분할 기법을 구사했다.(p.242)” 색채분할 기법이란 아주 가느다란 붓질로 나열한 두 가지 색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서로 섞여 있는 것 같다는, 인간의 시각 혼합 또는 망막 혼합이라고 일컬어지는 과학적인 현상을 이용한 기법이다. 즉 팔레트에서 물감을 석지 않고 따로따로 캔버스 위에 나열한 것이다. 색채 분할법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의 밝기를 잃지 않을뿐더러 화가가 관찰한,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자연의 빛과 색체의 이동을 화면에 찍어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상파의 작품은 당시 비현실적인 만큼 눈부시게 밝고 붓질이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졌다. 이같은 색채 분할을 통해 마네가 방향성을 제시한, ‘무엇을 그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근대 회화의 정의는 더욱 확고해지고, 본격적인 근대미술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한다.
“미국의 미술관 문화를 적극 후원하는 이가 바로 미국의 부호들이다. 유럽의 주요 미술관이 왕족과 귀족의 컬렉션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면, 미국은 건국 이래 순수한 부르주아 사회이기에 미술관 건립도 대재벌을 비롯한 미국의 부호들이 담당했다.(p.256)” 이를테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모건 가문, 록펠러 가문, 헥스터 가문, 그리고 리먼 사태로 유명한 리먼 가문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이같은 미술관의 특징에는 미국이 학력 사회라는 측면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귀족 신분제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작위가 아닌 학력과 학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학벌 중시와는 성격이 다른, 학력 중심 사회인 셈이다. 따라서 미국 미술계의 겨우 교양주의나 권위주의가 강하고, 심지어 대재벌도 미술사가나 전문 지식을 갖춘 미술상들의 추천으로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묘미를 한 가지 더 꼽는다면, 미술 이야기에 앞서 서양 역사를 촌철살인으로 정리한 각 장의 첫머리 부분이다.(p.267)”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서양미술사의 맥을 짚기 위해 저자가 녹여낸 간명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해박한 지식은 물론이고, 통찰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는 것이다. 2,500년 동안의 서양미술사를 개괄하며 각 시대별로 미술의 정수를 소개해 주는 이 책을 통해, 미술에 초보자라도 교양으로서의 서양미술사를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 되었다.
음악은 자주 듣고 TV에도 많이 나오지만,
미술은 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주위에도 미술이 있고, TV나 영화에도 미술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기본 교양은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 미술사를 알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두꺼운 책은 힘들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가 핵심만 짚어서 서양미술사를 알려주네요.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는 4부로 나눠 서양미술사를 설명합니다.
제1부는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도교를 알려주는데요,
유럽의 조각이나 건축에서 많이 보았던 것들입니다.
왜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은 알몸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제가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냥 막연히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몸은 신이 내려준 선물로,
아름다운 인간의 육체가 신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
내면의 됨됨이보다 겉모습을 중시했답니다.
게다가 그리스 남자는 병역의 의무가 있었는데,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선거권을 얻을 수 있었대요.
그래서 남성의 육체미를 높이 평가했으며, 몸을 단련해 서로 경쟁하듯 겨뤘답니다.
이런 시대를 바탕으로 남성미를 추구하는 그리스 조각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시대는 사람의 진짜 몸이 아닌 이상에 가까웠고
개성을 강조한 사실주의인 헬레니즘 시대가 왔습니다.
로마가 발전하면서 미술도 로마로 옮겨갔습니다.
그 당시 로마는 개인의 초상조각이 발전했는데,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더불어 제국의 위엄과 권력을 나타내는 건축도 함께 발전했습니다.
언젠가 유럽에 가면 꼭 보고 싶었던 그런 건물들이 바로 이런 영향을 받은 거였어요.
중세 유럽은 그리스도교가 지배하는 사회였지요.
교회 종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안식일에는 교회에 가서 신에게 기도합니다.
교회는 기도하는 장소뿐 아니라 모임의 공간으로 기능했고,
상거래 장소나 재판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종교가 미술에 접목이 되어서 종교미술이 탄생했습니다.
더불어 교회도 신의 집에 걸맞은 웅장함으로 바꿔졌습니다.
고딕 양식으로 완성된 대성당은 종교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는데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은 곧 신이라는 가치관을 심어주었습니다.
상업의 발달과 더불어 성장한 도시의 시민문화는 르네상스를 일으켰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부패로 인한 루터의 종교개혁 운동이
전 유럽에 불었고, 르네상스 예술도 후퇴했습니다.
북유럽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을 무렵,
옛 네덜란드 지역에서는 회화 예술이 탄생했고,
북유럽 화가들의 그림도 함께 소개합니다.
유럽 역사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 혁명은
신고전주의를 시작하게 했고,
영국의 산업혁명은 서양미술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부르조아가 등장했고,
그들의 요구에 따른 미술이 유행했습니다.
근대 예술 사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전주의를 표준으로 삼는 미술 아카데미의 권위는
막강한 힘으로 미술계를 여전히 좌지우지합니다.
당시 젊은 화가들은 아카데미 미술에 반기를 들어 인상파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미술을 비롯한 예술이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20세기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막대한 부로 미술품뿐 아니라 앤틱 가구와 미술 공예품을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미국 부호들이 미술관을 건립하고,
예술 후원 운동을 하며 미국 문화가 육성하게 되었죠.
예전에는 왕족과 귀족, 교회가 예술의 후견인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기업이 예술의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앞에 '미술 양식 연대표'가 있습니다.
한눈에 볼 수 있는 연대표 덕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내용 중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실었는데,
본문에 나와 있지 않은 더 많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사는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자 서양 사회에서는
중요한 공통 인식, 의사소통의 도구로 기능한답니다.
특히 기업체 경영자나 임원 등이 그 지위에 상응하는
현지인과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미술을 화젯거리로 삼는 경우가 많답니다.
저자는 미국에서 미술사는 전공했는데 그곳에서
미술사 강좌의 상급 과정을 수강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상급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은 대개 미술사를 전공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물리 전공을 하는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겁니다.
그래서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물었더니,
"그야 당연하죠. 이다음에 사회에 나갔을 때 내 뿌리가 되는 나라의 미술을
모른다는 건 좀 창피할 테니까요."라고 대답을 했답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서양의 문화에 대한 의식 수준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함께 느꼈어요.
우리는 실용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니 예술을 좀 등한시하고,
할 일이 없다고 치부하곤 합니다.
모국의 예술을 모르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게 교육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서양미술사에 대한 첫발을 내딛기 위한 책으로,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를 읽기를 권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