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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eBook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 죽음으로 완성하는 단 한 번의 삶을 위하여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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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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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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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7.6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2만자, 약 3.5만 단어, A4 약 71쪽?
ISBN13 9791191742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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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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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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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이 마주친 외딴 길 끝자락에 매달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삶을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할 시간을 가질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웰다잉,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다.

요컨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내 삶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기회이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나는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환자를 지켜본 의사로서,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삶의 끝으로 보기보다 삶의 완성으로 승화할 때 의미 있는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의 ‘역설적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까닭은 삶의 끝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그 절망적인 순간을 어떻게 하면 희망의 순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어떻게 자연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고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찾아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
---「프롤로그: 삶을 완성할 한 번뿐인 기회」중에서

죽음이라는 진실은 모두에게 두려운 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만약 지금 말기 진단을 받게 되면 지난가을에 밟은 낙엽이 내 생애 마지막 낙엽이 된다. 올겨울 보게 될 눈이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눈이 되며, 다음 봄에 만개할 목련과 개나리, 벚꽃과 라일락도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명절이나 이번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환자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서로 꼭 해야 했을 마지막 말도 못 하고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떠나보내야 한다. 이것이 불행이 아니면 무엇일까? 삶을 마무리하고 이 세상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고마웠고, 행복했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안했다, 용서해라”는 말을 해야 했을 사람들도 있다. 삶이 얼마 남지 않는 사람을 위한 첫걸음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두려운 진실일지라도 결국 그 진실이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제3장: 누구에게나 잘 죽을 권리가 있다」중에서

백혈구는 외부에서 들어온 미생물 및 세균과의 전투를 담당한다. 혈액 1세제곱밀리미터당 약 5,000~1만 개의 백혈구가 있다. 백혈구가 직접 세균을 포식하기도 하지만, 항체를 형성해 공격하기도 한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죽어가듯 백혈구 역시 몇 시간에서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이렇듯 우리 몸의 일부이자 대단히 소중하고 필수적인 존재인데도, 평소 우리는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며 산다. 숨이 가쁘거나 열이 나는 등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라야 이들의 존재를 인지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백혈구에 의한 면역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게 했다.

인간을 우주와 비교하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처럼 미미하고 무의미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이름도 지어준 적 없는 적혈구와 백혈구일지라도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존재이듯이, 우리 모두도 이 세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존재다.
---「제4장: 좋은 죽음 그리고 의미 있는 삶」중에서

임종 단계에 이르면 영적 존재로부터 시작해 정신적 존재로서의 퇴보가 진행되며, 마지막 순간에는 오직 생물학적 존재로서만 시간을 끌게 된다. 정신적 존재가 아닌 생물학적 존재인 몸으로 압박붕대에 팔다리를 고정한 채 욕창이 생기고 폐렴에 걸리고 패혈증에 빠진다. 믿기 싫겠지만 늙어서 죽는 대개의 모습이 이렇다. 비단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가 아니더라도 온몸이 퉁퉁 부은 채 아니면 야윈 모습으로 누워서 입, 코, 비뇨기, 혈관에 플라스틱 튜브를 꽂고 연명한다. 이런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것이 자연스러운 죽음일까? 나와 인연이 전혀 없던 사람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품위 있는 모습으로 죽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제5장: 그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중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덜거나 벗어나게 하는 사회 제도의 부재 때문에 선택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행되는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은 불법 집단이나 반인륜적 국가의 폭력과 고문에 의한 살인 강요와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는 부자들이 누리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만한 시설 마련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 사법적 책임만 묻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간병 살인과 동반 자살은 사회적으로 강요된 선택이다. 여기에 죄를 물어 처벌하는 것은 인간적인 삶과 품위 있는 죽음의 권리를 박탈하는 인권 유린이다. 죽음보다 못한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가 강요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정치 문제다. 단죄받아야 할 대상은 그 가족이 아니라 우리와 사회 그리고 국가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간병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일로만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적으로 해결했더라면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 매우 안타깝다.
---「제7장: 내 삶의 마무리를 내가 결정한다는 것」중에서

연명의료결정법에는 3가지 선언의 의미가 있다. 첫째, 질병 치료가 불가능해졌을 때 죽어가는 국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돌보겠다’는 것이다. 둘째,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실패’가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셋째, 죽음을 ‘환자와 가족’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돌보겠다’는 것은 호스피스 또는 임종 돌봄을 제공한다는 뜻이며, ‘삶의 완성’은 웰다잉을 위한 사전돌봄계획을 세워 개인의 삶과 죽음을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의미다. 연명의료결정은 그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개인의 웰다잉을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이 법을 만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저 연명의료결정만이 아니다. 국민은 웰다잉을 원한다. 의사들도 원한다.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결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제8장: 이별을 돌보는 일, 국가가 나서야 할 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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