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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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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68g | 152*225*30mm
ISBN13 9788965964469
ISBN10 896596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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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론자인 다마지오는 사고 이후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된 환자들, 즉 전향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을 겪는 사람들을 조사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매일 새로운 하루를 겪는다. 다마지오는 전향성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좋은 의사, 나쁜 의사’ 실험을 진행했다. 두 명의 실험 진행자 중 한 사람은 환자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전부 들어주었다. 다른 한 진행자는 만나자마자 환자의 손을 따끔하게 찌르거나 지루한 과제를 지시했다. 다음 날 환자들은 의사도, 그리고 자신들이 한 경험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환자들에게 두 실험 진행자 중 누가 그들의 친구인지 묻자,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좋은 의사’를 선택했고 ‘나쁜 의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환자의 직감이 그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의 경험은 감정적인 기억에 흔적을 남기고, 감정적인 기억은 우리의 행동을 유발한다. 우리가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느끼다: 뱃속의 이성」중에서

철학자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무신론자로서 죽은 다음 신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무슨 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한테 더 많은 암시를 주셨어야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인간이 신의 현존을 반박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 신봉자들이 그러하듯이 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의 현존 또한 믿어야 할 것이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는 무신론자들이 기독교를 패러디해 만든 종교다. 또한 분홍 유니콘도 믿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믿다: 뇌 속의 신」중에서

코믹스 시리즈 《배트맨》의 등장인물인 검사 하비 덴트는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의 반을 잃는다. 이 사건은 그의 얼굴 반쪽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앗아갔다. 하비 덴트는 이를 계기로 투페이스라는 악당으로 변모한다. 투페이스는 모든 일을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인물이다. 앞면이 위쪽이면 양심적이고 착한 성정을 따르고, 뒷면이 위쪽이면 악한 성정을 따른다. 말하자면 투페이스는 어떤 행위를 할 때 자유롭지 않다. 자신의 결정을 오로지 우연에 맡기고, 스스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자신을 위해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연이 자유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이들이 늘 하는 말이다. 이들은 “결정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구하려고 우연을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우연으로는 그 어떤 가치도 더 잘 드러낼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저 동전을 던져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 우리 중 그 누구도 행위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만큼이나 자유롭지 않다.
---「행동하다: 의지의 자유」중에서

“진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니체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고 답을 내놓았다. “진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은유의 떼다. 진리는 우리가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잊어버린 환상이다.” 니체는 자신의 명제에 계속해서 장식을 더했다. 그는 상대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몇몇 철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내용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기는데, 이는 격정적으로 공기 중을 누비고 돌아다니는 모기도 마찬가지다. 니체보다 먼저 상대주의를 주장한 사람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상대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진리가 각 개개인의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뜻인데, 프로타고라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존재는 보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진리가 문화 혹은 시대, 사회적 계층, 성별, 아니면 니체와 같이 종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알다: 진리로 가는 굽은 길」중에서

예술은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건드린다. 그것은 문학일 수도, 음악이나 그림일 수도 있다. 예술은 또한 우리의 문화적 지식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예술은 우리의 모든 정신적인 능력을 자극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특별하다. 미적 향유, 경탄, 혼란 등 각각의 도발에는 신경학적 설명이 따라야 한다. 생각을 연구하기가 가장 어려운데, 생각은 무상하게 흐르며 다른 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질 자연과 예술의 놀라움을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즐기다: 미의 예술」중에서

죽음의 철학에서는 내부적인 관점, 그것도 더 이상 내부로 파고들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깊은 관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죽음을 구상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데, 모든 상상은 생각하는 사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절하거나 마취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로 비존재이던 시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람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죽음은 어떤 경험의 부정(否定)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부정을 두려워하는 걸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죽음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 저명인사다. 그의 주장은 매우 간단하다. “가장 끔찍한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죽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다: 죽음의 의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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