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조정래 저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
김탁환 저/ 해냄
2021년 3월 30일
"가방에 얽힌 그와 그녀의 일, 사랑과 성장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1. 들어가며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가방, 당신이 내 가방이면 좋겠어요”
가방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결혼 전에는 가방은 나의 패션 아이템이었다. 특히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명품 가방등은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그런 값비싼 가방이다. 가방 하나에 몇 백만원을 해도 몇 달을 알바해서 돈을 모아서 사기도 한다. 가방의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명품 브랜드가 만들면 만들수록 가방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그럴수록 그 가방이 더 좋은 줄 알고 기를 쓰고 사고 만다. 자신의 클라세에 명품 가방을 브랜드별로 진열해놓는 것은 여자들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여성들에게 가방은 단순한 수납의 역할 외에도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인 것이다. 먹을 것은 포기해도 명품가방은 포기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그만큼 여성들에게 가방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그런 여성들의 로망을, 여성들의 꿈을 담은 가방이 있다. 그 가방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무엇이든 꿈꿀수 있는 가방이다. 단순히 명품 가방을 똑같이 흉내된 짝퉁 가방이 아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가방이다. 그런 꿈의 가방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 여성이 있다. 자신이 가방을 만들거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어렷을 때부터 가방 속에 들어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초등학교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악몽을 꾸기 시작하는데, 그 악몽까지도 가방에 넣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가방은 단순히 짐을 수납하는 공간이 아닌 자신의 꿈도 넣고 자신의 악몽도 막아주는 그녀의 보호자이자, 지지자인 꿈의 가방인 것이다. 그런 꿈을 가방을 만들고자 회사를 차리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가 가방을 만들고자 하는 꿈과 열정, 노력은 점차 그녀로 하여금 그 꿈으로 다가가게 한다.
이 책 <당신이 어떻게 내게 왔을까 1>은 오더메이드 가방회사 ‘그레이스’에서 펼쳐지는 그와 그녀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장 이야기를 다루었다. 매혹적인 스토리디자이너 김탁환이 우리를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일과 사랑 이야기로 안내한다.
2. 책 속으로
이번 생에선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그날 그곳에 나는 없었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만인에서 '당신'을 확장하면 이 만남이 더욱 귀하다. 그 사람을, 그 노을을, 그 길을, 그 책을, 그 노래를 만난 덕분에 나는 내가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맘이 묻는다.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작가의 말)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어떻게 당신이 내게로 왔지?" 당신과 그 사람이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작가는 말한다. 이번 생에서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수백 가지 조건 중에서 하나만 어긋나도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만남이 귀하다고 한다. 이 문장이 가슴을 울렸다. 아이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나, 어떻게 나의 아이들과 남편이 내게로 왔을까? 정말 작가의 말처럼 그 수백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어긋났으면 지금의 남편도, 아이들도 내게 없을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듯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소중하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당신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와 당신은 인연이고 운명인 것이다.
이 이야기 속 그와 그녀의 만남 또한 그랬다. 그와 그녀는 서로 만나기 전까지 각자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나눠어 있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1>에서는 1부로서, 아서의 마음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당싡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2>에서는 2부 그레이스라는 몸, 3부 아서와 그레이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주로 1권에서는 아서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온다. 작품 속에서 '나'로 등장하는 사람의 성장과 삶, 그리고 그녀인 '유다정'의 꿈과 인생 이야기가 나온다. 그와 그녀는 서로의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각자 삶에 충실하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그녀는 이어질 수 있을까? 그와 그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죽 또는 가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야기 속 '나'는 가죽에 상당히 익숙하다. 왜냐하면 소머리국밥집을 하는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가죽 제품을 즐겨 만들고 팔기도 하고, 그에게 가죽필통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의 엄마는 가죽을 잘 다루고 가죽으로 지갑, 벨트, 가방 등 여러 가지 품목을 잘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죽을 마치 종이처럼 잘 다루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가죽이 상당히 익숙하다. 나중에 그녀인 유다정인 오더메이드 가방회사인 '그레이스'에 주문을 수주하는 사람도 그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 사람이 나중에 '아서'라는 가명을 쓰긴 하지만, 그 아서라는 이름도 그와 관련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엄마가 나중에 그 '아서'라는 이름의 댄스강사와 야밤도주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인 유다정만큼 그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병으로 국밥집을 운영하시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 또한 그 일주일 후 작업 상 실수로 인해 죽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신을 방치하듯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어머니 품에서 자랐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10억이라는 오더를 내릴 정도로 부를 축적했는지는 아마도 2권에서 나올 것 같다. 1권에서는 아서의 등장과 아서가 내린 주문으로 곤경을 겪는 그녀와 그녀 회사 그레이스의 운명이 나온다. 과연 그 운명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녀인 다정의 삶은 어떨까? 2년 동안 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그에게 한없이 기대었던 다정은 더 이상 사랑이라는 핑계로 주저하거나 끌려다닐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동안의 결정이 그의 몫이었다면, 그 결정을 단번에 지워버릴 이별을 통보하고, 다정은 자신의 발로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날개를 스스로 자른 백조이니 걷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부터는 타조처럼 걸으며 살아야 한다. 타조가 아니라 개미일지도 모른다. 창공에서 내려다보며 몇 개의 산 몇개의 강을 훌쩍훌쩍 건너뛰던 습성부터 버릴 것! 밥 짓는 농가 굴뚝의 저녁연기처럼 숨을 길게 뱉으며 서서히 어깨를 폈다. 파도가 두 눈 가득 넘실거렸다. (p.27)
이렇듯 그녀는 평생 백마탄 왕자의 그늘 속에서, 그가 하라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랑과 막대한 부를 거부하고 그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그 남자와 사귀는 동안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에게 끌려다니고 그런 수동적인 삶 속에는 그녀 자신의 삶은 없다.
