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에 사건 발생과 처리 사실에 관해 불과 한두 줄의 기사로 남았을 사안이 황제와 역모 죄인 사이에 벌어진 미증유의 신문 기록으로 남겨진 데에는 분명 우연―순전히 개인의 개성적인 요소로 돌릴 수 있는 역사적 우연―이 작용했다. 우선 증정의 역모는 당시 만주족 정권에 불만을 지닌 일부 한인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 테지만, 그가 역모를 위한 어떠한 실제적인 노력도 없이 부정확한 정보들에 대한 순진한 낙관만으로 정말 역모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은 개인의 심리 문제로 남길 수밖에 없는 미스테리다. 또한 옹정제라는 전제군주가 강박증 내지 편집증적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이를 의심해야 했던 황위투쟁 과정은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가상의 적들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강화시켰다. 그것은 공적으로는 황제 재임 시기 만사를 자기가 완벽히 통제하려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그는 ‘유교’ 전제군주였다. 주접을 통해 관료들의 모든 정책에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개입하며 논쟁하길 즐겼던 옹정제는 언제나 자신의 행위와 처결이 모두 천하 공론의 도덕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길 바랐다. 유교적 성군상에 집착했던 것이다.
----「해제, 유교국가의 정통성과 대의각미록」중에서
아마 종래 화·이 구분에 관한 학설은 진과 송 등 여섯 왕조가 [남북으로] 일부 영토만을 차지하고 있던 시대에 비로소 생겨난 것으로, [당시 육조는] 피차 땅의 크기와 덕이 비슷하여 서로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북방인은 남방을 도이(섬나라 오랑캐)라고 비난하였고, 남방인은 북방을 삭로(변발한 오랑캐)라고 질책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덕을 닦고 인을 행하는 데 힘쓰지 않고 입만 가지고 서로를 헐뜯기를 일삼으면서 지극히 비루한 견해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지금 역적 무리는 천하가 일통되고 화·이가 일가를 이루게 된 시대임에도, 함부로 중·외를 구분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분노를 조장했다. 천리를 거역하며 아버지도 없고 군주도 없으니, 벌과 개미만도 못한 금수들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천지의 기수를 근거로 말하자면, 명대 가정 이후로 군주와 신하가 덕을 잃어 도적 떼가 사방에서 일었고, 생민은 도탄에 빠졌으며, 변경은 편안할 날이 없었는데, 당시 천지간에 기수가 꽉 막혀 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본조가 건립된 이래, 도적 떼를 쓸어내어 환우가 평안하고, 정치와 교화가 구축되어 문명은 날로 성대해지고 만민은 즐겁게 생업에 종사하며, 중외가 안락하여 어린아이에서 백발노인이 되기까지 일생토록 전쟁을 겪지 않았다.
----「제1권, 상유: 청 왕조의 정통성과 정당성의 근거에 관하여」중에서
짐의 형제 가운데, 아기나·새사흑 등은 오랫동안 사악한 음모를 꾸미며 저위를 바라왔었다. [황위를] 주고받을 때, 황고께서 짐에게 [왕업의] 위대한 토대를 맡기겠다고 한 유조를 이들이 직접 받들지 않았다면, 어찌 순순히 수긍하면서 한마디 말도 없이 짐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신하로 복종하였겠는가? 그런데도 역적은 뜬금없이 짐에게 아버지를 모해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이는 짐이, 사람들의 무고와 비방이 여기까지 이르리라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또한 역서에서는 짐에게 어미를 핍박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있다. 삼가 생각건대, 모후의 성품이 인후하고 자상하였음은 궁중 노인이든 어린이든 모두가 잘 안다. 짐은 [모후로부터] 양육과 큰 은혜를 받았고, 40여 년 동안 효성을 다해 극진히 봉양하여, 모후의 기쁨을 듬뿍 받았으니, 짐이 정말 성심을 다해 잘 봉양한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궁중의 여러 비빈들도 모두 모후께서 이런 효순한 자식을 둔 것을 칭송하고 모후께 축하를 드렸다. 이는 현재 궁 안의 내인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제1권, 상유: 정통성 부정에 대한 옹정제의 응답」중에서
네가 지은 역서 ??지신록??에서 “천하는 한 집안이고, 만물은 하나에 근원한다”고 했고, 또 “중화 밖의 동서남북은 모두 이적이다. 중원 지역과 가까운 곳은 오히려 조금이나마 인문의 기운이 있으나, 점점 멀어질수록 금수와의 차이가 없다” 등의 말을 했다.
이미 “천하는 한 집안이고, 만물은 하나에 근원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또다시 중화와 이적의 구분을 둔 것인가? 너 증정은 광패한 말을 방자하게 늘어놓는 것만 알 뿐 스스로 모순됨을 모른다. ??중용??에서 “‘중’과 ‘화’를 지극히 하면 반드시 천지가 제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생육될 것이다”라고 했다. 구주사해의 광활함에서 보자면 중화는 그 100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뿐, 그 밖의 동서남북도 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실어주는 큰 은혜 가운데 함께 하니, 곧 이것이 천하를 통틀어 하나의 ‘이’와 하나의 ‘기’가 있다는 것이다.
----「제2권, 중화의 밖은 모두 이적이라 한 것에 대한 신문」중에서
이에 나 자신의 의를 돌이켜 살피건대, 이전에 맹랑하게 [악 총독에게] 서신을 올렸던 것은, 심중이 무지하여 유언비어와 어그러진 논설에 현혹되어서, 지금 시대를 위한 군주를 구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왕조는 이미 이처럼 정통을 얻었고, 그 공덕을 거슬러 올라가 도의를 헤아리면 상·주·한·당에 버금간다고 말하는 것도 흡족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우리 황상께서는 또 이처럼 도덕이 완비되어 천고의 세월을 초월하셨다. 비록 공자와 맹자 같은 성인이 춘추전국시대에 계셨지만, 그 성인들이 허둥지둥 다급하게 쉴 겨를 없이 뛰어다니면서 군주를 도로 이끌며 요·순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자 했던 까닭은, 역시 차마 생민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현명하고 성철한 군주를 찾아 정치를 주관하게 하려 한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요·순과 같은 군주가 위에 현존하시니, 실로 옛날에 없었던 융성한 시기이자 생민의 한이 없는 복과 경사인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살게 되면 초목처럼 무지한 존재도 오히려 영화를 입어 감화될 텐데, 하물며 몸에 혈기가 흐르는 인간은 어떻겠는가!
----「제4권, 증정의 귀인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