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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라는 말을 듣고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는 한국의 장녀가 얼마나 될까? 그러면서도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방사선이 농후한 부산에서 타임리프를 하는 장녀가 말이다.
이번 달에는 이경희 작가님의 <그날, 그곳에서>를 읽었다. 최근 북클러버 책으로 여성작가의 SF 소설을 자주 읽고 있고, 이번 책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타임리프와 모녀 간의 이야기, 어머니와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자매의 이야기, 재난. 많은 주제가 조화롭게 얽혀 있는 책이었다. 다만 수많은 주제에도 선후관계가 있듯, 이 책의 경우 가족 간의 이야기가 메인이며 타임리프와 재난은 가족 이야기를 위한 배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으로 내세워진 것은 타임리프와 재난에 관한 이야기지만, 파고 들어보면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양한 이야기 주제를 얽어내고 다양한 관계를 비추려다보니 각각의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접근이 되지 않은 점, 결말이 애매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물 자체가 다소 얄팍하게 표현되는 점도 아쉬웠다. 해당 인물의 과거는 책 내에서 설명해주었으나, 해당 인물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나갈지는 보이지 않으니, 드라마로 따지면 장편보다는 짧은 웹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가볍게, 또 즐겁게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서로를 위하는 선택의 끝에 닫힌 시간 고리에 갇힌 두 모녀를 곱씹게 될 것 같다.
인생 앞에 ‘만약에’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누군가 ‘만약에 네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특별히 후회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어서 일까? 나는 특별히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누군가는 그런 때가 있지 않을까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해미에게 제안을 한다. ‘20년 전 사고 당일의 해운대로 돌아가 해미의 어머니 진수아씨를 살릴 것.’ 2025년 해운대에서 원자력 발전소 아래 활성단층에서 진도 6.2의 지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반경 30 킬로미터 지역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이곳에서 해미는 엄마와 동생 다미를 잃었다. 엄마는 혼자 떨어져 있던 해미를 찾으러 갔지만, 재난에 휩쓸려 죽고 만다. 20년이 흐른 2045년 프리러닝 유튜버로 활동했던 해미는 군인 출신 잠수사로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지만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동생 다미는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해미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했고, 그래서 사과하지 못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미는 그런 언니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언니를 괴롭힌다. 이런 두 사람에게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해미는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의 그 날로 가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들게 되는데...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시간여행은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인데 이 책은.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과정이 조금 지루하다고나 할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엄마를 보고 엄마를 살리기 위한 틈을 찾는 설정까지는 좋은데 무한 반복 같은 느낌이 들어 나중에는 언제 끝나는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데? 라는 느낌? 과학적인 지식이나 설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는 그 나름의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보다 과학이 발달하면 내 지난 소소한 과거를 바꾸는 날이 올까? 그렇게 바뀐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시간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를 만나고 수많은 엄마와 동생 다미를 만난다. 그렇다면 그 중 진짜 나는 누구일까? 그들은 다 ‘나’일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하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또 어쩔 수 없기에 상처에 매몰되어 살아가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회한다. 지금 현재의 결과에 상처받거나 아픔이 가득하면. 책에서처럼 이런 설정이라면 나도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살리고 싶을 것 같다. 엄마의 사랑과 딸의 사랑. 딸은 엄마를 살리고 싶고, 엄마는 딸을 살리고 싶고. 그러니 계속 죽어 나가는 수밖에. 살아 돌아왔더라도 지금 현재의 나와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과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이겨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 아닐까? 이런 메시지를 너무 무겁고 거창하게 만들었네. ^^
기억하는 일만큼 무서운 저주가 존재할까
기억하는 일만큼 무거운 형벌이 존재할까? (229)
과거를 바꾼다는 건 결국 그런 거야. 누군가를 치우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 넣는 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어. (323)
2025년. 부산에 6.2의 강진이 일어나고 원전사고로인해 방사능이 유출되는 거대한 재난이 벌어졌다.
반경 30km 지역에 대피령이 떨어지면서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엄마 수아는 혼자 숙소에 있는 딸 해미를 구하려다 인파에 휩쓸려 시체로 발견된다.
