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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피리 소리

하늘의 피리 소리

: 한 줄로 읽는 고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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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456g | 136*194*21mm
ISBN13 9791165120481
ISBN10 116512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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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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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피리 소리

자유왈(子游曰) 지뢰즉중규시이(地?則衆竅是已) 인뢰즉비죽시이(人?則比竹是已) 감문천뢰(敢問天?) 자기왈(子?曰) 부취만부동(夫吹萬不同) 이사기자기야(而使基自己也) 함기자취(咸其自取) 노자기수사(怒者其誰邪).

제자인 자유가 말했다. “땅의 피리(地?) 소리는 여러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이고, 사람의 피리(人?)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군요. 그럼 부디 하늘의 피리 소리(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스승인 자기가 답했다. “(수없는 것에 바람이 불어 나무 구멍의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도) 각기 스스로가 소리를 내는 거야. 모두 제 스스로 초래한 소리라면 그렇게 사나운 소리를 나도록 한 것은 무엇인가?”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의 한 대목이다.
장자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함이었을까?
스승 남곽자기의 말을 더 들어보자. “말하자면 대지가 내쉬는 숨결을 바람이라고 하지. 그게 일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일단 일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다 요란하게 울린다. 너는 저 윙윙 울리는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어봤겠지. 산림(山林) 높은 봉우리의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 구멍은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옥로 같고 술잔 같고 절구 같고 깊은 웅덩이 같고 얕은 웅덩이 같고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지. 콸콸 거칠게 물 흐르는 소리, 씽씽 화살 나는 소리, 나직이 나무라는 듯한 소리, 흐흑 들이키는 소리, (…) 새가 울듯 가냘픈 소리 등 갖가지로 울리지. 앞의 바람이 휘휘 울리면 뒤의 바람이 윙윙 따른다. 산들바람에는 가볍게 응하고, 거센 바람에는 크게 응해. 태풍이 멎으면 모든 구멍이 고요해진다. 너는 나무가 바람 때문에 크게 흔들리기도 하고 가볍게 흔들리는 걸 보았겠지.”
남곽자기는 대지가 토하는 숨결을 ‘바람’이라 하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만인데 일단 바람이 일면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바람에 불려 요란한 소리를 내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람이 없다면 어떨까?
적적요요(寂寂寥寥), 자연은 본디 희언자연(希言自然)이다,
‘소리’는 분별을 일삼는 우리의 언설(言說)일 테고 ‘바람’은 포착하기 힘든 우리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그것(바람)이 울리지 않으면 ‘구멍’은 본디 무심(無心)이다. 마음의 작용은 현상이요, 구멍은 희언자연, 본질이다. 마음이 멎으면 세상도 따라서 고요하다. 그러므로 하늘의 피리 소리(天?)는 나로부터 연유한 것임을 짐작이나마 해본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나운 소리를 나도록 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존재한다는 그 유신견(有身見) 때문이 아닐까. 소리를 나도록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자는 남곽자기를 통해 말한다. “금자오상아(今者吾喪我) 지금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고.
그것은 다름아닌 현상으로서의 자기 부정이 아닌가. 현상이 무너질 때 본질이 드러나는 법. 이는 본질[道]에의 계합이다.
2,300년 전의 그 장자가 무아(無我)로 내 앞에 우뚝 나타난다. 나도 즉시 ‘무념(無念)’, 형체 없는 유령으로 어둠 속에 잠겨든다. 페이드아웃, 무대에 조명은 꺼지고 객석은 너른 들판. 다시 희언자연이다. 텅 빈 자연은 본래대로 고요할 뿐, 아무런 일이 없다. 우리는 잠시 그 길을 다녀갈 뿐이겠다.
장자가 만든 우화의 주인공 남곽자기는 책상에 기대 앉아 하늘을 우러르며 ‘후’ 하고 길게 숨을 내쉬며 멍하니 자기 몸을 잊은 것 같다고 했다. ‘앙천이허(仰天而噓)’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고자 한 ‘천뢰’가 아닐까. 천천히 내쉬는 숨을 ‘허(噓)’라고 한다. 생명은 다만 호흡, 그것은 그가 하늘을 향해 내는 피리 소리이다. 지금 여기에 현존(現存)과 마주하는 순수의식, 호흡 외 다른 무엇도 없다. 그러므로 “지금 나는 나 스스로를 잃어버렸다”며 “너는 그것[今者吾喪我]을 알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장자의 의중, 그것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던 질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모든 형상[諸相]에서 상 아님[非相]을 보면 진리[道]를 보리라”던 『금강경』 일구가 용케도 떠올랐다. 유에서 무(無)를, 현상에서 본체[道]를 보라는 말씀, 그래서 장자는 짐짓 자기 몸을 지웠던 것이 아닐까, 그 유신견(有身見)을. ‘금자오상아(今者吾喪我)’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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