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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의 철학 2

이제마의 철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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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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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153*224mm
ISBN13 9788968498305
ISBN10 89684983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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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사상의학 이론 형성과 한석지

사상의학계에서는 사상의학을 증치(證治)의학의 보완적 성격과 인간의 자율의지나 체질의 특성을 새롭게 이해한 의학이론으로 설명한다. 사상의학은 인간과 체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토대로 성립된 의학이론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상의학의 사상(四象)을 오행의 계승 또는 변형으로 인식하여 한의학을 계승한 의학이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사상의학 이론 역시 인간을 자연의 변화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파악했다고 보고 오행이론에 기초하여 전개한 의학이론으로 해석한 것이다
.
그러나 계승 여부는 ‘인간을 이해하는 구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은 인간을 오행 또는 자연의 변화원리에 따르는 존재로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의학이론을 전개한다. 반면에 사상의학은 인간을 유학이론에 기초하여 해명하면서도 도덕을 경험적 시각에서 해명한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면 사상의학은 유학을 경험적 시각에서 해명하고 이를 토대로 의학이론을 전개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추론은 다음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첫째, 이제마(1837~1900)는 새로운 용어를 창안하여 인간을 해명한다. 사상의학은 기본적으로 한의학이나 주역 용어를 사용하여 의약 또는 의학이론을 전개하고 또 인간을 해명하는데 있어서도 주역 또는 성리학적 용어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사상의학은 한의학 이론의 계승 또는 성리학적 인간 해명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이제마는 “사심신물 사단” 또는 “호연의 리”와 같은 개념을 창안하여 사용하거나 성명(性命)을 혜각(慧覺)과 자업(資業)으로 해석하고, 도덕 또는 지행의 다른 이름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의학의 오행, 그리고 성리학의 리기와 같은 초월적인 방식의 해명 프레임을 벗어난 해석이다.

둘째, 인간의 존재 구도에 대한 재해석이다. 한의학 이론을 대표하는 [황제내경]에서는 인간을 음양의 법칙에 따라야 하는 유기체적 존재로 설명한다. 자연계에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고 인간은 자연계 안에 존재하므로 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물론 [내경] 전반을 가로지르는 일관된 흐름이다. 사상의학 역시 인간을 성명을 부여받는 유기체적 존재로 해명한다. 그러나 이제마는 인간을 자연의 법칙 또는 리기라는 초월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을 천지 사이에서 지행과 재록[祿財]을 추구하는 존재로 설명하거나, 천기와 인사의 사상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설명할 뿐이다. 인간의 존재 구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사상의학 이론의 변화는 한석지(芸菴 韓錫地, 1709~1803)의 학문적 영향 여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명확한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이제마는 한석지의 [명선록]을 접한 후 그의 학문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명선록]과 [동의수세보원]의 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는 물론이요 어구와 내용에 있어 많은 부분 유사점이 발견된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인간을 이해하는 구도의 변화는 [명선록]이 사상의학 이론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확장된 검토가 요구된다. 이제마는 한석지와도 다른 시각에서 인간 해명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명선록]을 검토하여 한석지의 사상이 사상의학 이론 형성에 미친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를 찾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사상의학 이론의 한의학/유학사상 계승 여부를 검토한 다음 한석지의 사상이 사상의학 이론 형성에 미친 영향과 한계를 고찰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찰에 기초하여 사상의학 이론은 유학 이론의 재구성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형성된 독창적 이론임을 드러낼 것이다.

1. 사상의학 이론의 한의학/유학사상 계승 문제

한석지의 『명선록』이 사상의학 이론 형성에 미친 영향은 한의학 또는 유학사상 계승 여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계승 여부는 『명선록』이 사상의학 이론 형성에 미친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를 찾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상의학을 한의학과는 다른 시각에서 인간을 해명하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독창적인 의학이론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사상의학 이론의 세 가지 특징에 기초한 것이다.

첫째, 사상의학의 이론적 근거는 경험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유학의 도덕이론에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의학 이론을 상징하는 [내경]은 도가를 비롯한 유가, 음양, 오행설 심지어는 참위설까지 수용하여 이론화한다. 때문에 오랜 의학 경험을 갖고 있는 한의학은 이들 학설을 의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여 이론화하되 이론화에 적합한 사상이나 이론을 취하여 일정한 체계를 갖춘 것으로 추정한다. [내경]은 특히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의학 경험을 재구성했고, 이후 음양오행은 한의학을 상징하는 개념이 되었다. 인간을 오행이라는 자연의 변화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구도 속에서 해명하고 이를 기초로 이론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마는 유학에 근거를 두면서도 경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도덕이론에 기초하여 의학이론을 전개하는 특징을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는 유학의 핵심 개념인 성명을 혜각과 자업 곧 지행[도덕] 능력으로 재해석하고 사단을 사심신물 사단으로 재해석한 다음 이를 확충하여 장부이론을 전개한다. 체질구분 역시 오행 이론에 근거한 한의학과 다르게 넷으로 구분한다. 이제마는 음식이나 자연환경보다 감정의 편착이 발병의 더 큰 원인이며, 감정(도덕/사적)은 타고난 체질의 장부기능에 따라 다르게 발현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편착된 감정이 장부기능에 반복적으로 영향을 주면 장기에 손상을 주어 발병하게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의료경험을 통해 발견한다. 이제마는 이러한 감정발현과 체질에 따른 장부기능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체질을 구분하고 의학이론을 전개한다. 사상의학은 이처럼 인간의 감정과 장부 기능의 상관관계라는 의료경험에 기초한다. 사상의학 이론을 한의학과 다르게 보아야 하는 첫째 이유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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