연인이 되고 이 년 동안 결정은 그의 몫이었다. 이번에도 그가 하던 대로 했고 나는 하던 대로 하지 않았다. 그가 내린 크고 작은 결정들을 단번에 지워버린 단 한 번의 결정. 지착이 미련으로 바뀌는 것은 늦게 깨달은 자의 불행이다. 나는 조수석 차문을 힘껏 닫고 먼저 걸음을 뗐다.
(p. 29)
그렇게 다정은 화려한 백조의 삶이 아닌 타조의 삶을 선택한다. 자신의 두 발로 걸어다니고 그 힘찬 발걸음이 자신의 꿈으로 나아가는 길로 이끈다. 누구누구의 아내가 아닌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설 것이라 다짐하며 그녀의 꿈이었던 가방을 만들기로 마침내 결정한다.
그녀 또한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힘들었다. 어렸을 땝 불의의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고아가 된 그녀를 아빠의 단짝 친구이자, 그녀의 엄마를 대학시절애 짝사랑했던 '정목'이 딸처럼 길러주고 보살펴준다. 그렇게 그녀는 부모에게 제대로 어리광도 피우지 못하고 자립심과 독립심을 더 한층 강화해 나간다. 본인들의 삶과 즐거움으 소중했던 그녀의 엄마는 자주 아빠와 여행을 갔고 그 불의의 사고 또한 그렇게 둘만의 여행 후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부모를 잃은 슬픔에 잠긴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정목의 헌신과 사랑이었고, 그의 사랑이 그가 선물하는 가방 속에 담겨 있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가방을 만들고 싶었다. 명품 브랜드를 똑같이 흉내낸 짝퉁 가방이 아닌 진짜 그녀 자신의 유일한 가방, 그렇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숨겼다가 꺼내기 좋고 꺼냈다가 숨기기 좋고. 그게 가방이니까요.”
“마음!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꺼내기도 할래요.”(p.51)
그러나 그녀는 바로 가방을 만드는 회사를 차릴 수 없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자신의 꿈이 가방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성인이 된 후였다. 그 이전에 그녀는 노래 실력도 출중해서 아이돌 그룹 데뷔를 위한 연습생으로 돌어가게 된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의 꿈도 3년 간의 연습과 노력 속에 물거품이 되어가고 그녀는 좌절하게 된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잃어버렸던 꿈을 말이다. 다시 꿈을 되찾은 그녀는 오더메이드 가방 회사인 '그레이스'를 차리게 되었다.
이제 더는 동아리 안에서 연극을 전부라고 믿던 대학생이 아니었다. 연극이 소중한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세상에는 많았다. 예술을 예술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귀 막고 눈 막으며 연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서자마자, 영화도 드라마도 노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기차처럼 줄줄이 따라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어려서부터 이상하리만큼 친숙했지만 아직 시도해 보진 않은 그 꿈이,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역처럼 떠올랐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일.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적인 일!
--- 「그레이스는 오리지널이죠!」 중에서
예술가와 사업가 기질을 동시에 지닌 다정은 제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며 회사의 핵심 가치와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 나간다. ‘무엇이든 품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있는’ 가죽 장인들과 디자이너로 한 팀을 꾸려 회사 주식회사 그레이스를 설립하고, 아틀리에를 만든다.
