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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일상의 삶에 밀착해 있다.
일상과 분리된 인문학이라면
신기한 화석에 불과하다.
기원전 플라톤,
혹은 수백 년 전
근대 사상가의 글이
현재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직접 관련이 없다면
박물관에서 만나는
낯선 유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말 中에서
인간과 관련된 사상이나 문화 등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 그 이름만으로도 전문적이거나 학구열을 불태워야 할 것만 같은 위압감을 살짝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인문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며, 우리 일상에 밀착해 있음을 알려주는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만났다.
이 책은 동서양 미술작품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미술관 옆 인문학>과 서양철학사와 서양미술사를 통합한 <사유와 매혹> 등을 집필한 박홍순 님의 저서이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미술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 대중작품들의 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일상생활과 상상력으로 촐발된 인문학적 사유에 인문 고전을 연결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현실의 사례를 통해 풀어간다.
1부. 상상력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2부. 나를 돌아보는 시간
3부.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4부. 관계 안의 인간
5부. 돈과 일 그리고 여가
저자는 특히 인문학이 단순히 암기식으로 습득하는 지식에 그치면 안 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인문학이야말로 일상과 가까이에 있으며, 인문학적 상상력과 생각을 키울 때 세상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이 생길 수 있음을 조언한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
여기에 아무런
규범적인 보호막이나
감정 법칙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엘리 러셀 혹실드 Arlie Russell Hochschild <감정노동> 中에서
하지만 아기라는 말 옆에
육아라는 단어를 나란히 놓으면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육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 인문학은 생활이다 中에서
인문학이 어떻게 삶과 연결되는지 알려주는 과정에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현재 삶과 가장 밀접한 내용이다 보니 더욱 와닿았다. 미국 인상주의 화가 에드워드 헨리 포타스트의 <해변에서>와 집 데일리의 <일요일 아침> 두 작품을 통한 인문학적 성찰이 무척 인상적이다.
두 작품 모두 평화롭고 가슴 따듯해지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아기'가 아닌 '육아'의 관점으로 살펴보게 되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엄마에게는 자식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위안이 될 수 없는 그늘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잠깐의 독서를 위한 시간도 가지기 힘든 일상을 엿보게 한다.
육아와 모성애·부성애 그리고 아이들의 입장 차이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여성문제나 부모의 소유의식,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이데올로기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인문학을 통해 나와, 내 주변과 더 크게는 사회에 이르기까지 생각을 넓힐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원한다면, 지친 마음과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인문학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인문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통해 부담 없이 시작해보시길 권한다.
1.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생각나는가? 나는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은 삶과 유리되어있다' '인문학은 그럼에도 중요하다' 등등의 문장이 떠오른다. 중고등학교 때 뿐만 아니라 대학교 졸업 이후에도 TV나 다양한 매체에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인간은 교양지식(특히 인문학)을 익혀야되고 그 중에서도 철학이 중요하다는 세뇌 아닌 세뇌를 받았다. 때문에 싫든 좋든 학교 수업 상으로 윤리와 사상, 동양철학, 서양철학 등등을 배우고 봤지만 지금도 나는 인문학이 항상 처음같이 어색하다. 인문학과 친해지기 위해 정규과정 외에도 나름 노력을 해보았는데,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다양한 삽화, 쉬운 비유 등으로 설명된 인문 교양서부터 플라톤의 여러 저작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동양 고전인 사서 중 <대학> <중용> <맹자> 등 고전까지 (반 강제로) 보았지그럼에도 인문학은 어색한 존재다.
