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자주 방문해본 적 있는 친구들은 ‘청구기호’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서관에 설치되어 있는 도서검색용 PC로 책을 찾으면 나오는 숫자와 문자의 조합, 그것이 바로 청구기호입니다. 청구기호는 앞서 설명한 십진분류표에 따른 분류의 결과물이자, 도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용자들에게 복잡하고 드넓은 서가에서 원하는 한 권의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열쇠 역할을 하지요. 청구기호는 앞에서 보았던 십진분류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장서가 많지 않은 도서관에서는 세부 분류기호만 보고 서가를 찾아가도 원하는 책을 찾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대학도서관처럼 규모가 큰 도서관에서는 청구기호에 표시된 문자 하나, 숫자 하나를 잘못 보면 한참 동안 서가 사이를 헤매게 됩니다. 청구기호는 ‘별치기호+분류기호+도서기호(저자기호+저작기호)+부차적기호’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별치기호는 자료의 형태나 자료실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기호입니다. 논문의 경우는 ‘T’, 연속간행물은 ‘S’, 참고자료는 ‘R’처럼 별치기호를 넣습니다. 그러니까 별치기호 T로 시작하는 자료를 R에서는 아무리 뒤져봐야 찾을 수 없다는 뜻이지요. 분류기호는 앞서 설명한 십진분류표에 따른 분류를 말합니다. 해당 책이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표시한 것이지요. 도서기호는 저자와 책 제목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부차적기호는 해당 도서가 어떤 시리즈에 속하는 책이 경우 몇 번째인지 등을 표시합니다. 같은 책이 여러 권 있을 때 관리 목적으로 부차적기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 「3장 나는 사서다」 중에서
저도 그동안 사서로 근무하면서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또 그 결과를 보고서로 남겼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5년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했던 김영하 작가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기획부터 시작해서 김영하 작가, 사회자, 장소 섭외는 물론 행사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참석자 규모가 수백 명에 달하는 대형 행사였지요. 하지만 정작 저는 직전에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김영하 작가를 만나보지도, 당일 행사에 참석하지도 못했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시기에 행사 당일에는 비까지 내려서 저는 집에 앉아서도 ‘행사가 잘 되었을까’ ‘이용자들이 얼마나 왔을까’를 걱정했었지요. 다행히 동료 사서들이 행사를 잘 마무리해주었지만, 저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제가 시작한 프로그램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2019년에는 초등학교 2~4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림책 작가를 모시고 총 12주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참가한 어린이들이 강의를 들은 뒤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나가면 마지막에는 이를 진짜 하드커버 그림책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신만의 책을 가지게 된 어린이들이 얼마나 기뻤을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때 저도, 동료 사서들도 아주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4장 책과 사람, 그리고 사서」 중에서
사서가 되려면 사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사실이지요. 그런데 미리부터 사서의 꿈을 키우려는 청소년들 있다면 그들에게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사서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 즉 대학교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선, 어떤 대학교에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학과가 있는지 파악해야겠지요? 졸업 후 정사서 2급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국내 4년제 대학교로는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33개 대학교가 있습니다. 준사서 2급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2~3년 과정의 전문대는 대림대, 부산여대(야간), 숭의여대, 창의문성대 4개의 대학이 있죠. 이 중 대림대와 부산여대의 경우 전공심화 과정을 통해 2급 정사서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4년제 대학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사서가 되는 데 필요한 체계적 커리큘럼은 모두 갖추고 있기에 어디서나 사서 일에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만약 사서교사를 꿈꾼다면 아예 대학교 학부시절에 임용고시 응시 자격을 주는 학교로 진학할 것을 권합니다. 일반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학과를 졸업하면 사서 자격은 얻을 수 있지만 사서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끝내야 하지요. 중앙대, 대진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교직이수를 통해 사서교사 자격증도 받을 수 있지만 그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학부시절 사서교사 자격증을 함께 취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국내 대학 중 공주대학교 문헌정보교육과를 나오면 별도 추가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임용고시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학교 문헌정보학과와 달리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사범대학에 설치된 문헌정보학 관련학과입니다. 그 때문에 학부 교육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사서 자격증은 물론 사서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습니다.
--- 「6장 사서가 되려면 무얼 해야 할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