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요. 두툼한 점퍼랑 털모자는 겨울옷이고, 반팔 티셔츠랑 수영복은 여름옷이잖아요. 왜 겨울옷, 여름옷을 다 가져가요?”
“칠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는 나라거든.”
“우리나라도 사계절이잖아요. 그렇다고 겨울옷과 여름옷을 같이 입진 않는다고요.”
“칠레는 남북으로 긴 나라야. 칠레 북부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는 아열대 기후, 중부는 온대 기후에 속하는 지중해성 기후, 남부는 빙하와 펭귄을 볼 수 있는 한랭 기후야. 원한다면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을 수 있지.”
허풍선이 설명했다.
--- p.23
알프스에선 이목을 해. 목동이 봄에 가축을 몰고 알프스 초원으로 올라가서 그곳에 살며 가축을 지키다가, 알프스에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가축을 몰고 마을로 내려가 마을 우리에서 키우는 거야.
“산에 머무는 목동들은 마을에 사는 가족에게 요들로 안부 인사를 전했다오. 목동끼리도 요들로 말했지. 말소리는 멀리 전달되지 않지만 요들은 메아리처럼 멀리 전달되니까.”
“분명 목동은 요들을 불러서 멀리 흩어진 소와 양들도 불러 모았을 겁니다.”
“그렇지. 요들뿐 아니라 알펜호른도 불었다오. 알펜호른의 소리는 10㎞까지도 전달되거든.”
--- p.44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커. 그 작은 나라 안에 중국, 말레이, 인도, 아랍 등의 민족이 함께 살아. 민족마다 종교와 풍습, 생각이 서로 다르지. 그런데 자기 민족만 내세우면 어떻게 되겠어?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종교가 달라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는 나라들도 많아. 하지만 싱가포르는 법과 규범을 많이 만들고, 법을 어기면 엄하게 처벌해. 종교, 풍습이 달라도 법은 똑같이 지켜야 하잖아. 그래서 국가의 질서를 잡고 안전한 국가를 만든 거지.”
“흠.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 사람도 점점 많아진대요. 법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할까요?”
주영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 p.87
“영국 사람들은 중국의 차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영국도 물에 석회질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찻잎을 많이 발효시킨 홍차를 좋아합니다. 동양 사람은 찻물이 붉어서 홍차라 부르고, 서양 사람은 찻잎이 검어서 ‘검은 차(black tea)’라 부르죠.”
왕방이 설명을 마치고 다시 녹차를 마셨어. 처음 녹차를 마실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지.
“그래서 중국의 차를 많이 수입했는데 중국 사람들은 영국 상품에 관심이 없었어요. 영국은 수출 적자였죠. 자기네 상품을 수출하려고 중국에 간 건데, 되레 중국의 상품만 수입하게 된 겁니다. 그러자 영국은 중국 사람들에게 아편을 팔았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아편에 중독되었고요. 그래서 아편 전쟁이 벌어졌고……, 윽!”
왕방의 말을 이어 내가 지식을 뽐냈어.
--- p.94
“어머. 같은 나라인데 시간이 다르다고요? 왜요?”
넋 놓고 허풍선의 이야기를 듣던 하은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고,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이 가장 긴 나라이기도 해. 그런데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15도씩 동쪽으로 갈수록 1시간씩 빨라지잖아. 지구가 한 바퀴, 즉 360도 도는 데 24시간이 걸리니까, 360도 나누기 24시간을 하면 15도인 거지.”
“그럼 러시아는 동서로 엄청 기니까 같은 나라여도 지역마다 경도가 서로 다른 거군요.”
“그렇지. 자, 이 세계 지도를 보면, 세로줄이 24개 있어. 경선이라고 하지. 경선은 경도 15마다 줄을 그어서 표시한 거야. 경선 1줄마다 표준 시간이 1시간씩 변한다고 생각하면 쉬워.”
--- p.121
“대한민국은 방바닥을 데우는 온돌로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는데, 핀란드는 사우나로 추위를 쫓는군요?”
나는 샤워기 밑에서 물을 맞는 거처럼 땀이 흘렀어.
“핀란드는 겨울이 길어요. 일 년의 반은 눈이 내리죠. 겨울엔 오후 3시만 지나도 어두워지기 시작하죠. 그래서 추위를 견디려고 사우나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핀란드의 인구는 554만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우나 시설은 몇 개나 있는지 아십니까?”
--- p.132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지? 오늘은 볼리비아에 갔던 얘기를 해 볼까? 아직도 열차에 올라타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군.”
“왜요?”
도담이가 물었다.
“국제공항이 있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시야. 해발 3,250~4,100m 사이에 있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 한라산이지? 한라산의 높이는 1,947m야. 라파스는 한라산의 2배 정도 높은 곳에 있는 거지.”
“라파스가 높은 곳에 있어서 싫은 거예요?”
주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