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달그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달로 향합니다. 무무 씨만 빼고요. 달에 가기 직전 여행객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바로 무무 씨의 구둣방이지요.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구두를 닦습니다. 무무 씨는 구두를 닦으며 여행객들의 사연을 듣지요.
적당한 거리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우리네 사이처럼!
연남천 풀다발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풀들을 통해 전해 주는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
어떤 풀은 뾰족하고 어떤 풀은 둥글둥글하다.
둥근 풀은 뾰족한 풀이 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풀들에게 오늘도 배운다.
아빠의 밭
평생을 회사원으로 살면서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일을 하던 아빠는 어느 날 은퇴를 합니다. 부모님의 터전을 둘러보다 농기구가 눈에 들어오게 되지요. 그때부터 생전 지어보지 않던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초보 농사꾼의 시작은 어설프기만 합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첫해에는 고구마만 잔뜩 심지요. 이웃 어른들에게 하나씩 묻고 어깨 너머로 배우면서 하나하나 작물들을 늘려갑니다. 내 밭에서 나는 것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나눠 먹고 바꿔 먹으니 더 넉넉해진다는 것을 밭농사를 통해 배워 나갑니다. 밭이 아빠의 새로운 일터이자 놀이터가 된 것입니다. 작가는 수채화이지만 동양화 같은 차분하고도 담백한 색감으로 밭과 땅의 느낌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밭과 함께 늙어가는 한 남자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품고, 되돌려주는 밭의 품성과 닮은 그림입니다.
커다란 포옹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알록달록하면서 단순한 동그라미 하나로 그려낸 표지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함을 상상하게 합니다. 스토리 또한 단순합니다. 여자와 남자,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을 합니다. 그 사이에서 내가 태어났어요. 아빠는 커다란 포옹으로 우리를 안아주었지요. 하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자 나는 둘로 갈라진 느낌이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리고 엄마 곁에는 또 다른 아빠가 찾아왔습니다. 그 옆에는 나보다 어린 동생이 있었고, 엄마 배 속에는 또 다른 동생이 자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아빠도, 두 번째 아빠도 커다랗고, 따뜻한 포옹으로 가족을 감쌉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내 옆의 가족을 잘 보듬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검정토끼
표지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까맣고 큰 토끼는 어떤 토끼일까요? 어쩌다가 저렇게 커다란 토끼가 되었을까요? 겉모습부터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검정 토끼 한 마리가 바스락거리더니 전봇대 아래로 폴짝폴짝 뛰어옵니다. 도시 어딘가에서 저리 귀여운 토끼가 튀어나왔을까요?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닙니다. 한 마리는 곧 두 마리가 되고, 금세 여러 마리로 불어납니다. 귀를 쫑긋 세운 귀여운 토끼들이 전봇대 아래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이윽고 한 대의 트럭이 도착해 검정 토끼들을 북적북적 싣고는 어디론가 떠납니다. 이 토끼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고,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들이지요.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향기라고 할 수 있는 개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간도 모두 다릅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빛나는 재능을 발견해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세월이 지나면서 쌓인 흔적으로 뒤늦은 나이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모자란 삶이라고 할 수 없지요. 모두 소중한 인생임을 이 책은 이야기합니다.
토마토 나라에 온 선인장
온통 빨간색 토마토만 사는 나라에 삐죽삐죽 가시가 돋친 초록색 선인장이 유학을 옵니다. 안 그래도 낯선 나라인데, 거리에서 만나는 토마토들은 자기와는 모두 다르게 생겼습니다. 군중 속에서 혼자만 다른 모습으로 선 누와의 외로움은 얼마나 컸을까요?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한 나라로 이민 간 이민자의 마음이 이렇지는 않을까요? 낯선 학교로 전학 간 전학생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달그림의 신간《토마토 나라에 온 선인장》은 낯선 곳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그림책이자 네이버 그라폴리오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입니다.
때
때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피부의 분비물과 먼지 따위가 섞이어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몸에는 자연 때가 쌓이고, 그 때를 벗겨 내야 할 때가 찾아오지요. 때를 벗겨 내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쉽게 씻어 낼만큼 잘 불어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하고요. 이렇듯 때가 가진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파이팅!
이 책의 주인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입니다. 슈퍼맨 복장을 한 엄마는 아이들이 응원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외칩니다. 영아일 때, 유아일 때, 사춘기일 때, 성인이 되어서도 고비가 있을 때마다 엄마는 한결같이 응원합니다.'파이팅! 견딜 만해지기를. 파이팅! 참을 만해지기를. 파이팅! 열정으로 바뀌기를.' 엄마의 파이팅은 가족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뿐만 과로하는 남편을 챙기는 것도,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는 것도 엄마입니다. 슈퍼맘이라 부를 만한 엄마이지요.
뭐라고 불러야 해?
여기 아주 재미있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흔히 그를 '명태'라고 불러요. 명태는 한 가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때는 모두 그를 '명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어부가 놓은 그물에 잡혔더니 갑자기 '망태'라고 불러요. 그물이 아니라 낚시로 잡히면 '조태'라고 부르고요. 이런 상황들이 명태 입장에선 다소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잡혀서 수산 시장으로 옮겨 갔더니 다른 물고기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명태의 이름은 또 바뀝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생태'라고 적힌 종이가 앞에 떡하니 놓여 있지요. 그러다 꽁꽁 얼려서 냉동 상태가 되면 이번엔 '동태'라고 쓰여 있어요. 색깔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뀌는데, 속이 노란색일 땐 '황태', 껍질이 검다고'먹태', 흰색이면 '백태'라고 붙여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코를 꿰어서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가 되고, 바싹 말리면 '북어', 그것보다 훨씬 바짝 말리면 '깡태'가 되어 버립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명태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까지 마지막에 등장하지요. 투정 섞인 이름 소개가 끝난 명태는 이제 우리의 이름을 묻습니다. '너는 날 뭐라고 부를 거야?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돼?' 천준형 작가는 독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슬며시 비켜줍니다. 《뭐라고 불러야 해?》는 내가 불리던 이름들은 무엇이었으며, 그렇게 불리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가만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어떤 용기
이 책의 주인공 '점부리'는 흰뺨검둥오리입니다. 오리인 점부리는 성공한 사람의 삶을 동경합니다. 멋진 차, 멋진 집, 멋진 남편을 얻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 점부리는 큰 회사에 들어가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별나게 생긴 외모가 성공을 방해한다고 생각해 매일매일 겨드랑이 털도 뽑고, 성형 수술을 위해 돈도 모읍니다. 거기다 다이어트도 하고,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도 고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위한 시간은 포기하고 오로지 성공을 위해 달려왔는데, 어느 날 몸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있으면 완벽히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 같은데, 여기에서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점부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과연 행복이라는 것이 지금을 희생해야만 만날 수 있는 걸까? 진짜 성공이라는 게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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