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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젊은 세대의 서글픈 현실을 가벼운 터치로 풀어냈다.
애초에 물려받은 재산은 커녕 피해만 주는 어머니, 박봉에 희생과 노력만을 요구하는 직장, 도대체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하루하루를 힘들지만 유쾌하게 버텨가는 마이코의 '인생 역전'을 기대하며 <빈곤의 여왕(원제:ビンボ-の女王)>을 탐독했다.
외주방송사 AD인 마이코는 PD 나리타 밑에서 타고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맡은 책임을 다해나간다. 나리타는 일명 '크러셔(Crusher) 상사, 즉 폭언이나 비하 등으로 부하를 다그치는 스타일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 기억해둬"라고 하면 좋을 것을 꼭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라며 마이코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작은(?) 실수로 인해 '일신상 이유'를 들어 과감히 사직한 마이코. 새 출발을 다짐했건만 함께 살던 친구의 집에서도 쫓겨 나게 되고, 모아놓은 돈마저 한순간 날리면서 '인터넷 카페 난민'으로 전락한다. 연이은 불운이 그녀를 덮친 것. '휴지 돌리기' 아르바이트로 숨을 돌리고, 매일 PC방을 전전하며 잠자리와 식사를 근근히 해결하는 마이코. 자신의 내일에 대한 걱정도 조금씩 쌓여간다.
세상을 보는 마이코의 솔직한 생각은 이렇다. "무릇,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낙관적인 예측을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어떻게든 되고 있다'고 하면 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황당한 인질 사건에 휘말리고, 인질범의 말도 안되는 동정으로 인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빈곤 여자'가 되어버린 마이코. 한순간 청년 빈곤 문제의 상징이 된 마이코의 새로운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마이코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든 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가오는 한계를 맞고 있는 건지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만 한다.
<빈곤의 여왕> 저자 오자키 마사야(尾崎?也)는 유명 극작가다. 일본 다수의 TV드라마 극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써왔다. <빈곤의 여왕>은 그의 첫 소설이라고 한다.
결국 '돈의 청년 이탈'로 인한 사회 갈등, 우리로 치면 'N포 세대'라는 위험한 사회 문제를 <빈곤의 여왕>은 지적한다. 인터넷 카페 난민 마이코가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인 트위터, 익명에 숨은 가학적 역작용과 언론의 냄비근성도 <빈곤의 여왕>은 짚어내고 있다.
"저는 청년 대표는 아니지만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지는 압니다."
<빈곤의 여왕> 마이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빈곤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적도 없다. 그저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삶아지는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는 마이코의 필사적인 발버둥을 우리는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기회가 왔을때 잡을 수 있었던 주인공을 보며
그래 결국은 열심히 하는 방법 외엔 없구나 싶기도 하다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두고,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고,
모아 둔 돈마저 빚쟁이들에게 빼앗겨 버렸는데, 인질까지 되어버린 다치바나 마이코.
그녀의 파란만장한 '빈곤 라이프'에 푹 빠져버렸다.
마치 한 편의 일본 드라마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어릴 적 즐겨보던 일드 <러브제너레이션>의 각본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빈털터리가 된 주인공이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가장 유명한 '빈곤의 여왕'이 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마이코의 빈곤한 삶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우중충하지도, 찌질하지도, 청승맞지도 않다.
아마도 마이코가 돈 없이 사는 삶에 비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재기 발랄한 소설이지만 우리 현실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청년 실업, 매스컴의 시청률 지상주의, 빈익빈 부익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야기 속에 녹아 있다. 현실을 반영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확고해졌다.
'역시 누구든 자신만의 기술 하나쯤은 가져야 해.'
마이코의 방송국 AD로서의 경험은 훗날 그녀가 빈곤의 삶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빈곤의 삶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던 사람들에 뿌리치고
마이코는 홀로 당당히 살아간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삶이 풍족해질리는 없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난민의 삶을 이어가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세상에 드러내기로 했다.
타인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거짓 없이 담담하고 솔직하게 세상에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청년과 관련한 사회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록 일본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어둡고 우울한 청년들의 암울한 미래에 관한 사회 문제를 경쾌하게 담아낸 <빈곤의 여왕>.
마이코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