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푸코의 진자』도 어느새 중반부에 이르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든 일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잡힐 듯하다가도 금세 저 멀리 달아난다. 내가 '알 것 같다'라고 말하면, 작가가 '네가 알긴 뭘 알아?'하고 달아나는 식의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야기 자체가 분명히 매력적이다. 독자의 무지를 철저히 까발리는 작품이기는 해도, '부동점'으로부터 시작해 '부동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야기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 내기 위해 안달이 나고야 만다.
(중)권은 '게부라(악의 공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하급의 세피로트로서 우주가 파국한 이후에 <악마>를 탄생시켰다. '벨보'를 미지의 인물에게 쫓기도록 만든 <계획>이 여기에서 수립된 점을 감안한다면, <악마의 빛>이 틀림없는 지도 모르겠다. (상)권에서 <계획>으로 추상적으로만 언급되었던 <헤르메스 계획>이 '가라몬드'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독자의 지적인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서 해당 계획을 수립한다. 은비주의 작가들의 원고를 닥치는 대로 불러들이면서 '가라몬드' 사장은 명확한 비밀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이야기들이 서로 중복되면서 확증되면, 그게 곧 <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책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가라몬드' 사장의 발언은 위태롭게 들린다.
(상)권에서 '국립 공예원'에 매달려 있던 '푸코의 진자'가 (중)권에서 또 한 번 등장한다. '벨보'는 자신이 처음 '푸코의 진자'를 보았던 순간을 '카소봉' 앞에서 회상한다. 그는 혼란스러운 시대이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불변하는 단 하나의 고정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벨보'는 얼마 안 가 '유일무이한'이라는 수식어를 뒤집어 버린다. 사실 우주의 모든 점이 부동점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니까 불변하는 고정점을 <진리> 혹은 어떤 <의도>라고 가정한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진실>을 상정해 놓고 세상을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도처에 있으며 모든 가설이 <진리>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벨보'의 문장에서 내가 느끼던 두려움이 아예 잘못된 예감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엉터리 원고들을 읽던 와중에 '카소봉'은 "형상이 없는 것에 형상을 부여하고, 사람들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던 환상을 환상의 실재로 변용시키고 싶다는 욕망(215쪽)" 때문에 또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이제까지 축적된 '카소봉'의 지식은 여기에서 폭발 상태에 이른다. 이제는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캐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 개시되었다. 비합리주의적인 사고 때문에 인류는 일련의 비밀을 밝혀내고 좀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가 될 가능성, 혹은 본인들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누구의 눈에도 여태껏 띄지 않았던 지하의 비밀인 만큼 어쩐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쥐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감이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인종과 이념, 사상과 정신에 대한 몽환적인 경험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카소봉은 진자를 잠시 잊고 있었다. 성전 기사단 뒤에 얽힌 복잡한 진실들이 너무나 거대했기에 진자를 미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벨보, 디오탈레비와 함께 그들이 일하는 가라몬드 출판사를 찾은 카소봉은 은비학이라는 내밀한 분야가 세상에 퍼질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마몬드의 사장은 마누치오 출판이라는 뒷배로 자신의 글솜씨와 지식을 스스로라도 출판하고픈 욕망을 지닌 자들을 자극하고 있던 것이다. 홀연히 사라진 아르덴티 대령 또한 마누치오를 통해 성전 기사단에 대한 속깊은 비밀이 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만드려던 속셈을 품고 있었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재주가 있는 알리에를 만나 카소봉 3인방은 어느 저택에 당도한다. 테라스를 넘어 비밀스러운 동굴로 들어가자 컴컴한 어둠은 환시를 만드는 듯했고, 후각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어 떠나온 임파루의 향이 나는 듯 했다. 아니, 사실은 알리에가 준 꺼림칙한 음료 때문일지도.
벨보, 디오탈레비, 그리고 잠깐동안이지만 아르덴티와 함께 하는 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베일에 싸인 장미 십자단은 사건사고와 연관된 신흥 종교가 벌이는 것처럼 신입 회원의 입회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이 아닌듯한 감각에 혼란스러워진 카소봉은 알리에의 저택을 떠났고 리아를 통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동굴에서의 경험 이후 카소봉을 통해 저자는 성전 기사단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이미 몇 번의 회동이 유럽대륙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었다. 다만 영국의 기사단과 프랑스의 기사단은 달력의 셈법 차이 때문에 수백 년을 기다린 그 한번의 회동을 맞추지 못한 것뿐이었다. 성전 기사단의 행보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지 오래였지만, 극의 중반이 훌쩍 넘어서야 기사단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한 움베르토 에코. 그런데, 진자는? 진자는 불변동성을 뜻하는 상징일까. 진자 또한 변화하는 무의미한 것에 불과함을 통해 무가치성을 드러내는 것일까. 무엇보다. 진자는 언제쯤 다시 등장하는 것일까.
