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칼을 들고 상담소에 온 남자
“저기, 상담 좀 할 수 있나요.”
원장님은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어 문 앞에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은 상담이 다 끝났는데 어떡하죠?”
“지금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서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러면 차라리 예약하고 내일 오시겠어요?”
“내일이면 늦습니다.”
푹 눌러쓴 모자. 상기된 얼굴. 무언가 일을 벌일 것 같은 완고함. 결국 원장님은 청년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자리를 안내하고는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다. 청년은 대답 없이 품에서 신문지 뭉텅이를 책상 앞에 턱, 놓았다.
“이게 뭔지 아세요?”
“글쎄요, 이게 뭔가요?”
“칼입니다.”
사례3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안증과 남자혐오
“아버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말씀하세요. 애가 유치원 때 아빠 무릎에 앉히고, 몸을 더듬고 가슴을 만졌다고 하는데 그런 일 있어요, 없어요?”
“없었습니다.”
“뭐라고, 미친놈아?”
아빠의 대답을 듣자마자 내담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일이 없어?! 네가 그렇게 안 했어?! 네가 그렇게 했잖아! 나 더듬고 그랬잖아! 너 그게 한두 번이야? 안 했다고? 개새끼야, 네가 인간이야?!”
내담자는 눈이 뒤집혀 아빠에게 온갖 욕을 해댔다. 원장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버님, 제가 좋게 말할 때 솔직히 말하세요. 만약에 아버님이 여기서 거짓말하면 얘 뒤집어지고 치료도 안 되고 인생 망친 거 더 망칩니다. 지금이라도 치료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세요. 자,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성추행했어요, 안 했어요?”
아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더니 입을 뗐다.
“잘못했습니다….”
(…중략…)
내담자는 명상최면을 하면서 자기가 샤워를 할 때 아파서 신음을 흘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좋아. 지혜는 지금 다 씻었는데도, 나가지 않고 계속 때 타월로 온몸을 닦고 있네?”
“…네.”
“그럼 이제 그 안에 있는 내 감정이 어떤지 느껴보도록 해봐. 그 안에 있는 내가 어떻게 느껴져?”
“예민해 보여요. 그리고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샤워실에서 나가고 싶은데 불안해서 못 나가고 있어요….”
내담자는 이처럼 샤워실에서 일찌감치 나가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구나. 지혜는 오래전부터 샤워실에서 나가고 싶었는데 불안해서 못 나가고 있었구나. 그래서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힘들었어. 맞니?”
“네….”
내담자는 샤워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을 보곤 목이 메었다.
“괜찮아. 이제 그 안에 ‘또 다른 나’가 들어갈 거야. 또 다른 나는 매우 현명하며 지혜롭고 용기가 있는 나야.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아무런 상처도 없어. 이제 선생님이 하나, 둘, 셋, 하면 또 다른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갈 거야. 자- 하나, 둘, 셋! 또 다른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니?”
“네.”
“이제 ‘또 다른 나’가 ‘상처받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줘. 그리고 상처받은 나에게 말해주는 거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나는 너를 이해해. 네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 불안해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내담자는 원장님의 말에 따라 상처받은 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라며 상처받은 나를 위로했다.
사례14 ‘고부갈등’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그래도 사과하셔요. 며느리가 지금 안 산다고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사과 안 하면 두 사람 못살아요. 특히 생일 때 며느리가 얼마나 존재감을 잃고 집에 왔는데요. 어머님 생각해 보세요. 생일에 시어머니가 대접해준다고 해서 갔는데, 대접은커녕 쫄쫄 굶고 왔잖아요. 고기도 며느리한테 뭐 먹을 거냐고 묻지도 않고, 어머니 딸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만 시키셨다면서요. 소고기는 달랑 1인분만 시켜주고. 그런 상태에서 고기가 넘어가겠어요? 가서 사과하셔요.”
“그래도 나는 못 한다요!”
절대로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시어머니였다. 그러자 원장님이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 들으셨죠? 이만큼 했는데도 어머님이 사과를 못한다고 하면 틀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남편이 선택하세요. 아내를 정말 사랑하고 이혼할 마음이 없으면, ‘나 가족이랑 연 다 끊는다.’ ‘명절에도 아무 데도 안 가고, 엄마랑도 연락 안 하고 당신만 보고 살 거다.’ 그렇게 말하세요.”
“우째 아들이랑 연을 끊으라는 거래요! 평생 절교하고 살으란 말이여!”
원장님이 냉철하게 말했다.
“어머님이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절대로 사과는 못 한다고. 그러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죠. 아들이 엄마와 연을 끊던가, 아니면 이혼을 하던가. 아드님, 어떻게 하실래요?”
사례17 ‘가스라이팅’을 하는 여자 친구
여자 친구가 그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야근이 많고 심지어는 주말까지 일할 때도 있어 데이트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황당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름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있는데, 어이없었다. 그가 싫다고 하자 그 순간부터 또 지옥이 열렸다. 여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또 다시 못살게 굴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아침에 회사를 나가는 척하면서 여자 친구 집으로 갔다. 이런 생활을 2개월 동안 하다 보니 회의가 왔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왜 이렇게 무능하게 이러고 있지?’
‘왜 이런 삶을 사는 거지?’
하루하루가 비관적이었다. 여자 친구는 그가 집에 있게 되면서 더 막 대하기 시작했다. 무시는 기본에, 막말에, 욕설에, 모든 감정을 퍼부었다.
“너, 내가 이거 해놓으라고 했지?” “놀면서 뭐 했어?” “병신같이 이럴래?”
언어폭력에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정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한 마리의 펫이 된 것 같았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도피였다. 내담자는 집으로 도망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여자 친구는 집 앞까지 찾아와 카톡을 해대며 겁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집 앞이니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나 들어가서 니네 부모님한테 난리칠 수 있다.’ ‘지금 안 나오면 정말로 깽판 칠 거다.’ 내담자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고, 여자 친구의 집으로 끌려갔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는 몰래 여자 친구의 집을 나왔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도망을 갔다. 부산에 있는 회사에 다녔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여자 친구가 3일 만에 일하는 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날 또다시 여자 친구에게 끌려갔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더는 여자 친구에게 사랑의 감정도 없었고, 공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거 같아, 여자 친구가 회사 간 사이에 상담소에 찾아온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