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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리뷰 총점9.5 리뷰 22건 | 판매지수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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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740g | 142*218*30mm
ISBN13 9791155401927
ISBN10 11554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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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이 마법사 그로머 경에게 “왓 위민 원트”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일 년 안에 찾지 못하면 죽게 되는 저주를 받았다. 모험 끝에 아서 왕은 마녀 라그넬의 소원을 들어주고 답을 얻는다. 마녀의 소원은 원탁의 기사 중 가장 잘생겼다는 가웨인과 맺어지는 것이었고, 수수께끼의 정답은 ‘sovereynte’, 바로 자기결정권이었다. 약속대로 아서 왕은 수수께끼를 풀었고, 라그넬은 가웨인과 결혼한다. 그리고 개구리 왕자 민담과는 정반대로, 가웨인이 라그넬에게 키스하자 저주가 풀리면서 흉측한 마녀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미인으로 변했다. 다만 라그넬은 저주가 절반만 풀렸다고 하면서 가웨인에게 이렇게 다시 물었다. “낮과 밤 가운데 언제 이 모습으로 있을지를 결정해주세요.”

남들에게 보이는 낮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만인 밤을 고를 것인가. 이를테면 저 질문은 인생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기도 하다. 가웨인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낮과 밤 중에 언제 진짜 모습을 드러낼지는 당신이 선택해주세요.” 그러자 남은 절반의 저주가 모두 풀리면서 라그넬은 구원을 받았다.
---「어른들이 사라진 시대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중에서

유머는 지성의 표현이다. 구석구석 꿰뚫고 있는 주제에 관해서만 우리는 진정 위트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웃는 99퍼센트의 상황은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거나 당황한 경우다. 하지만 나머지 마법 같은 1퍼센트의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웃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바로 우리가 무언가를 깊게 이해한 순간이다. 유머는 높은 수준의 깨달음을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하면 똑똑한 사람만이 유머러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유머는 오만과 대척점에 놓여 있기도 하다. 유머 감각이 탁월하면서 자신을 특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모순이다. 유머를 갖춘 이는 본인을 그다지 진지하게 여기지 않으며, 누구보다도 자신에게서 부조리한 면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하거나 만사를 미리 계획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유머와는 동떨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삶 앞에서 겸손한 사람만이 웃을 줄 안다」중에서

모두가 다양성을 떠들어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모든 것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주민들이 ‘통합의 노력을 하고 서구적 생활양식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야 칭찬을 건넨다. 친구의 딸이 무슬림 학생과 친해졌는데 어느 날 친구는 그 학생의 엄마로부터 조심스러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부탁인즉슨 따님이 먹는 햄 샌드위치 냄새를 자신의 딸이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친구는 도시락에서 돼지고기를 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 소녀는 친구의 딸과 멀어졌다. 그의 집은 ‘슈바인하임(돼지 우리)’ 거리에 자리한데다, 집에서는 ‘뷔르스트헨’(작은 소시지)이란 이름의 애완견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나는 그 무슬림 가족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빨리 이질성을 벗어던져야 하는 대상으로 이주민을 대하는 독일의 동화 개념은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표준화된 거대한 통합의 수프 속에서 형체 없이 녹아 사라지는 풍경을 추구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고향 밖에서는 이방인이다」중에서

절제한다는 것은 본래 ‘원한다면 얼마든지 달리 행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요구하지 않는 것’의 동의어로 ‘절제’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원래의 뜻을 왜곡하는 셈이다. 요구가 없는 사람은 요구할 권리도 없는 것이고, 요구할 권리가 없으면 그 같은 권리를 내세울 수도 없다. 자발적인 단념에 속하는 절제는 원대하고 강하고 영웅적인 것으로, 주인된 위치에서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오만, 이기심, 탐욕 등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말하며 굴종이나 굴복과는 무관하다. 절제는 우월하고 유리한 입장에서 실천할 때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좀스럽고 자기만족적으로 행동하는 이가 스스로 절제한다고 우긴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뿐이다.
---「사치는 휘두르는 것이지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중에서