2. 이러한 고민 속에서 큰 기대 없이 한빛비즈의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를 접했다. 많은 인문 교양 서적이 그렇듯이 인문학은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며 인문학이 소외된 대한민국 사회가 여러 병폐에 빠져있다고 역설한 뒤 (1부 상상력이 인문학의 첫걸음이다) 인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한 반성을 저자 나름의 분류대로 나누어서 사람의 본질에 대한 통찰 (2부 나를 돌아보는 시간) 삶의 올바른 가치와 죽음, 인간의 우울과 광기 등 비이성적인 면(ex 감정 등)에 대한 고찰 (3부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가족, 연인, 타인 등 사회 속에서 관계맺는 인간에 대한 조망 (4부 관계 안의 인간) 돈과 보람, 여가의 균형에 대한 고민 (5부 돈과 일 그리고 여가)로 다루고 있다. 종합하자면, 인문학을 통해 나 자신의 삶과 현재 처해있는 사회에 대해 반성해보고 좀 더 숙고된(올바른)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3.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저자가 다양한 미술작품을 다뤄줬다는 점이다. 여러 인문학적 고전의 통찰들을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그림과 연관지어서 잘 풀고 있어 덕분에 새로운 지식과 관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과거에 <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를 비롯해 미술과 철학을 연결시킨 책들을 많이 냈다) 또한 각 챕터 밑의 소 챕터 하나하나가 여러 고전들과 철학자들의 핵심 메세지들과 중요한 이유 정도는 캐치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있다는 점도 좋았다. 솔직히 인문교양서들을 읽을 때 큰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는데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밌게 읽고 나 또한 최근 생계에 쫓기는 나의 삶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4.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부분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1부다. 나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현대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 병폐, 가령 투기, 양극화, 노동 소외, 전문직의 범죄 등이 딱히 인문학 이 소외받아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먼 옛날에 공자, 맹자님이 살아계실 적에도 인륜이 무너졌다고 한탄할 정도인데 그런 성인들이 없는 지금 세상이 인문학이 강조가 있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을까? 과연 인문학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던 조선이 과연 양극화를 포함한 병폐가 심하면 심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최근에는 각종 분야에 윤리가 더욱 강조되어 사실상 법이나 규칙 수준에 준할 정도로 강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에서는 과거와 같이 막무가내로 임상시험을 할 수가 없고 동물실험조차 윤리 기준을 지켜야한다. 그리고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반성해보는 능력을 배양하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책 전반에서 인용한 고전들이 말하듯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보다 올바르다는 식의 논리가 과연 현시대에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서양 고전들은 여러 시대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으나 동양 고전들이 인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저작 이력을 보니 대부분 서양철학과 미술에 대한 것으로 저자의 배경에서 나온 한계일 수 있겠지만 동서양을 골고루 다루진 못해도 동양을 전혀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5. 그럼에도 의무 교육 기간과 대학 교양 수업 때 한 번씩 들어봤던 고전과 철학자들의 핵심 메세지를 한 번씩 다시 리마인딩할 수 있었고 읽는 동안 나 자신의 삶에 비추어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워낙 미술에 무지했기 때문에 여러 아름다운 그림들이 철학의 맥락에서 해석되는 신선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독서하는 동안 재밌었다. 저자의 이력에 철학이나 미학을 전공했다는 것이 없어서 읽기 전에 약간 불안했지만 읽는 동안 내가 아는 지식들과 크게 배치되지 않았고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책들을 쓰면서 쌓인 내공이 많이 느껴져 읽는 동안 유익한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한빛비즈의 협찬으로 제공되었습니다.
<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 |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대학에서는 인문학 관련한 학과와 수업이 찬밥신세지만 서점에 가보면 인문학 관련한 서적이 판매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곳곳에서 융합 인재를 언급하면서 인문학적인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당장해야 할 만큼 절실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인문학에 대해 오해에서 접근을 힘들엉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인문학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별 지장은 없는 것 같다. 상식이 부족하다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일수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고 사는데만 치중한다면 그 또한 별 의미가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문학은 일상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인문 고전은 우리 현실에서 절실한 인문학적 사유와 다양한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 또는 인문 고전에 접근하고자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인문학에 입문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학을 위한 첫걸음으로 상상력에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나를 돌아보기 위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언급한 다양한 인문학적 사고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우리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에 대해 여러 명의 철학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의 인간, 그리고 돈과 일, 여가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인문학 첫걸음이라고 보기에는 이 책의 내용은 조금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생활속 인문학에 언급한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본다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인문학에 대해 맛뵈기를 보여주고 인문학에 흥미를 유발하도록 의도되었지만 조금은 난해한 주제와 설명으로 다시 절망으로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본다면 분명 각자가 한번쯤은 듣고 접했던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어 간다면 어느 순간 인문학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길잡이 역할을 이 책이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