엄마가 죽고 20년 후 2045년. 전 프리러닝 유투버인 해미는 잠수부로 사람을 구조하는 일을 맡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그날의 기억을 떨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만다.
한편 해미의 동생 다미는 엄마를 이어 유명대학의 물리학자를 전공했지만 그날의 끔찍한 기억에 시달려 방황하고 있었다. 해미를 원망하고 상처주는 것도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매에게 대통령 직속 시간관리청 재난복구위원회 소속직원인 쌍둥이가 찾아와 은밀한 제안을 했다.
그것은 2025년 과거로 돌아가 엄마 수아를 구하는것.
해미는 우수한 신체능력을 이용해 타임 다이브 머신에 들어가 과거의 엄마를 구할것, 다미는 뛰어난 기억력과 지식을 이용해 계획을 세울것.
험난한 테스트를 통과한 자매는 쌍둥이의 제안에 수락하였고,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들기로 한다.
현재의 해미, 과거의 해미와 만나서는 안되며(패러독스), 10분이내로 복귀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과 위험을 감수한채....
미래의 문명과 지금과 비슷한 문명의 시점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며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하기도 하고 반전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양자역학을 비롯한 전문용어, 논리가 나와서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어려운 편이다.
특히 (당신을 죽이기 위한 시간)은 평행우주가 등장하고 이세계, 저세계의 인물이 등장하기에 여러번 읽어야 겨우 이해가 가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그 이유는 현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여행만 빼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끔찍한 사고, 후유증. 지금도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있다. 무엇이든간에 예고없이.
십몇년 전 교통사고로 다친 엄마가 생각났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엄마가 죽을까봐, 어떻게 될까봐 너무 두려웠고 막막했다. 엄마한테 말대꾸만 했는데... 효도도 제대로 못했는데..
만약 엄마가 죽었으면 그들처럼 과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을까? 후회하면서 우울하게 지냈을까?
해미, 엄마는 더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살았겠지. 내가 좀더 잘해줬어야 했는데..상처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떨어지지 말고 같이 있었어야 했었다고 생각하며..
엄마를 구하려는 해미, 해미와 엄마의 과거, 그리고 해미를 구하려는 엄마, 쌍둥이의 진실...
이들은 불가능하면서도, 패러독스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서로를 구하고 서로를 방해하고 있다.
마치 같은 자석극으로 서로를 밀어내듯, 그렇게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듯. 한명을 구하려면 한명을 포기해야한다.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모두가 행복해 질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너무 사치스러운 욕심인 것일까?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에게 사과하고 많은 시간을 나누기 위해 반복해서 과거로 뛰어드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 눈물이 나면서 응원하고 가슴이 떨렸다. 진전이 보이면 한숨을 놓이고 실패하면 자매의 감정에 이입해 한숨이 나왔다.
그들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노력했고 발버둥치고 격려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있다.
언젠가 모두가 만날것이다. 두번다시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ps. 가족중심, 누군가가 슬프게 죽는 표현을 보면 계속 눈물이 찔끔거린다. 이유가 뭘까.. 아직도 감성적이다..
역시 SF 장르는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해미 다미 수아 휘 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해서 거북목이 되어가고 온몸에 소름돋고 정신차려보니 약간 울고있는거같고..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 읽어도 새로운 관점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
나에게도 과거로 되돌아가서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하면 갈까?
당장은 바꾸고 싶은 과거는 생각나지 않는다.
수아, 해미, 다미 모두 지하철을 타고 탈출하려는 장면에서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자기 아이를 태우겠다며 자매보고 내리라고 칼로 협박하는 장면에서 나는 그 아버지를 좀 안좋게 생각했는데 후에 수아가 하는 말처럼 열차에 탈 수 있는 정원은 정해져 있고 셋 중 한명이 더 타게 되었으니 열차에 타 있던 다른 한명은 죽을 운명이라는게 참 슬펐다. 나같아도.. 내가 그 아버지 서사를 읽었으면 자매와 수아를 안좋게 보았겠지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작가의 말처럼 나중에 해운대에 가면서 해미와 수아가 엇갈린 지점과 베이스캠프 등을 보러 갈 예정이다.
마지막에 휘화 현의 쿠키영상 같은 짧은 글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