공감능력이 타인의 욕구를 더 세심하게 고려하는 능력을 뜻한다면 오바마의 주장에는 전혀 문제될 부분들이 없다. 하지만 오바마가 연설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감정이입능력’에 더 가까운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이 주창한 공감피로 현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공감 번아웃’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선택을 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오바마와 리프킨이 열정적으로 호소한 공감이 가진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공감의 대상이 임의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오바마의 비유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바로 라틴어 ‘카리타스’다. 세상을 모두 품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웃에게 다정하자는 것이다.
---「공감은 내가 당신과 같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중에서

논쟁이 없으면 우리는 냉담한 바보가 된다. 볼츠는 놀이터를 가리켜 현대인이 모험을 경험할 수 있는 최후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놀이터에서조차 남과 경쟁하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교사들은 아이들 모두가 잘했으며 모두의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만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주파수가 맞는 끼리끼리 뭉쳐 다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지옥을 견디는 관용과 나 또한 타인에게 지옥일 수 있다는 성찰이다. 그러한 덕목은 오직 싸움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더욱 열렬하게 싸워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져야 한다. 그래야 타인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
---「경쟁을 두려워하면 패배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중에서

디지털에서 린치를 가하는 무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서 희생자를 찾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에서 비방이 대규모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가짜뉴스 역시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정말 끔찍한 문제는 위와 아래가 뒤집히며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은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는 일종의 진리부(《1984》에 등장하는 정부기관)에 해당하는 방송국을 설치해야 한다. 방송국의 임무는 유명한 사람이든 보통사람이든, 악독한 범죄자든 무고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온종일 그에 대한 최대한 많은 비방과 거짓을 퍼뜨리는 것이다. 그와 같은 테러를 당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를 경멸하게 될 것이다.”
---「어른은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구분할 수 있는 존재다」중에서

슈뢰더 총리를 목격한 누나는 나를 끌고 곧바로 그쪽으로 향하더니 최대한 격식을 차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총리는 누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로부터 등을 돌려 가버렸다. 나 혼자였다면 민망함에 얼음장처럼 굳어져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누나는 머리 장식을 몇 차례 만지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리를 옮겼다. 아이러니한 점은 다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생채기를 참고 견디는 사람일수록 상처를 덜 받는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감수한다는 것은 굳이 늘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꺼이 상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를테면 거부당할지언정 ‘너를 사랑해’라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부를 받아들일 용기,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인정할 용기야말로 가장 큰 도전일지도 모른다. 사실 만인의 연인은 만인의 ‘또라이’기도 하다.
---「전장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포탄이 떨어지는 바로 앞이다」중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닥터 루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늘 의식적으로 불행한 일과 좋은 일을 나란히 소개하고자 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에서 크게 다쳐 입원한 시절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그를 품에 안고 신선한 공기와 밝은 햇살이있는 야외로 데려가준 헌신적인 청년에 대한 묘사가 함께 등장한다. 1970년대 초 뉴욕에서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힘들게 일하던 시절을 소개할 때는 워킹맘으로서 얼마나 힘들고 우울한 경험이었는지를 숨기지 않았지만, 딸 미리엄과 함께한 행복도 같이 떠올렸다. 그는 삶에서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슬픔 옆에 감사함을 갖다 둘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삶의 비참한 면을 감추고 ‘긍정적 사고’만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의 대변자는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는 누구나 삶에는 여러 면이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불쾌한 경험을 삭제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삶의 가장 앞에, 또 한가운데에 기쁨이 자리하기를 원한다면 슬픈 감정까지 포함한 나만의 감정을 인정하세요. 슬픔을 억누르면 기쁨도 잃게 됩니다.”
---「행복은 구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다만 감사하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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