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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이현정 | 북이십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다니..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먼저 고민하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고찰이랄까? 자신이 어떻게 남들에게 보여질지를 고민하며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몹시도 힐링의 책이었다. 마치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받았던 위로를 이번에 다시 받은 것 같다.
오롯이 나를 위한 삶,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삶, 요즘 낳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미 그렇게 2N년, 3N년을 산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의 몸을 시작으로, 정상적인 가족에 대하여, 성차별에 대하여, 타인의 욕망으로 만들어지는 개인의 삶에까지 파고든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정말? 이게 맞는거야?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사실인것을...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읽게 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게된다. 책의 컨셉은 ‘강의’이겠지만, 나에게 와닿은 것은 ‘강의’보다는 ‘강연’ 혹은 ‘토론주제 발제’같은 느낌이 더 컸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읽을 수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류학에 대한 논문을 읽은 것 같기도 했다. 몇년 전에 읽었던, 김지혜 작가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도 생각나고..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역시 서가명강. 부디 모든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
#윤의책장 #shine_library
#우리는왜타인의욕망을욕망하는가 #이현정 #북이십일
2023.1.7-10.
4일간 읽은 책
#서가명강
얼마전에 1인당 명품 소비 세계 1위가 한국이라는 조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거창한 말에만 익숙해서인지, 1인당 명품 소비라는 낯선 말이 나를 웃게 만들었는데 그 1위를 우리가 했다니 그건 또 나를 놀라게 만들더라구요. 이런 풍조가 역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건가 싶긴 한데요.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와 혈연, 지연을 중시하는 아시아에서 왜 동네사람, 학교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오게 되었는지도 2부에 나온 '우리는 가족이지만 타인이다'등에서의 설명으로도 알게 되지만 그건 나 자신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예전 어른들과는 다른게 나만의 삶이라는 걸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남들과 비교해서 평균이상이 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분명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건 '4부 - 오늘부터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합니다' 에 나온 말처럼 "남부럽지 않게"라고 우리가 흔히 쓰는 한마디에 다 들어있다 싶기도 한데요. 빨리, 빨리 경제 발전을 이루어 서양의 어느 나라들처럼 잘 살아보자는 큰 구호아래 모두 모여 같은 뜻을 품어왔기에 그게 세월이 지나도 우리들 세포에 어느 정도 각인이 되어있어 그 느낌이 아무렇지 않은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이상 살찌면 흉한 것이고, 주름잡힌 얼굴도 병원에 가서 피는 게 당연한거고 , 일정 나이에는 이런 이런 경험과 어느 정도를 해야하고, 뭐든 평균이하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기는 등등으로 흐름이란 것과 쏠림이란 문제를 만드는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렇게만은 안 된다는 걸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면서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요. 사회에서 만난 이들이 정의까지 가지않아도 되는 아주 사소한 일을 괜찮다는데도 나에게 강요하려 할 때, 당연하게 안된다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때 한번이라면 참거나 심지어는 잊을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또 일어나 우리들의 아이들이 같은 일로 겪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보니 이제는 멈춰야 된다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에서는 이제라도 "너무 똑같이 가는 것, 그리고 다들 그렇게 가더라라고 쉽게 인정하는 걸", 그래서 생기는 각자의 너무도 다른 욕망의 크기를 같은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하는 걸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것들이 흔쾌히 "그래도 괜찮다"라는 내 안의 허락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런 척 밀고가는 일이면 나중에라도 그 일은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알게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몸, 가족, 젠더가 삶의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타인을 바라본다면,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쫓아 아름답게 보이는 것보다 내 안의 바람을 쫓아 느끼는 시간이 더 자유롭다는 걸 느낄 때 그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자기 돌봄이라는 인류학 수업이 잔잔했음에도 오늘 나에게도 필요했구나 싶어지네요.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는 서울대 교수님들의 강의를 선별하여 만든 시리즈, 일명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스물여덟 번째 책입니다. '서가명강'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책을 직접 읽지는 못했네요. 드디어 만난 서가명강 시리즈, 정말 기대가 컸습니다.
책 표지에 '인류학 수업'이라 쓰여있습니다. 인문학이 아닌 인류학. 낯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책 제일 앞 [이 책을 읽기 전에]라는 코너를 통해 인류학이 학문적으로 어떤 분야에 속하는지, 인류학이란 무엇인지, 어떠 것을 연구하는지, 학문이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도 먼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리 한번 단어를 접하고 그 의미를 곱씹은 후 본문에서 만나니 읽고 이해하기 훨씬 쉬웠습니다. 앞서 말했듯 서가명강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라 다른 서가명강 책도 이런 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좋은 구성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개인이 자신의 삶을 보다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타인의 욕망이 개인의 삶을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꽤 성장하고 수준이 올랐음에도 OCED 국가 행복지수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 개인은 아주 불행합니다. 이는 급속한 성장 시기에 무조건적이고 결과적인 성장 만을 추구하고 개인의 삶과 행복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이라고 저자는 그 원인을 진단합니다. 게다가 그런 경제와 정치의 발전이 국가, 기업, 혹은 자본가나 정치가 같은 소위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발전한 경제, 높아진 생활 수준을 갖게 됐음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누리고 즐기기 보다 그들처럼 힘 있는 자가 되어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는 경쟁과 성공 지상주의가 원인이라는 의견과 또 다른 관점으로 매우 공감했습니다.
각 부의 마지막에는 해당 부에서 다뤘던 내용에 관한 질문과 그에 대한 저자의 답이 담긴 [묻고 답하기]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당 내용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들어가거나 관련해서 생각할 만한 질문이 등장합니다. 마치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하는 시간 같더군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몸, 가족, 젠더'라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과 자신의 삶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자. 저자의 주장을 읽으며 '정말 나는 내가 아는 타인, 그것도 나와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아주 친밀한 사람이 아닌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지각을 시작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답고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어 삶을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서가명강 시리즈, 기대가 컸던 만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