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玄鎭健)은 190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호는 빙허(憑虛). 구한말 개화파 집안 출신이며, 유년기에 한학을 공부했다. 보성고등보통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세이소쿠 예비학교에 다니다 잠시 귀국해 있는 동안 동인지 『거화(炬火)』를 발간했다. 이후 일본 세이조 중학교, 중국 상하이 호강대학의 독일어 전문부에서 수학했고, 1919년에 귀국했다. 그는 1920년 외국 소설을 번역하여 소개하면서 문필 활동을 시작했으며, 『개벽』에 첫 작품 「희생화」를 발표했다. 그가 작가로서 주목을 받은 작품은 그 이듬해 발표한 초기작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이다. 그는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거치며 기자 생활을 하게 되는데, 특히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손기정 선수 사진의 ‘일장기 말소 보도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동아일보를 사직하고 양계업으로 생업을 꾸려가며 소설 창작에 전념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로서 일제강점기에 친일활동을 거부한 채 글을 써가기란 몹시 힘든 시대였다. 그는 1939년 동아일보에 복직하여 장편소설 「흑치상지」를 연재하기 시작했지만, 백제부흥운동을 소재로 민족혼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일제의 검열과 탄압으로 중단되고 끝내 미완의 작품으로 남았다. 역시 1943년 연재하던 「선화공주」도 미완의 작품이 된 채, 그해 폐결핵과 장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의 단편들과 장편 『적도』, 『무영탑』 등이 있다. 작가는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자전적 소설,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회고발적인 소설, 역사적 소재로 민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소설들로 자신의 확고한 색채를 보여주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 문학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