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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허균 저 / 달상 그림 / 김영희 해설 / 설흔 편역 | 서해문집 | 2021년 1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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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30g | 135*205*11mm
ISBN13 9791192085012
ISBN10 11920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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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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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이 빠르게 자라 여덟 살이 되었다. 눈에 띄게 총명해서 하나를 들으면 백을 알았다. 공이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으나 근본이 천한 까닭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면 꾸짖었다. 길동은 열 살이 넘도록 감히 아버지와 형을 부르지 못했다. 하인들마저 길동을 무시하자 원통한 마음이 뼈까지 사무쳐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했다.
구월, 가을 보름이 되었다. 둥근 달은 밝았고 맑은 바람은 쓸쓸히 불어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길동이 글을 읽다가 책상을 밀치며 탄식했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공자와 맹자를 본받지 못하면, 병법을 공부해 대장군의 도장을 허리에 비껴 차고 동과 서를 정벌해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내는 것이 장부가 해야 할 기쁜 일이다. 그런데 내 한 몸은 왜 이렇게 외로울까? 아버지와 형이 있어도 아버지와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 지경이다. 참으로 원통하구나!” --- 「경판 30장본 〈깊은 한을 품고서〉」 중에서

‘내 팔자가 사나워 집을 나와 도적 소굴에 몸을 맡기게 되었으나 본심은 아니다. 입신양명해서 임금을 도와 백성을 구하고 부모가 영화를 누리게 해야 하거늘, 남의 천대를 못 참아 이 지경에 이르렀다. 차라리 이를 기회로 삼아 큰 이름을 후세에 전해야 하리.’
길동은 짚으로 허수아비 일곱을 만든 후 군사 오십 명씩과 함께 팔도에 보냈다. 혼과 넋이 다 따로 있어 조화가 무궁했다. 군사들 또한 진짜 길동이 어느 도로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길동과 허수아비 일곱은 팔도를 마음껏 누비며 나쁜 사람의 재물을 빼앗아 불쌍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수령의 뇌물을 훔치고, 창고를 열어 백성에게 베풀었다. 곳곳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 각 읍의 군사들은 뜬눈으로 창고를 지켰다. 그러나 길동이 수단을 한 번 부리면 비바람이 크게 불고 구름과 안개가 짙게 깔려 하늘과 땅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니, 손이 묶인 듯 전혀 막지 못했다. 길동은 팔도에서 난을 일으키며 이름을 똑똑히 외쳤다.
“활빈당 장수 홍길동이다.” --- 「완판 36장본 〈포도대장을 쫓다〉」 중에서

며칠 후 섬에 도착했다. 상여를 대청마루 위에 모시고 날을 골라 일봉산에서 장례를 치렀다. 묏자리를 만드는 모습이 한 나라의 능을 꾸미는 듯했다. 분에 넘친다 싶어 놀라는 형에게 길동이 말했다.
“형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조선 사람이 출입하는 곳이 아니며 자식이 부모를 후하게 장사 지내도 죄 될 것이 없습니다.” --- 「완판 36장본 〈아버지의 초상〉」 중에서

길동이 성안으로 들어가 백성을 위로하고 소와 양을 잡아 장수와 군사들에게 베풀었다. 왕위에 오르니 을축년 정월 이십팔일이었다.
여러 장수에게는 고루 벼슬을 내렸다. 마숙을 좌승상, 최철을 우승상으로 삼고 나머지 사람의 벼슬 또한 모두 올려 주었다. 김길은 순무안찰사를 맡아 율도국 삼백육십 주를 돌아다니며 관리하게 했다. 조정의 모든 관료가 일제히 천세를 부르며 인사를 드렸고, 백성은 길동의 덕을 칭송했다.
왕은 백 씨와 조 씨를 왕비로 봉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현덕왕으로 추존했다. 어머니 춘섬은 대비로, 백룡과 조철은 부원군으로 봉했다.
--- 「경판 30장본 〈율도국 정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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