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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기억의 집

: 치매 어르신을 향한 문화예술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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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큰글자책)
[도서] 기억의 집 (큰글자책)
우동준 저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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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10g | 148*210*15mm
ISBN13 9791168260337
ISBN10 116826033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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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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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 사람의 생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짊어져야 할 저주가 아니라,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서로를 향해 보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당사자의 기억은 사라지지만, 남은 이의 기억은 생생하기에, 나의 기억은 사라진다 해도 감각은 생생하기에 관계 속에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마주할지 이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치매는 우리 모두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아주 보편적인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 p.33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부산은 깨끗한 대리석과 투명한 유리가 뒤덮은 신도시이면서 살아가는 모두가 함께 늙어가는 고령화 도시다. 그 어떤 대도시보다도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곳이기에 바로 이곳에서 고령화 도시와 치매를 향한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한 차례의 긴 호흡이 끝난다면 도시가 치매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해왔는지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 조성. 이건 도시와 벌이는 한판 승부임이 틀림없다.
--- p.42

기억에는 슬픈 기억도 있고 희망적인 기억도 있다. 공간과 장소를 통해 기억을 끌어낸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반가울 것이라는 건 섣부르고 순진한 착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꺼내진 분노. 급격한 우울. 그 모든 감성이 잘 순환돼 치매 당사자가 스스로 기억을 정의할 수 있도록 보조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기억을 묻고 기록하면서 개별 기억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도 함께 장착해야만 했다.
--- p.76

우리가 만들 모형이 그런 가속화의 방지턱이 되길 바랐다. 예술로서, 예술가와 함께 사회통념에 접근해 치매와 맞닿은 편견과 부정적 느낌에 작은 은유라도 덧씌우는 작업이 되길 희망했다. 내 가치, 내 자존감, 내가 나임을 잃지 않는 것을 예술 경험이 제공하는 것이다. 잘 다듬어진 장소 디자인보다는 공간을 찾은 이들과 접촉 면적이 넓은, 기억과 정서의 회복을 끌어낼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이야기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 p.80

예술이 긍정하는 또 다른 하나는 ‘나도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감각이다. 어르신을 향한 문화 예술적 시도가 경험의 질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해 사회적 소속감을 높여주는 데 기여한다. 일상의 만족감이 높아지는 만큼 줄어드는 건 우울함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어제와 다를 때 찾아오는 ‘우울함’과 ‘늙으면 죽어야지’로 대표되는 노년 세대의 거부 반응이 예술을 통한 작은 성취를 맛보며 완화된다.
--- p.105

치매 어르신을 초대할 네 곳의 ‘기억의 집’이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드러낼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하나씩 보완해 언제나 여린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론적 체계를 모형화하는 것에서 예술이 지닌 사회적 역할이 바로 드러날 것이다. 치매와 보호의 과정마저 예술일 수 있음을 알려주는 관점의 전환, 기억의 집을 통해 우리가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 p.122

개울가의 향기를 맡으며 함께 걷고 노래 불렀던 경험은 어르신의 어떤 기억과 마주쳤을까. 어르신들 역시 눈과 귀로 되찾은 기억으로 오늘 밤, 가족들에게 꺼내 놓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진 않았을까. 우리는 익숙한 그 시절의 음악을 매개로 지난 세월을 환기하고, 천천히 감각할 수 있길 원했다.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천천히 추억을 공감하는 장소가 이곳이 되길 희망했다.
--- p.142

오늘 하루가 지나간다. 일어나서 씻고, 가족과 밥을 먹고, 얘기 나누고, 웃고, 싸우고, 또 용서하고. 기억나지 않지만, 빈틈없이 통과했을 나의 하루다. 이내 곧 걱정마저 잊을 테고 하루씩의 즐거움과 고마움만이 내 마음을 채울 것이다. 잠에 든다. 고요히 하룻밤을 자고 나면, 나는 오늘의 모든 것과 이별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만큼 오늘은, 아주 깊은 잠에 들어야 한다.
--- p.174

세 번째 기억의 집도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어느 골목 한가운데 있었다. 골목은 ‘치매 어르신’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의 현장이다. 전시 공간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누구나 편히 찾아와 기억담금청을 꺼내 따뜻한 차를 나누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대문부터 현관까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작가들이 만나 풍성한 공간을 꾸민 것처럼 다른 사람과의 연결은 삶을 다채롭게 채색한다. 특별할 것 없이 삶 속에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내일의 골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냄새와 이야기가 깃드는 골목이 될 것이다.
--- p.195

때론 꺼내지 않은 말에 가장 큰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사진을 넘기며 천천히 말을 닫던 어머니는 이윽고 고요히 앨범만 넘기고 또 넘겼다. 지난 앨범을 통해 기억 속 장면을 넘나들며 감정을 더듬는 어머니를 보며 알 듯 모를 듯 미묘한 웃음을 짓는 딸. 즐거운 기억은 즐거운 대로, 행복한 기억도 행복한 대로. 어머니가 더듬어가는 기억들 속엔 즐겁고 아픈 기억을 지닌 딸의 모습 전부가 담겨 있다.
--- p.21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미 『오늘도 만나는 중입니다』(호밀밭, 2020), 『내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호밀밭, 2021)라는 좋은 책으로 우리에게 생각의 전환을 촉구한 저자의 새로운 책 『기억의 집』을 읽고 나니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화예술치유’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어는 차츰 기억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방법으로, 한순간이나마 기억의 집을 찾아주는 행복한 여정에 동참시키는 사랑의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놀이나 동무, 익숙했던 공간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노인을 그저 메마른 감정으로 대하고 기계적으로만 다루고 가르치는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로서, ‘선물’로 대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은 잘 설명해 줍니다.
비록 기억을 잃었어도 지혜의 연륜이 가득한 인생 선배나 스승이기도 한 노인들을 함부로 예의 없이 대해왔던 우리의 잘못된 모습을 반성하게 해 줍니다.
치매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어도 이미 부분적으로 ‘기억의 혼돈’을 체험하며 노년기를 살고 있는 제 개인에게도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오는 멋진 보고서이며 새로움을 더해 주는 책 『기억의 집』! 이렇듯 아름답고도 따뜻한 프로젝트로 희망을 주는 문화예술치유 관계자 여러분을 응원하며 알기 쉽게 글로 정리해 준 저자 우동준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이해인 (시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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