상편에 이어, 중편 또한 여전히 난해하다. 이와 같은 서술 방식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사건을 파악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진자, 기사단의 속내를 좇는 사건의 플롯을 중간중간 캐치하게 된다면 그의 사건 구성에 감탄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따라잡는 데에 오히려 애를 먹인 부연과 미사여구 또한 나름의 매력을 지닌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의 이야기.
진자가 자리잡은 위치 또한 결국엔 성전 기사단이 자신들의 은신처와 족적을 세상에 남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처럼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진자는 에코의 머릿속에서 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될까. 마지막으로 치닫는 성전 기사단의 '계획'을 기대케 한다.
* 본 리뷰는 열린책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푸코의 진자 두번째 도서를 읽었다. 1편에 계속해서 카소봉과 벨보, 디오탈레비는 계속해서 성전 기사단으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카소봉이 졸업하고 연인인 임파루와 같이 브라질에 갔을 만큼 몇년이 흐른다. 브라질게 가게된 카소봉은 그곳에서 알리에라는 남자를 알게 되고 또한, 그 남자와 함께 연인인 임파루와 어떤 의식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임파루가 그 의식중에 자신도 모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고 이 이유였을까? 임파루는 어느 날 카소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1년을 더 머문 후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온 카소봉은 그곳에서 다시 벨보와 재회를 하게 되고 새로운 연인인 리아를 만나다. 이제 직장인으로 수입이 필요했던 지라 우연히 한 대학생의 자료를 찾아준 덕분에 카소봉은 벨보가 다니는 출판사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소설은 1권에서 성전 기사단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뿌려놓았지만 정확히 어떤 시점으로 흘러가는 것은 가늠할 수 없었다. 2편 역시 그러한데 이번에는 정보가 여기저기 있었다면 이를 주워담고 있었다. 카소봉은 출판사에서 의뢰한 금속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몇 년 전 아르덴티 대령 실종 사건을 맡았던 형사를 만나게 된다. 한눈에, 카소봉을 알아본 경찰 왜 그가 도서관에 있는 것이며, 카소봉이 읽으려는 도서를 그 역시 읽고 있었다. 음, 이들에게 어떤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데 경찰 역시 성전 기사단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님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또한, 한 인물이 출판사에 찾아와 성전 기사단에 대한 자료를 꼭 출간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출판사 사장인 가라몬드는 자비출판으로 교묘하게 저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을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의문의 남자는 이들에게 성전 기사단들이 어느 기간을 두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시기마다 전쟁과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책을 출간하려는 것은 이들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떤 증거는 없으나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토대로 주장하나 출판하는 방법에 있어 그는 바로 출판사를 떠났다. 그러나,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카소봉과 벨보는 여러가지 추측을 나열하고 접목시키면서 성전 기사단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니, 현재 이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추론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브라질에서 만났던 알리에의 도움이 필요해 가라모든 사장에게 소개시켜주고 알리에는 자신의 집으로 이들을 초대한다. 그곳에서 알리에는 의문스러운 말을 하는데 진짜를 찾기 위해서는 가짜를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카소봉이 그곳에서 본 것은 비밀회담까지는 아니지만 성전 기사단을 선봉하는 이들을 얼핏 보았고 여기서 카소봉은 '가짜'가 '진짜'로 찾아가게 되는 것을 의식한다. 자료를 모을 수록 성전 기사단의 흔적을 조금씩 알아가는 세 사람. 마지막 각국 나라에 있는 성전 기사단들은 어느 시기에 맞춰 비밀 일지를 넘겨줘야 했는데 영국 성전 기사단은 프랑스 성전 기사단과 접촉을 하지 못했고 이에, 일부 일지만 전달이 되었음 발견한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성전 기사단'여기에, 장미 십자단까지 등장하고 카소봉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며 흘러가는 [푸코의 진자]. 마지막 한 권을 앞두고 있는데 이들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을지.....기대감 보다는 뭔가 드러내지 말아야 할 존재를 찾아가는 것 같은 불안감이 다가온다.
<위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로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