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새롭고, 지루하고, 따분하고, 긴장되며, 징그럽고, 끝없이 계속되는 출발 앞에서 느끼는 당연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한 의연함 역시 없음을 말하는 대화이다. 나와 다른 네 명의 사람이 같은 공포를 딛고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강인함에 대해 나눈 말들이다. 김겨울, 이승희, 정지혜, 이슬아는 기꺼이 되돌아보며 말해준 사람들이었고, 나는 묻고 듣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고르게 얽혀 있는 책이다.
--- p.9~10 「박참새, ‘시작하는 마음’」 중에서
안 두려울 수가 없죠. 고민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휴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거의 몇 달 동안요. ‘12월엔 무조건 쉰다.’ 이 생각으로 11월까지 버틴 거예요. 휴방이 저한테 너무 절실했고, 절실함과 지침이 두려움을 넘어선 상태였던 거죠.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어요. 내가 한두 달 쉬어도, 경력에 대단한 위협이 되지는 않겠다고요. 두려움도 있었고,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도 있었고. 이 모든 심정이 결합된 형태의 휴방이었던 것 같아요.
--- p.38 「김겨울, ‘읽고 쓰는 삶 : 이게 싫어지면 어떡하지?’」 중에서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내 길을 만들겠어요.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 거고요. 그러니 나의 못남을 좀 견뎌야 하는 거죠. 어쨌든 못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다는 결과적으로 나의 발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랬고요.
--- p.44~45 「김겨울, ‘읽고 쓰는 삶 : 이게 싫어지면 어떡하지?’」 중에서
내가 별로라는 걸 인정하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또 공개를 못해서는 안 되거든요. 그냥 인정해야 해요. 이거밖에 못한다는 것을요.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거죠. 더 잘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이 있으면 조금 더 대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 p.64~65 「김겨울, ‘만드는 사람 : 단어를 넘나드는 창작에 대하여’」 중에서
마케터로서 어떤 자리에 오르겠다, 이런 프로젝트는 꼭 해보겠다, 조직장이 되어보겠다, 데이터 마케팅 자격증을 따보겠다… 등등 저마다의 목표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거 자체가 없고, 회사에서 방향성만 주어지면, 저한테 어떤 일이 떨어지면, 그냥 하는 스타일이에요. 일을 부러 찾아서 할 때도 있지만 딱히 계획이 없어요. 최종 도착지가 없으니까, 그냥 룰루랄라 가는 거죠.
--- p.81 「이승희, ‘호흡과 중단 : 속도 말고, 얼마나 오래’」 중에서
제일 조심하려고 하는 부분은,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저도 취향이 있으니까 어떤 게 별로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별로인 건 절대 어디에 올리거나 평가하지 않아요. 저도 마케팅하면서 늘 열심히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매번 똑같지는 않거든요. 별로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늘 최선을 다해요. 예산 같은 내부적인 한계가 있을 때, 저희 마음대로 잘 안 되거든요. 그런 경험을 직접 해보니까 이게 어떤 프로젝트의 최선일 수도 있겠다고 깨달은 거죠. 내부의 상황을 모르는 채로 절대로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 p.95~96 「이승희, ‘영향력 : ‘내’가 어딘가로 가닿을 수 있음에 대하여’」 중에서
나의 속도로 맞추려고 하지 말고 그 환경의 속도로 살아보고 싶어요.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내가 적응할 수 있는 만큼요. 마라톤에도 페이스 메이커가 있잖아요. 제가 너무나 새롭고 낯선 환경을 직면하게 될 때, 페이스 메이커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속도를 찾아가는 건 어떤 환경이든 어려우니까요.
--- p.114 「이승희, ‘기록 : 번거롭게 사랑하기’」 중에서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려고 하다 보면, 그 전까지는 시작을 못하잖아요. 저는 ‘일단 해보고 싶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대신 이렇게 일하는 방식의 단점도 분명히 있죠. 예측할 수 있었을 부분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두 번 하게 된다거나 하는 점이요. 하지만 10년 동안 스스로를 지켜보니까 제가 일하는 고유한 방식이 그렇더라고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할 수 있는 타입이 아니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어서, 지금은 그걸 최대한 존중하되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p.152 「정지혜, ‘사적인서점 첫 번째 이야기 : 시작과 불안 그리고 종료’」 중에서
좋아하는 것도 책, 취미도 책, 여행을 가도 서점. 정말 책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어서, 저희 남편이 맨날 저보고 책밖에 모르는 책바보라고 할 정도였는데 여기서 번아웃이 오니까 정말 당혹스럽긴 했어요. 도망칠 곳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방책이 있어요. 그냥 사랑하는 걸 많이 만들면 되더라고요. 지금 사랑하는 게 책밖에 없어서 고민이신 거라면, 책 말고도 좋아하는 세계를 더 다양하게 만드는 거죠. 책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른 세계로 가서 잠깐 쉬고, 그 세계가 나를 힘들게 하면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식으로요. 사랑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굴리는 게 요즘 저의 방법인 것 같아요.
--- p.163 「정지혜, ‘BTS LITERALLY SAVED ME : 불안에 대처하는 사랑에 대하여’」 중에서
저는 무슨 일이든지 대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가 없이 거저 얻어지는 일은 없을뿐더러, 그렇게 얻어지는 건 딱 그 정도의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 희생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깝지 않아요.
--- p.164 「정지혜, ‘BTS LITERALLY SAVED ME : 불안에 대처하는 사랑에 대하여’」 중에서
제가 여러모로 체력이 약하긴 한데, 사실 어떤 강골을 갖다놓아도 반년 동안 매일 글 쓰게 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시키면, 몸이 아프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과슬이의 하루하루는, 일단은 돈을 받았으니까 해야 한다는 마음이 엄청나게 컸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정말 컸어요. 이 시기가 엄청나게 중요한 성장의 시기임을 알겠으니까, 너무 잘하고 싶어서 괴로웠다…!
--- p.207 「이슬아, ‘과슬이 : 아득한 과거에게’」 중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 너무 좋잖아요. 너무 웃기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계속 울컥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계속 살아서, 오랜 삶을 살아서, 저기에 저런 모습으로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용기가 되더라고요.
나도 지금 되게 별로인 점이 많지만, 계속계속 살아가다 보면, 그래서 노인이 되고 나면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게 되겠구나. 지금 가진 것을 많이 잃게 되기도 하겠지만요. 그래서 일단 진짜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 p.211 「이슬아 ‘과슬이 : 아득한 과거에게’」 중에서
연재를 최초로 멈출 때에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실력보다는 성실함으로 승부 보는 프로젝트라고 스스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멈추면, 그렇게 탁월하지도 않은데 성실함을 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불안했던 거죠. 하지만 이젠 그렇게 무리해서 하면 심신이 여러모로 약해진다는 걸 깨달으니, 무리를 안 하게 되었어요.
--- p.232 「이슬아, ‘미슬이 : 잘 모르겠지만, 다채로울 미래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