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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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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30*190mm
ISBN13 9791196780227
ISBN10 119678022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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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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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게 거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아이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엄마는 절망스러운 듯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은, 아이를 치료실에 데리고 다니느라 늘 지쳐있는 딸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다. 말이 느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손자를 향한 안쓰러움도 아니었다. 둘째 아이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여러 치료실을 다니느라 들어가는 돈에 대한 아까운 마음이었고, 남들에게 내보일 수 없는 손자를 두게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이었다.
--- p.17

아이가 밤에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자다 깬 후 다시 잠들지 못할 때, 혹은 발을 구르며 소리 질러 울 때면, 나는 상황이 빨리 종식되고 그 ‘문제’가 어서 해결되기만을 바랐다. 내가 수면 부족으로 다음날 업무능률이 떨어질까 걱정되었고, 소리가 새어 나가 아래층 사람들이 항의할까 두려웠다. 마음은 쫓겼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매일 기도했다. 아래층 가족들의 귀가 둔감해지기를, 경비실발 인터폰이 울리지 않기를, 아이가 오늘은 잘 자 주기를, 소리 질러 울지 않기를.
--- p.89

그것은 무지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다. 번쩍이는 간판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보는 것’이 문제라는 걸 몰랐다. 매번 노랑을 ‘골라도’ 되지만 ‘손에 들고 하릴없이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노란 옷과 장화가 잘못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인지 능력 부족이 아이의 문제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니, 정말 내가 몰랐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닥쳐올 현실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애써 피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위 말하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아이를 더 망친 건지도 모른다. 강박적 집착, 지독한 시각 추구, 전반적인 발달장애의 영역 속에 아이가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 그동안 괜히 노랑을 원망했었다. 노랑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 p.115

“넌 어쩜 그리 밝으니?”
큰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아는 동네 언니가 말했다.
“그럼 언니, 울고 다녀?”
편한 사이라 가볍게 응대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물밀듯이 쏟아져 내리며 마음이 착잡했다. 장애 아이를 둔 엄마는 어두운 모습이어야 하나? 내가 지나치게 씩씩한가?
--- p.167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장애를 가진 아이의 출생은, 새로운 세계와 뒤섞이는 일이다. 그 세계의 삶은 혼란스럽고 때로는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바깥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복잡한 가치와 행복도 존재한다. 나의 부모님도 장애를 가진 나와의 만남을 그렇게 경험했을까? 나는 여전히 우려했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와 만나는 부모들은 혼란과 슬픔 속에서도 작은 행복과 중요한 삶의 가치를 찾고 발견해 나갈 수 있는 사람임을 이 책에서 확인하며 조금 마음을 놓았다.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삶을 애써 이해하고 사랑하며, 작은 공동체를 이뤄 함께 글을 쓰고 나누는 일이란 이토록 아름답다. 계속 쓰고 말하시기를 응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듣기를 바란다.
- 김원영 (변호사)
글쓰기는 나를 들여다보고 토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때로는 속 시원해지기도 하고 힐링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속시원하게 담아냈다. 엄마들의 웃음과 울음, 장애 아이를 키우며 겪는 자기 성찰의 과정과 삶의 단상들을 짚어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모두에게 또다른 세상을 겪게 하는 일이기에, 장애유무와 관계없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 특히 엄마들에게 더 많은 공감과 힘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40여년 전, 왼팔 없이 태어난 나를 키우게된 나의 어머니의 마음과 지금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마음이 조금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장애도 개성으로 이해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 책 속의 에피소드에서도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이 모두 다르듯이 내 아이도 다른 아이라고 인식하는 부분을 여러 곳 보았다. 엄마들의 생각의 변화만큼 아이도 세상에 한발 나올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보는 엄마들에게 삶을 좀더 가볍고 즐겁게 대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힘들어지면 그녀들처럼 글을 써보길 권한다.
-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장애’에 대한 담론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에게는 여전히 피하고 싶은 주제이며,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상의 편견에 대한 변화는 급속한 사회변화의 물살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장애인의 삶 또한, 비장애인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사회속에서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팬데믹 사회에서의 거리두기보다 더한 외면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오늘을 견디며, 사랑하며〉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삶, 또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의 장애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일상적이면서 어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얘기하고 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 짓는 것은 그 대상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하고 있으며 장애가 있다는 것을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대중의 몰이해와 왜곡된 시각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많은 장애인당사자들과는 무한한 공감과 지지를, 비장애인들에게는 그들의 그릇된 인간관계의 무지함을 깨닫게 해주는 귀한 글들임을 자부하며, 많은 이들에게 가까이 두고 읽어두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 한동식 ((사)한국장애인연맹(DPI) 사무총장)
어쩌다 추천사를 쓰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한 작가가 ‘아이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라는 부분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관념으로 장애문제를 바라보고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에서 장애문제를 재단합니다. 그러기에 장애 문제를 무겁고 어둡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관념이지 장애 본인의 감정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이런 관념에서 벗어나 좀 더 밝고 긍정적인 관념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들의 상처가 치유와 성장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멈추지 않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의 징검다리가 될 날을 기다리며 건투를 빕니다.
- 이수배 (작가, 특수학교 교사)
흘려야 할 눈물을 삼킬 때,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쓰라림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었을지 감히 상상이 안 된다. 무심코 타인의 힘겨움을 예단하거나 불행함을 단정해 버릴 때 이미 우린 그들과 경계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나와 다른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이해와 공감을 섞지 못하면 자신의 삶 자체가 건조해질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삶이 있고 그런 삶 또한 보통의 삶에서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는 일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아플 때 대놓고 울 수 있을 때, 라야 누구나 숨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열어 주어 고맙다.
- 정민권 (사회복지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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