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십대와 부모의 관계를 다루기 때문이야.
사실 주제만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너도 알겠지만 십대와 부모의 관계를 말하는 책, 기사, 참고문헌, 소책자, 웹사이트는 단어 하나하나까지 죄다 부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런 책들은 부모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설명하는 데 집중해.
하지만 이 책은 달라. 이 책은 십대인 너를 위해 썼어. 까다롭고 말이 안 통하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해 줄게.
이것부터 인정해야겠다. 부모님을 대하는 일은 꽤 힘들어. 많은 부모님들은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 어떤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까지 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적해. 대부분 맞는 말이고.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부모님은 네 기분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나무라기도 해! 그러고는 네 기분과 표정을 가지고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지!
어렸을 때보다 부모님의 말에 반감이 드는 일이 잦고 원망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도 눈치챘을 거야. 수년 동안 부모님의 말을 믿고 따랐는데 갑자기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기분이 들겠지.
그런 너에게 필요한 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설명서야.
--- pp.13~14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뇌가 열심히 일한 결과야. 너의 뇌는 부모님의 뇌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 생각도 다르고,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고, 반응도 제각각인데다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다르지. 그러니 매번 의견이 다른 건 놀랄 일이 아니야. 완전한 의견 일치는 불가능하지.
이런 차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면서 갖가지 논쟁을 일으켜. 나는 가장 잘 알려지고 끈질기게 벌어지는 몇 가지 논쟁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거야. 너는 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부모님은 왜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대체 왜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지, 무엇보다 그런 갈등을 해결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팁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
너의 뇌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복잡하고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어.
그건 여러모로 좋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혼란과 스트레스, 불안이라는 위험에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해.
--- p.20
네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부모님이 쓰레기 같다며 비하한다고? 네가 진짜 가지고 싶은 걸 두고 돈 낭비라고 해? 진짜 중요한 문제를 털어놓거나,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나서 부모님에게 말했더니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고? 심지어 (비)웃기까지 했다고? 뭐지? 소시오패스인가? 네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네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부모님에게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대체 뭘까? 네가 어렵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예를 들어 보자. 많은 십대들이 유명 유튜버를 꿈꿔. 너도 그중 한 명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런 꿈을 비웃거나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 제대로 된 직업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구글 검색만 잠깐 해 봐도
성공한 유튜버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그런데 왜
‘제대로 된’ 직업이
아니라는 거야?
너희 부모님은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몰라. 그러면서 사람이라면 뭔가 가치 있고 유용한 일을 해야 한다고 하겠지. 장담컨대 네가 프로 축구선수가 되거나 유명한 가수가 되면 부모님은 매우 기뻐할 거야. 생계를 위해 공으로 게임을 하거나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일이 대체 어떤 점에서 ‘유용’하거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까? 물론, 축구선수나 가수 덕분에 사람들은 행복을 느껴. 그럼 왜 경기장이나 무대에서 행복을 주는 일만 의미 있고 유튜브는 아니라는 거지? 내 생각에 부모님이 유튜브를 보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
그렇다면 왜 부모님이 자라던 시기의 일은 ‘제대로’ 된 것이고 중요한데, 네가 자라는 시기의 일은 그렇지 않다는 걸까?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네가 맞아.
도 안 돼. 이런 일들을 보면 부모님을 이해시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야.
부모님은 대체 왜 너처럼 세상을 보지 않을까?
사실, 이건 정확히 ‘뇌의 차이’ 때문이야.
뇌에 일어나는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변화는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부모와 십대 사이의 관계까지 바꾸어 놔.
--- pp.30~32
네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네가 사는 세상의 지배자였어. 모든 것을 알고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
십대가 된 지금, 너는 부모님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거야. 그건 너를 둘러싼 관계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뜻이기도 해.
부모님이 한때 전지전능해 보였다 해도, 실제로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냥 너와 같은 사람이지.
가끔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힘들게 만드는 실수투성이 뇌를 가진 인간일 뿐이야.
사랑받고 싶어 하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 자신들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아끼고,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인생의 고난과 스트레스와 씨름하고, 자신의 단점과 여러 문제를 끌어안은 채 최선을 다해 세상을 헤쳐 나가고, 자신의 부모님과 똑같은 일들을 겪은 사람이지.
그런 사람이야 부모님은….
너랑
다를 바 없어.
--- pp.280~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