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보건소로 보내진 개, 고양이는 며칠 동안 데려갈 사람을 기다리다가 아무도 오지 않으면 안락사당한다.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아니면 병에라도 걸렸는지, 뼈만 남은 잡종 개가 컴컴한 우리 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개의 불안한 눈이 떠올랐다.
큰 사회문제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런 내게 갑작스럽게 돌아온 화살에 당황했다.
하필 일에 집중해야 하는 지금,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왜 우리 집인 거야?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보건소에 부탁하는 것은 도저히 못 하겠다. 새끼들을 데리고 어디 다른 데로 가주지 않을래?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단 말이야.
--- pp.21~22, 「1장 절벽 끝 새끼 고양이들」 중에서
장마가 끝났다. 그 여름, 우리 집은 작은 ‘고양이 카페’였다. 이웃, 친척, 고등학교 동창, 편집자와 그 가족, 은사, 엄마의 취미 친구들, 단골 병원 간호사, 소꿉친구, 십 년 만에 만난 친구들, 다도 교실 사람들, 문화센터 친구들……. 새끼 고양이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다.
손님들을 계속 현관 마루에 앉힐 수는 없어, 새끼 고양이 집을 거실로 옮겼다.
한 편집자는 선물로 사 온 장난감을 꺼내더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만, 말을 뱉자마자 고양이 옆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곧 쉰이 되는 어른이 새끼 고양이를 상대로 진지하다. 이따금 나를 돌아보고, 어렵게 입을 뗀다.
“저, 한 시간만 더 있어도 될까요?”
“그럼요. 편히 계세요.”
“그럼 조금만 더 실례할게요.”
그렇게 저녁까지 고양이와 논다.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겠습니다. 또 찾아뵐게요.”
이렇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간 그 사람은 나중에 동료를 데리고 다시 놀러 왔다.
박스 옆에 엎드려서 “오늘 밤 여기에 이불 깔고 자고 싶네요”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온천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이 흐물흐물해진 얼굴로 돌아간다.
--- pp.57~58, 「2장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걱정스럽던 홀쭉한 아이가 제일 먼저 엄마 품을 떠났다……. 지로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지로가 곁에 있다면 나나도 든든하겠지. 하지만 어린 둘이 갑자기 엄마, 형제들과 떨어졌으니 틀림없이 얼마 동안은 쓸쓸할 것이다. 빨리 새로운 가족과 친해지면 좋을 텐데……. 바람 부는 녹음 가득한 풍경이 일렁일렁 희미해지고, 건조한 눈이 젖어든다.
미미는 울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내가 지로와 나나를 데리고 간 뒤에도 평소처럼 다로, 구로, 시즈짱을 핥고, 변함없이 젖을 물렸다고 한다.
“이상하네. 한 마리라도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찾았으면서……. 다른 데 입양 갔다는 걸 아나 봐.”
그날 밤, 새로운 가족이 된 가네다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로와 나나는 고양이 모래에 제대로 볼일을 보고, 식욕도 왕성하다는 이야기에 일단 마음을 놓았다.
그날 밤 늦게 눈이 뜨였다. 계단을 내려가니 컴컴한 현관 앞에 미미가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현관문을 지그시 보고 있다.
--- p.123, 「3장 가을의 이별」 중에서
언젠가는 다른 데로 갈 아이를 맡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로가 ‘우리 다로’가 됐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안을 짓누르고 있던 뭔가에서 단숨에 해방됐다.
미미도 다로도 이제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함께 있을 수 있다…….
평온한 나날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전의 우리 집과는 전혀 다르다. 언제나 어딘가에서 미미와 다로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
--- pp.147~148, 「3장 가을의 이별」 중에서
울음소리보다 꼬리는 더 알기 쉬웠다. 다로가 긴 꼬리를 곧게 세우고 다가올 때는 의기양양해하는 것이고, 장지를 찢어 엄마에게 혼났을 때는 꼬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밖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있을 때는 룰루랄라 콧노래라도 부르는 것처럼 꼬리가 유유히 좌우로 흔들리고, 마당에 있는 도마뱀 같은 것을 주시할 때는 꼬리 끝이 조심스럽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럴 때 뒤에서 “다로짱!” 하고 부르면 대답 대신 꼬리를 크게 탁 휘두른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다. 조바심 칠 때는 바닥을 꼬리로 탁탁 치고, 흥분하거나 무서울 때는 털을 펑 곤두세워 부풀린다.
꼬리는 우리 손과 마찬가지였다. 미미는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 때 몸을 몇 번이고 비비고, 꼬리를 내 팔에 휘감는다. 옆을 지날 때면 인사 대신 꼬리로 톡 내 어깨를 두드리고 가기도 한다. 다로도 엄마 관심을 끌고 싶을 때, 텔레비전을 보는 엄마 눈앞을 일부러 가로질러 가면서 긴 꼬리의 끝으로 엄마 코밑을 슬며시 간질인다.
고양이들은 이렇게 풍부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고양이와 이야기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 pp.189~190, 「4장 새로운 가족」 중에서
고양이의 인생은 우리를 빠르게 추월해간다. 그걸 알면서도 역시 사랑에 빠진다. 언젠가 이별하는 날이 찾아와 복받치는 눈물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메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에 차가운 바람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이 아이들을 생각하며, 나는 울 것이다. 가슴의 아픔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슬픔이 불행은 아니다. 내 팔을 들이밀던 미미 이마의 감촉, 언어가 없는 생명과 마음이 통하는 기쁨과 함께 영원히 영원히 사랑의 아픔은 남을 것이다.
벌렁 드러누웠다. 익숙한 우리 집 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큰 대 자로 누워 옆을 보니, 내 옆에서 미미와 다로도 함께 드러누워 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엄마가 소파에 앉아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아빠와 살았을 때 엄마가 짓던 포근한 미소다…….
느닷없이 서글프고, 안타깝고, 울고 싶어졌다.
행복하다…….
--- pp.220~221, 「5장 작은 창 밖」 중에서
살다 보면 때때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 ‘고양이는 요물’이라며 덮어놓고 싫어하던 엄마가 이렇게 고양이와 사이좋게 낮잠을 자는 날이 오다니…….
“앗, 깜짝 놀랐어! 잠자코 서 있어서 누군가 싶었네.”
엄마가 벌떡 일어나며 눈을 박박 비볐다.
“아아, 이런이런. 또 세 마리 나란히 자버렸네.”
다로와 미미를 보며 겸연쩍은 듯이 웃었다.
엄마가 일어나자, 다로와 미미도 차례차례 눈을 뜨더니 몸을 활처럼 구부리며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재개했다.
시계를 보니 슬슬 5시. 미미와 다로의 저녁 식사 시간이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 평소처럼 법랑 그릇 두 개를 일부러 쨍그랑쨍그랑 부딪치며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로가 “냐아!” 하고 엄마 발치로 날아왔다.
나는 저녁때까지 조금 더 원고에 집중한다.
일과의 격투는 계속되고 있다. 슬럼프는 앞으로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고민을 살짝 옆으로 치워두고 웃을 수 있게 됐다. 사랑스러운 존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사람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내가 미소를 지으면 인생도 마주 웃어준다.
--- pp.243~244, 「6장 함께 있는 것만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