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 저
월리 코발 저/김희진 역
조헌주,이명희 공저
존 번스 저/김선희 역
잘 다니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택했던 저자에게 코로나19는 날벼락과도 같았을 것이다.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모든 길이 막힌 상황, 지난 기억에 기대어 살아가야만 하는 시간들. 혹독한 지난 2년, 더디게나마 이 또한 지나가고 있음을 요즘 들어 느낀다. 이제 다시 기지개를 펼 시간이 도래했다는 판단에서였을까. 저자는 선언했다. “다시, 여행을 가겠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기 위한 긴 움츠림, 이제는 도약의 시기가 왔다.
짧은 글 그리고 짙은 여운.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책이었다. 일련의 흐름을 지닌 여느 여행책과 달리 이 책의 중심은 사진 같았다. 글은 사진을 설명, 아니 묘사하기 위한 수준이었는데, 일종의 자제처럼 느껴졌다. 부연 설명이 많으면 아무래도 사진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글로서 너무 많은 정보를 제시하다 보면 글이라는 틀 안에 갇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없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 덕에 조금 더 사진을 응시할 수 있었다. 사진 속 세상은 저자에겐 그리움이었을 터이고, 나에게는 부러움이었다.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세상, 어쩌면 앞으로도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곳.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색감.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달라지기 마련이라지만, 왠지 지금 방문해도 사진 속 세상과 꼭 닮은 꼴을 하고 있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 좋았다. 풍경과 더불어 사람 또한 그랬다. 그들에게선 낯선 이를 경계하는 무언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뜨내기 여행자가 제 멋대로 카메라를 드리웠을 적엔 기대하기 힘든 눈빛. 저자가 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건 그가 행하고 있는 여행의 형태 덕이었다.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 다니기에 급급한, 끽해야 2-3일, 유명 관광지 훑기에도 부족한 일정을 소화하는 형태를 취해온 나는 늘 저자와 같은 생활여행자 처지를 부러워했다. 카페테리아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유로이 모닝 커피를 즐기는 형태의 여행.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희미하기 위해선 일단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직장에 매인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과도 같은 일이다. 혹 여행 작가를 직업으로 삼으면 가능할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마냥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어설픈 솜씨로는 곤란하지 싶다. 누가 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글,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 심리로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덜덜 떨리고 벌어진 턱이 좀체 다물어지지 않는 글. 그런 글을 써도 장담하기가 어려운 게 글로 생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런 서술은 핑계에 불과하려나. 아무튼, 내가 부러워하기 바쁜 나머지 다가서진 못한 형태의 여행을 저자는 해냈다.
낯섦은 쉬이 설렘을 유발한다. 국경을 넘어서자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형태의 건물들이 나왔다. 시간을 머금었기에 더욱 멋드러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지를 상상하는 일이 가슴 설렜다. 나무 위주의 건축물이라 시간을 견디지 못한 우리나라의 사정이 많이 아쉬웠다. 어둠이 서서히 세상을 잠식할 무렵,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그러나 은은한 빛이 매력적이었다. 지나치지 않아 낮에 본 풍경과 곧잘 어울렸다. 낮에 본 세상과 밤에 본 세상은 그렇게 조화로이 ‘하루’ 안에서 공존했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한껏 고양시켜준 책이었다. 그 흔한 여권조차 없는, 아니, 없는 게 여권만이 아니어서 저자처럼 해외로 떠나는 일은 아마 당분간 없을 거다. 코로나로 세상이 얼룩지기 전처럼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여행을 다시 다녀보고 싶은데, 자꾸만 주저하게 된다. 물가가 올랐다. 나이가 들었고,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도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젊고 에너지 넘치는 시기일 텐데.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떠남은 더욱 어려워질 텐데. 책 형태는 아니지만 나 또한 적잖이 여행의 기록을 남겨왔다. 지난날을 들추며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2020년 2월에 간 해외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퇴사 후에 갔던 방콕. 그때 중국발 우한폐렴이 슬슬 시작되었었으나 한국은 아직 안전한 국가였었다. 그래서 마스크도 나랑 동행인의 것 딱 하나씩만 챙겼었다.
엄청 기대를 하고 갔던 방콕. 그런데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너무 많았고 중국인들을 다 멀리 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편의점마다 마스크가 동이 나버린 상황이었다. 한국과 달리 태국에서는 거의 다들 마스크를 썼었던 것 같다. 사실 여행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여길 가도 중국인, 저길 가도 중국인이라 중국인 포비아만 더 심해진 상태로 귀국했다.
그 후 한국도 바이러스에 뚫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서 오늘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이 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당연히 해외여행은 방콕 이후로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좋아하던 여행에세이들도 '읽어봤자 뭐하냐' 싶은 마음에 펼쳐보게 되지도 않았고, 이런 시국에도 여행 다니는 유튜버들의 영상만 즐겨 보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코로나 시대인데 여행 못가서 미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설마 이 시대에 여행을 다니지는 않을테고, 당최 어떤 책인걸까 싶은 호기심에 한장씩 넘겨보았다. 코로나 이전 저자가 여행했던 나라들의 여러 사진들을 담은 책이었다. 솔직히 이런 책들 가장 싫어한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뭔가 다르다. 사진이 하나같이 감동적이다. 짧게 적힌 메세지들도 또 다른 감동이다. 요즘 가끔 클라우드에서 해외여행했을 때의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울컥할 때가 있다. 그런 기분과 비슷했다.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여행을 맘껏 다닐 수 있었던 때가 꿈만 같다. 울적하고 우울한 기질이 더 도진 것 같다. 그나마 이 책 한 권으로 잠깐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는 요즘.
사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시국이 나를 여행의 세계로 스물스물 유혹했다.
예스24 에서 여행 서적들 속을 파도타기하고 있는 중에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이 나의 눈을 고정시켰다.
사실 백상현 작가님은 처음 들어본 작가였다. 죄송하다.
과거 이탈리아와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곳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 외에도 다양한 나라와 장소, 사람들, 풍경들이 나오는데
그 한장한장이 나의 여행감성을 급속도로 불러 일으켰고,
어느새 항공예약사이트에서 항공편을 검색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 내일 출근이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