아틀리에 이름은 '운해'였다. 거기엔 나만의 의지가 담겼다.
--- 「노을을 함께 본 사람」 중에서
그렇게 점점 입소문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 그녀는 온라인 오더메이드 서비스 ‘트로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아서’라는 첫 고객을 맞이하게 되는데, 아서는 그레이스에 기회이자 위기를 가져온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1권보다 2권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3. 나가며
1권에서는 그녀가 '그레이스'라는 오더메이드 가방회사를 만들기까지 여정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이 책이 연애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책의 제목 또한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였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첫 장에서 그녀가 돈많은 남자와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나 기대가 되고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작품 속 '그'와 '그녀'가 언제 어떻게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까에 집중해서 읽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그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에 매료되었다.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도 받게 되었다. 어떻게 보먄 이 소설은 그녀 유다정의 성장 소설이기도 한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이야기 속 '나' 또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 다른 꼭지점에서 자신들의 삶의 선을 이어가던 그들의 삶이 중간에서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라고 하는 공통 지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그레이스'를 통해 그들의 삶은 연결되고 그들은 사랑을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며 스토리디자이너로 탁월한 김탁환의 능력이며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어서 빨리 그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다.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 직관이나 격언이나 수식은 가짜다. 비유이면서 사실인 세계가 소설의 육체이므로, 오래 낯선 곳에 가 머물렀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들이 당신을 만들었고, 당신의 이야기에 나도 물들었다. 습지의 나무 위로 떠오른 봄 별 밤.
--- 「작가의 말」 중에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직조되면 수많은 이야기의 갈래가 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홀리고 홀려 새로운 이야기로 파생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그려보라. 귀를 쫑긋거리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은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짓고 이야기를 덧붙이게 된다.
소설가 김탁환은 천상 이야기꾼이다. 원래도 그의 소설을 좋아했지만, 이번 소설은 어떤 경지에 오른 느낌이 들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페이지를 얼른 넘겨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반대로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남자의 그늘을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야기로 사람을 홀려 연애의 대상을 찾기도 하고, 이야기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
나는 가방이 되어가는 사람이라고. 혹은 사람이 되어가는 가방이라고. 나는 당신이 가방이었던 아침을 알며, 당신도 내가 가방이었던 저녁을 안다고. 사람이 온전히 사람일 수 없고, 가방이 온전히 가방일 수 없다고. (1권, 225페이지)
그녀 유다정은 한때 아이돌 그룹을 준비했었고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음반을 냈으며 대학에서는 연극을 한 예술가다. 유다정이 열다섯 살 때 엄마 형숙 씨는 딸을 가리켜 가방이라고 했다. 가방 같은 아이, 그래서일까 유다정은 가방을 좋아했고, 가방에 좋아하는 것들을 담고 다녔다. 누군가 가방 속을 궁금해하면 그대로 열어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연인 독고찬과 함께 시애틀로 가지 않았던 이유, 자신이 꿈꾸었던 일을 하고 싶었다. 에르메스 버킨백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명품 짝퉁을 만드는 죽선생의 도움을 받아 오더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회사 그레이스를 열었다. 비밀리의 장소에서 짝퉁을 만드는 죽선생은 일이 많아 그레이스의 제품을 한 달에 4개 이상 만들지 못했다. 가죽 장인 죽선생의 가방엔 늘 2%의 흠이 있었다. 가방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레이스 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음반을 내 주었던 타로 정에게서 그 말을 듣고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 갔다가 운해 가득한 옥정호를 보고 만든 운해 백이 큰 히트를 쳤다.
유다정은 그것을 발판 삼아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자 했다.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오더메이드 백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거금의 예약금을 걸고 순수하게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기로 한 트로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 첫 번째 오더가 아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의 탄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죽신, 벨트백, 안경집, 청혼가방과 장갑, 트롤리가방을 아서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아서의 마음에 드는 제품은 즉 아서의 연인 혜경의 마음에 들어야 했고 단 하나의 흠도 없어야 했다.
