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입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이따금씩 힘에 부치는 날이 있었습니다. 이런 날은 으레 눈을 지그시감고, 교사가 된 나의 모습과 첫 수업을 상상하였습니다. 상투적이지만 칠판에 나의 이름을 크게 쓸 것입니다. 미리 준비한 농을 던지며 학생들의 긴장을 살짝 풀어준 뒤, 배에 힘을 주고서 나의 교육 철학과 수업 방식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 이런 상상을 하면 어느샌가 입가에 미소가 돌았고, 고된 수험생 생활도 참아낼 만하였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처럼 영감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영화 같은 학교에서 학문적 호기심이 가득한 학생들을 폼 나게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교사가 되고 보니, 현실은 이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뜻하지 않게 교사 경력의 많은 기간을 ‘학생부 선생님’으로 보냈고, 자연스레 모범학생보다는 ‘검은 양’들에게 관심이 더 갔습니다.
학교에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춘기를 훌쩍 넘긴 고등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지 고민했습니다. 결론을 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표본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대화한 아이들의 상당수는 부모에게 심한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집안에서의 보살핌이 턱없이 부족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요즈음 가슴 아프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방임, 유기, 가정폭력이 그것입니다. 한 입양아동의 사망 사건은 우리 모두를 슬픔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어른들은 우리가 잘못했다고, 세상을 고치겠다고 죽은 아이의 묘지에서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한 것은 예방보다는 처벌의 강화였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성(性)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좋은 부모가 되고 좋은 스승이 되는 교육’입니다. 피임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기를 어떻게 씻기는지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부모가 되었을 때 어떻게 아이와 대화할 것인지, 혹은 자신의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학이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교육학을 수강 신청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교육학을 신청하는 학생은 찾기 어렵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입니다. 꼭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가서 선생님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언젠가 스승이 됩니다. 친구나 선배, 혹은 부모라는 이름의 스승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승으로서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입니다.
대학교에서 교육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했습니다. 처음엔 학점을 위해서, 나중엔 교사 임용시험 합격을 위해서 공부했습니다. 교육학을 공부할수록 ‘이것 참 괜찮다’, ‘교사들만 배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학은 매우 방대한 학문이지만, 일반적이고 실생활과 가까운 내용을 추려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교양 수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좋은 부모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교양과목인 교육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하룻밤 안에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18개 장의 주제는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학습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재, 다양한 교육 정책과 이슈를 소개하여 대학 면접에 대비할 수 있는 소재로 구성되었습니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배울 교육학의 맛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많은 학생들이 교육학에 관심을 가지고 스승과 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교육학이 전 국민에게 보편적인 필수 교양과목이 되고 그 저변이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가정에는 준비된 부모들이 더 많아지고, 학교에는 행복한 아이들이 더 많아지는 소박한 꿈을 꿉니다.
--- 「서문」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