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사진 몇 장과 소소한 기억에 의지해 지난 경험을 추억했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부터는 사고 과정이 달라졌다. 여행 준비부터 귀가까지, 내 경험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했다. 이 경험을 어떻게 글로 담을지를 미리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만들려는 두뇌 회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름휴가 가방 싸는 법, 제주도 항공권 저렴하게 예매하는 법, 제주도 비행기 맨 앞줄 지정 좌석 예매하기, 제주도 3대 고기국수 맛집 추천, 스노클링 하기 좋은 제주도 명소, 제주도 돌고래 투어 체험기 등 내 눈과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이야깃거리다. --- p.41~42
글쓰기는 나를 알아차리는 데 특효가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80% 이상이 무의식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데리고 우리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며 살아간다. 마음이라는 아이는 꽤 수줍음이 있는 편이어서 평소에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똑똑 노크를 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면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준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글자로 마음을 적으면 비로소 마음이 눈에 보이게 된다. 보이지 않는 건 쓰다듬고 보듬어줄 수 없지만, 보이는 건 쓰다듬고 보듬어줄 수 있다. 머리가 엉켜 있으면 가지런히 빗겨줄 수도 있고, 옷에 구멍이 났으면 바느질을 해줄 수도 있다. 애정 어린 객관성으로 나를 보살펴주는 것이 글쓰기다. --- p.74~75
블로그 글은 예쁜 글자로 이미지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글을 그대로 읽어 영상이나 팟캐스트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요즘 동기 부여나 뉴스, 화제, 명상을 다루는 유튜브 중에 얼굴은 드러내지 않은 채 음성으로 글을 읽어 녹음한 후, 거기에 맞는 영상을 붙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얼굴을 드러낼 수 있다면 온라인 강의를 하듯 직접 이야기를 해도 된다. 직접 이야기를 한 영상을 1분 이하로 편집하거나 스틸 컷을 활용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블로그에서 출발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동시 업로드가 가능하다. 글자 그대로를 가공하지 않아도 글의 핵심 메시지나 핵심 소재를 담은 2차 콘텐츠로 가공할 수도 있다. --- p.127~128
유령 블로그는 심폐 소생술을 할 필요가 없다. 생명이 위독한 것이 아니라 그저 멈춰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어가면 된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자기 블로그를 ‘망했다’ ‘새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라며 더는 손쓸 방법이 없는 것처럼 여긴다. 돈 벌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망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부정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도 블로그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이유는 동기에도 목적에도 내가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가 동기고, ‘돈을 번다고 하니까’가 목적이다. 주제도 남이 정해주었고, 이유도 남이 정해주었다. 남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동승한 격이다. 나에게는 주도권도 주체성도 없다. 그러니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이 없이 혼자 하기가 막막해진다. 이유를 불문하고 블로그의 중심에는 ‘나’를 놓길 바란다. --- p.149~150
블로그는 말하듯이 쓴다. 내 앞에 친한 사람이 앉아 있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에게 말하듯이 써보자. 7년간 블로그를, 5년간 책을 써보니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이 있다. 같은 내용인데도 책 글과 블로그 글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 쓰는 대로 블로그에 쓰면 이상하게도 반응이 적다. 처음에는 글 내용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중에야 들은 이야기지만, 출판계에서도 책 글을 그대로 인터넷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 글은 정제되고 갖추어진 느낌이라면, 블로그 글은 그보다는 말랑말랑하다. 블로그는 소통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 p.214
제목을 지을 때는 사용자가 내 글을 클릭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는 생각으로 짓자. 타깃 독자(target reader)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제목이 좋다. 타깃 독자란, 내 글이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대상을 말한다. 창업 1년 미만의 신생 사업자, 초등학생 학부모, 은퇴 준비 중인 40~50대 직장인, 이런 식으로 내가 상상한 독자의 상세 조건이 있다면 그 독자가 목말라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흔히 하는 실수는 제목에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다. 결론이 노출된 제목도 피하자. 제목이 스포일러라면 클릭할 이유가 없다.
---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