트로이 프로젝트의 첫 예약자 아서의 이야기에 빠졌고, 그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완성 시키고 싶었다. 그 작업은 아틀리에 운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와해시켰고 그레이스는 이제 부도 위기에 빠졌다. 그럼에도 유다정은 프로젝트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아서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틀리에 운해를 이끌어가는 팀원들은 그녀가 아서에게 너무 빠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서는 도대체 누구일까. 글 쓰는 재주가 좋고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타로 정이나 아버지와도 같은 고정목은 아닐 거였다. 그녀가 사랑하게 된 비컨일까.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서는 내가 예상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 사람 같다고. 그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닫고 다시 처음 장을 열어 읽기 시작했더니 그제야 놓쳤던 문장들이 보였다. 독자에게 다 알려주고 있었으나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그걸 놓치고 있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랑이란 이렇듯 어렵고도 복잡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유다정의 이야기 다음에 아서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었는데 소설 속의 또 다른 소설처럼 여겨져 행복했었다. 그동안 이야기에 너무 목말라 했었던가 싶은 그런 마음. 그렇다고 소설을 읽지 않은 게 아닌데 김탁환의 이야기에 이끌렸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그저 좋아서.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신이어떻게내게로왔을까 #김탁환 #해냄 #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한국소설 #한국문학 #소설추천 #오더메이드 #그레이스
이번 작품은 김탁환 작가의 서른 번째 장편 소설이다. 군 복무 중 4000매를 쓰고 제대한 뒤 나머지 원고를 완성해 1998년 펴낸 '불멸의 이순신'이 큰 인기를 끌어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이후 평균적으로 매년 책을 한 편 이상 내는 식으로 25년간 무려 30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간 주로 역사소설과 사회파소설을 오갔던 작가는 이번엔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그렇다고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유다정은 2년 동안 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독고찬에게 한없이 기대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핑계로 주저하거나 끌려다닐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동안의 결정이 그의 몫이었다면, 그 결정을 단번에 지워버릴 이별을 통보하고, 다정은 자신의 발로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연극배우, 아이돌 그룹 연습생 등 예술을 꿈꾸었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의 색을 지워가던 다정은 자신의 꿈이었던 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레이스’를 창업한다.
예술가와 사업가 기질을 동시에 지닌 다정은 제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며 회사의 핵심 가치와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 나간다. 점점 입소문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 다정은 더 큰 성장을 위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가방을 만들어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 ‘트로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0억 원을 입금하며 주문해온 첫 번째 손님 '아서'는 다정에서 기회이자 위기를 동시에 안겨다 준다. 첫 고객 아서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 것인가. 하지만 실패는 거듭되고...
작가는 세계일보와 나눈 인터뷰(2021. 5. 2자)에서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장편이란 인생과 세상의 큰 주제를 가지고 작업해 나가는 것인데, 이번 작업은 크게 보면 주제가 2개였다. 하나는 꼭 써보고 싶은 주제였던 의식주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책 제목이 나타내듯이 만남이었다. 사람이 산다는 건 만나는 문제이다. 주인공이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일들이 벌어지며, 그 사람들과 헤어진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어쩌다가 이 인간을 만났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만남이란 큰 주제와 의(衣)의 문제가 합쳐져서 이런 형식으로 나온 것이다.”
다정의 입장에선 도대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계속 확인해 가는 과정이고, 독자 입장에선 아서라는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가를 추리하게 만든다. ‘1부 아서라는 마음’에선 남녀 이야기가 따로 따로 나아가고, ‘2부 그레이스라는 몸’에선 남녀의 관계가 고객과 회사 대표간 갑을관계로 바뀌며, ‘3부 아서와 그레이스’에선 이야기가 합쳐져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
'가방'은 다정에게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는 곳이자 쉴 수 있는 곳이다. 또 인생의 짐을 담거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정은 열다섯 살 부모를 잃었을 때도 가방 속으로 들어가 고통을 견뎠다.
등장인물들은 다정을 자신의 가방 안에 가두어 보호하려고 하거나 다정의 가방 옆에서 함께 일하며 버팀목이 되어주려 한다. 다정은 이들과 얽히고설키면서 점차 보호막을 깨고 오랫동안 멈추었던 성장을 시작한다.
작품을 보면 가방이나 옷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체적인 브랜드가 나온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1년간 매주 가방회사를 찾았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가방회사 ‘아서앤그레이스’를 찾아갔다. 사내 회의에도 참석하고 가죽을 만든 장인들을 만나서 어떻게 만드는 것도 보고, 만든 것이 어떻게 전시되는지도 봤다. 심지어 다음날 오전 백화점이 개장하기 전 매장 세팅하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서울의 어느 백화점에서 밤샘을 하기도 했다고 하니 작가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새롭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은 다정이 몸 담고 있는 가방 회사를 진짜와 같이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다. “현대가 됐던 조선시대가 됐던, 풍속을 제대로 그리는 게 장편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우리는 다정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다정은 피해자로서의 여성에 머물지 않고, 그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재 전남 곡성에 위치한 (주)미실란 내에 위치한 집필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실란 이동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8월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