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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식탁

정신과 의사의 식탁

: 내 마음을 만나는 가장 맛있는 곳

[ 반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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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2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88g | 135*207*20mm
ISBN13 9791185415451
ISBN10 118541545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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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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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저녁식사 시간일 것 같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방향으로든 하루의 인상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을 음식으로,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 그리고 또 장소로 기억한다. ‘만족스러운 식사.’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조건이 따른다. 별것 없는 한 상이라도 열심히 궁리해 만족하려 애쓴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에.
--- p.8

이건 내 식생활이다. 내가 늘 입는 옷과 같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처음에는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옷을 만든 거짓말쟁이 재봉사에게 속았다. 하지만 임금님은 결국 어리석어 보일까 하는 두려움에 속았으니, 말하자면 자기에게 속은 셈이다. 신하들도 어리석어 보일까 두려워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찬사를 보냈다.

내 식생활은 내 혀로, 내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맛있으면 맛있는 것이고 아니면 아니다. 억지로 홍어를 먹고 인상을 찌푸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아도 된다. 남들이 맛있다고, 최신의 유행이라고 하는 음식을 찾아 뒤처지지 않음에 안도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종종 벌거벗은 임금님과 그 신하들이 된다.

꼭 음식뿐이랴. ‘권위, 편견 그리고 자신의 기준’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 삼각대처럼 균형을 맞추고 서 있다. 굳이 억지로 깨뜨릴 필요는 없다. 균형을 유지하되 권위의 다리, 편견의 다리가 어떻게 자신의 기준과 함께 자기를 지탱하고 있는지 음미해보면 될 일이다. 가만히 보면 음식을 만나는 것과 사람을 사귀는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두고 보면 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 p.73~74

여행길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은 추억을 다시 곱씹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의 시대에 모르는 사람까지 합세해 함께 둘러앉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인다. 우연한 동행은 안전하지 않은 위험한 선택에 가깝다. 그러나 신선한 모험은 기억과 추억에 더할 나위 없는 양념이 되기에 우리는 여전히 구시대의 유물을 잡는 여행을 그리워한다.

허나 모든 관계의 시작은 아마 우연이 섞인 갑작스런 동행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 익숙해져 과거의 우연이 희미해진 것일 뿐이기에 딱히 우연과 필연을 구분 지을 것도 아니다. 우연이 주는 강한 자극도 좋지만 오래 씹어야 단맛이 느껴지는 쌀밥처럼 곁에 있는 지겨운 인연들을 다시 한 번 꼭꼭 씹어보는 것, 지금 그리고 여기 옆에 있는 사람들과 마주보고 밥 한 끼 하는 것. 이 관계의 처음의 긴장감, 우연함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 이 시기에 마음으로 떠나는 정적인 모임, 여행일지도 모른다.
--- p.175~176

그렇게 자라 나도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도 나도 백반도 변했다. 나는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버지가 되지는 못했다. 혼자 사는 삶이다. 집을 떠나 온전히 혼자 살다 보니 치킨이니 햄버거니 파스타니 하는 것으로 식생활을 전부 채울 수 없다는 것을,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음식이 정작 일상이 되는 것이 나름 괴로운 것임을 알아가는 중이다. 산업화와 개발의 시대에 아버지가 외식 계급이었다면 혼밥족인 나 그리고 우리는 외식 인류다. 맛있는 것을 많이 찾는 나에게 혹자는 미식가라는 레테르를 붙이지만 나의 정체성은 그저 모든 것을 사먹어야 하는 ‘외식가’일 뿐이다.
--- p.18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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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개복치를 즐기는 정신과 의사가 음식으로 감정을 복기하고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진짜 ‘사람’을 만난다. 그가 차려놓은 식탁에 취하다 보면 미식보다 깊은 치유에 배부른 느낌이다.
-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돼지는 무엇으로 사는가. 생각하는 돼지에게 추천하는 맛있는 읽을거리.
- 최자 (다이나믹듀오)
먹성 좋고 사람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가 편하게 말하듯 써내려간,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한 끼 식사 이야기.
- 이정규 (KBS 예능 PD)
음식의 맛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인생의 멋을 느낀 이야기. 그 여정의 일부에 동행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 송현수 (블로그 ‘녹두장군의 식도락’ 운영자, 작가)
친근하고 나긋나긋 말하는 듯한 글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 배동렬 (네이버 블로그 ‘비밀이야’ 운영자)
정신과의 영역은 너무 거대해서 경외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음식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감칠맛 나는 여행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는 듯 경쾌하고 상쾌해진다.
- 박후영 (네이버 블로그 ‘후후의 식도락’ 운영자, 외식사업가)
음식과 마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곳곳에 스며 있으면서도 편안한 친구와의 잡담처럼 속깊고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럴듯한 풍류도 담았지만 과하지 않고 그저 담백하다.
- 임기학 (‘레스쁘아 뒤 이부’ 오너셰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음식도 넘쳐나고, 휙휙 써서 내놓는 글도 넘쳐나는 시대에 아주 오래 묵혔다 소중히 내어주는 할머니의 간식 같은 아련한 문장들이 잔잔하게 마음을 만져준다.
- 팔호광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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