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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5일
"모든 여자아이들이, 여성들이 자기만의 '그렇지'에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딸이 그걸 잃지 않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우리의 일은 딸들이 그럴 수 있도록 치울 것을 치우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392p)
이 책은 청년기 여성, 딸들을 위한 성장 심리학이에요. 본인을 위해서 혹은 자녀를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죠.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는 레이철 시먼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미국 바사 대학에서 여성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리더십 개발 전문가이자 코치로서 20여 년간 청년기 여성을 연구하며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당당한 삶의 주체가 되도록 돕고 있어요. 왜 여자아이들은 힘든 걸까요. 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역할 과부하와 역할 모순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성공에 관한 해로운 정의를 여자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던지고, 여자아이들을 속에서부터 좀먹는 스트레스라는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여자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조용히 정신 건강의 위기에 빠져왔다고 진단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경보음을 울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볼 수 있어요. 많은 연구를 통해 여성이 남성과 다른 식으로 교육받고 양육되기 때문에 행동, 감정, 생각이 남성과 뚜렷한 차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청년기라는 발달과정에서도 남성과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 책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핵심은 자신감이에요. 그래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접근하고 있어요. 딸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무엇인가. 어려움 앞에서도 딸을 힘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청년기 여성 96명을 인터뷰했고,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건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성공 추구의 방식이며,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건 감정의 건강이라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처를 받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상처받을 수도 있는 자신을 편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결정적으로 필요해요. 또한 성별 자신감 격차를 고치는 일은 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해요. 부모 입장이라면 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들이 마주하는 난관을 평가하려는 태도 없이 그대로 인정해주고, 공감하며 격려하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우리 딸들이 자기 그대로 충분하다는 걸 아는 것이 중요해요. 이것이 진짜 성공의 시작이라는 것.
아이와 하루 종일 지내다보면 서로 깔깔 웃고 즐겁게 보내는 시간보다 혼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느낀다. 그러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보듯 나의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감정이 아이로 인한 것일 때보다 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을 더 들여다보면 내 마음 속에 갖은 응석을 부리며 사랑받고 싶었던 주눅 든 소녀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녀의 어떤 점을 인정해주고 받아주어야 잘 성장시킬 수 있을지 비로소 내 아이에게 부모다운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다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만나게 되었다. 내 소녀시절을 반추해보며 아니,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착한 여자아이’로서의 면모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나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거침없고 기백 있고 단호하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더라도, 이 시기부터 여성으로 사는 데 필요한 보이지 않는 규칙이 내면화되면서 한 때 맹렬했던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심지어는 없어지기도 한다. ‘착한 여자아이’ 되기의 의미를 배우는 것이다. (p20)
타고난 성정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큰 딸로서 걸었던 기대에 알게 모르게 부응하려 노력했던 것이 나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던 것 같다. 큰 딸로서 착하고 성실하고 동생들을 잘 보살피며 예의바른 아이로 자라길 원하셨던 모습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어떨 땐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스스로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의례적인 자기혐오의 언어’라고 부르는 팻 토크(fat-talk)를 통해 그동안 나를 스스로 깎아내리면서 남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결국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의 몸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디어나 매스컴에 나오는 몸매에 기준을 맞추어 얘기했던 것을 아직 몸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듣고 보았을 텐데 걱정이다. 이것에 대해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새롭게 배웠고 지금부터라도 팻 토크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
자신감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을 하나 꼽는다면 실패가 아니라 바로 ‘하지 않는 것’이다. (p182)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그래서 시시할 정도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적당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나도 출산 후 유연성이 떨어진 몸을 회복하고자 운동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아직 스트레칭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일 요가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좋은 습관이 되어 꾸준하게 작은 성취를 맛보고 있다.
좌절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꾸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기존에 지녔던 마음의 습관을 버려야 한다. 너무 쉽게 미끄러져 들어서곤 했던 자기 비난의 길에서 스스로 나와야 한다. (p193)
처음 좌절을 겪었을 때는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리고, 그 세상에 있던 나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울면서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던 그 때를 떠올리면 가여워져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좌절은 무수히 겪게 될 테니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면 눈물이 쏙 들어가고 대신 등골이 오싹해지려나. 몇 번의 좌절을 겪고 난 뒤에는 나를 비난하며 시간 낭비하느니 빨리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넘어져도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 우리가 하는 성공이나 실패보다 우리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p239)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나 자신에게 가혹했다. 여기서 제시하는 자기 자비의 세 단계처럼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친절한 말 해주는 것,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을 어렵게 여겼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그토록 불친절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나 자체로 충분하다고 내 안의 소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나를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소녀였던 나에게 엄마가 얘기해주듯, 같은 여자로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책에 나와 있다. 나에게 딸은 없지만 아들들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 것들도 있고 훗날 주변의 소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총 10개의 챕터.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아 뽑아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너 그대로는 안 돼'라는 말과 함께 책을 시작한다. 소녀가 가장 처음 마주하는 큰 목표일 대학 입학까지의 경쟁으로 시작해서, SNS와 소녀들의 이야기, 살, 자기 의심, 강박적 고민, 자기 비난, 스트레스와 관련된 소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뿐만 아니라 그 후에는 소녀들에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며, 딸을 가진 어머니께 하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세심하게 딸들이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 했던 고민들을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줌과 동시에 너만 힘든게 아니라는 메시지 대신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공감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론만을 설명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겠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서술해나간다. 또한, 여성들의 성향으로 인한 상황부터, 사회가 만든 여성들에 대한 틀, 그 속에서 불안과 버거움을 느낄 딸들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든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있겠지만, 하나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책을 일부분만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아야하며,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보다는 누군가가 정해준 틀에 맞추어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타인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는 돌보지 못할까. 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바뀔 시간이다. 당신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이 책과 함께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