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보통 ‘도망치거나」 ‘싸우려」 한다. 침실로 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나쁜 일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겠지만 과연 아이들도 그런 감정을 느낄까? 아직 어려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하고 실존적인 문제 앞에서 아이들은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할 때는 어른의 생각은 제쳐두고 아이가 자신의 기분을 이해하면서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을 넘어 세상이 무섭게 느껴질 때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인 대화」의 목표다. 기후 변화가 지구를 위협하고,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이 벌어지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에는 악의적인 내용이 넘쳐난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이런 일들을 대하는 마음은 조절할 수 있다. 어른이 먼저 감정을 조절하면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어떤 아이가 태어나든 부모는 새로운 ‘춤」을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발가락을 밟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그 춤에 익숙해질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춤을 출 수 있느냐는 당신과 아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을 잡는지, 당신이 아이에게 얼마나 기꺼이 공간을 내주는지, 당신 집의 바닥과 방, 조명이 어떤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기억할 것은, 아이가 스스로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까지는 당신이 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춤을 배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빨리 배우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미끄러질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춤을 출 것이고, 어떤 부모는 격정적으로 춤을 출 것이다. 마음 가는 대로 춤을 추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부모 중 한 사람만 춤을 추고 나머지 한 사람과 아이는 발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부부간에도 기질이 다르면 서로 다른 춤을 출 수 있다는 의미다. 형제자매가 많은 경우 또한 서로 발을 맞추는 게 어려울 수 있다.
--- 3장, 「부모와 아이의 춤추기」 중에서
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세상이 탐험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탐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부모가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의욕을 꺾는 순간이 많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화를 내며 성질을 부린다. 당연하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배운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해하고, 아이의 짜증에 부모가 균형을 잃고 당황하면 아이도 균형을 잃는다. 침착하고 분명하게 알려주거나 부드럽게 대응해야 아이도 차분해진다. 불안해서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낼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짜증을 내거나 매달리는 아이를 그저 품에 안아야 할 때도 있다.
--- 5장, 「아이들이 감정에 잘 대처하도록 돕기」 중에서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와 그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에 관한 뉴스는 거의 매일 볼 수 있을 만큼 이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어떤 문제에 관해 대화할 때 그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나 마음의 짐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부모가 자연재해의 직접적인 피해자일 수도 있는데, 이때 느낀 감정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기후 변화를 중요한 사회 문제로 생각한다면 그 문제에 대한 당신 가족의 대화 방식은 달라질 것이다. 또 당신이 그 문제에 많이 신경 쓸수록 당신의 아이들 역시 기후 문제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
--- 8장, 「자연재해와 기후 변화에 관한 대화」 중에서
부모의 아이패드든 자신의 스마트폰이든 전자 기기를 손에 넣은 요즘 아이들은 광대한 온라인 세계 속에서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접한다. 당신보다 아이가 먼저 뉴스를 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뉴스를 걸러내고 바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이 함께 거실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뺏거나 사주지 않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를 해결하거나 수업을 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휴대 전화나 태블릿 PC가 집중을 방해하고 정신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특히 소셜 미디어의 가장 무서운 면은 이로 인해 아이들의 행동이 바뀌고, 산만해지며, 걸러지지 않은 정보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중에는 위험한 요소, 그러니까 부모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에 반하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 9장, 「전자 기기의 위험성에 관한 대화」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이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룰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살면서 이런 문제로 의견 충돌을 겪는 일이 생길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갈등에서 길을 찾도록 도와주려면 가족 내에서 가치관을 확실히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민자나 다문화 가정에 관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민자나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고, 자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주어 경제를 활성화하는 면도 있지만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 증가라는 면에서는 단점이다. 이런 갈등은 악의惡意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이민자나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을 열등하다거나 범죄 또는 질병을 전파하는 존재로 보는 건 악의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는 불의에 잘 맞서도록 가르치는 게 무서운 세상에서 자존감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 10장, 「사회 정의에 관한 대화」 중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화가 바쁜 일상, 예를 들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휴대 전화로 문자 메시지나 SNS를 확인하고, 빨래를 하고, 운전하고, 장을 보거나 다른 일로 정신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나는 ‘10분 대화」를 할 것을 권한다. 무엇을 하든 연습이 필요하다. 대화도 예외가 아니다. 연습을 통해 대화를 일상의 일부로 만들어라. 그 대화는 심심풀이가 아닌 중요한 일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버스를 기다릴 때도 좋고, 아이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올 때도 좋다. 잠자리에 들어갈 때나 이른 아침 잠깐 시간을 내도 괜찮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날도 있겠지만 무겁고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날도 있을 것이다. 대화가 길어져 10분을 넘기는 날도 있을 것이고, 전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대화를 하는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