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을 찾아오는 이유나 목적이 어떻든 간에 교수는 모든 학생을 상냥하게 맞아주고, 온갖 문제를 우주의 생성, 세상의 섭리와 연결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듣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인생에 대한 고민도 풀려버린다. 그래서 학생상담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명소다. 조금은 신비롭고 자상한 교수의 인품도 인기의 비밀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학생들이 우주 연구를 생업으로 해온 필자를 찾아와 질문도 하고 고민도 상담하는데, 그것들을 우주 연구 입장에서 쉽게 풀어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내용의 원형은 두 편집자가 던진 질문의 답으로, 그 예리함에 쩔쩔맨 적도 있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초보적인 질문이지만, 파장이 뭐예요?”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는데, 한 파동에서 다음 파동까지의 거리를 파장이라고 해. 사람의 보폭으로 비유하면 알기 쉬울 거야. 파장이 짧은 것은 보폭이 좁은 거야. 어린아이는 어른과 달리 보폭이 좁아서 아장아장 걷기 때문에 돌멩이 같은 장애물에 발끝이 걸리기 쉽지. 보폭이 넓은 어른이 한 걸음에 어린아이보다 멀리 갈 수 있듯이 파장이 긴 빨간빛은 더 멀리 갈 수 있어. 그러나 파장이 짧은 파란빛은 여기저기에 걸려서 쉽게 멀리 갈 수 없지.”
--- p.50
“밀물과 썰물의 차이요. 서해 제부도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 제부도로 향하는 길(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길이 물에 잠겨 사라지고 썰물 때는 바닷길이 나타난다)이 밀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몇 시간 후 집에 돌아가려고 다시 육지 쪽으로 향했더니 사라졌던 길이 다시 나타난 거예요. 정말 놀라웠죠.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딸의 ‘왜?’ ‘어째서?’ 공격이 시작됐죠. ‘바닷물이 빠져서 그래’ ‘왜?’ ‘달님이 끌어당기거든’ ‘바닷물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어?’ ‘그게 아니라, 물은 바다에 있는데……’ 하는 식으로, 제가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정확히 모르니까 애매한 설명이 되어버렸어요.”
--- p.79
“혜성은 불타고 있는 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머리 방향에 태양이 있어서 태양풍에 녹은 가스가 옆으로 날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꼬리 부분이 혜성 본체를 따라가지 않고 남겨져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상태가유성의 기원이야. 혜성의 조각은 혜성의 궤도 전체, 즉 혜성이 지난 길에 잔향처럼 떠 있지. 지구가 혜성의 궤도를 가로지를 때 그 조각들을 단번에 끌어당겨서 유성이 생기는 거야.”
--- p.92~93
“인류의 탄생은 불과 400만 년 전이니까 공룡에 비해 짧지. 공룡 천하였던 시대에 우리 인간, 아니 포유류의 조상은 생쥐 정도의 크기였어. 그들은 주위가 밝을 때 움직이면 커다란 공룡에게 밟히기 때문에 공룡이 잠든 밤에 활동할 수 있도록 청각을 발달시켜 생존했어. 야간에는 시각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청각이 매우 중요하지. 지금도 우리는 어두운 곳에 가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잖아. 어둠 속에서 귀를 막으면 만족스럽게 걷는 것조차 힘들어. 청각의 발달은 뇌의 진화도 가속시켰어.”
“공룡이 그렇게 오래 지구에서 살아준 덕분에 포유류의 조상은 청력이 발달한 거군요. 확실히 포유류는 귀가 밝은 것 같아요.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보다 귀가 밝은 포유류가 얼마든지 있잖아요.”
--- p.130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 H와 하나의 산소 원자 O로 구성되어 있어. 본래 서로 반발할 텐데, 이 원자들이 손을 잡고 물이라는 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공유결합을 하기 때문이야.”
“공유결합이요?”
“이건 서로 전자를 제공하여 만든, 전자쌍을 공유해 형성되는 화학결합이야. 이보다 가까워지면 반발하고, 멀어지면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지. 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결합해 H2O가 될 수 있는 거야. 사람 사이도 원자에서 분자가 되는 과정과 비슷해.”
--- p.163~164
“확실히 ‘지금’이란 시간은 미덥지 못하다고 할 수 있어. 가령,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8분 2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려. 이 말은, 수평선에 지는 해를 보고 ‘해가 진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태양은 그곳에 없고, 진 이후라는 거야. 즉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본 광경은 8분 20초 전의 빛인 거지. 겨울 밤하늘에 한층 아름답게 빛나는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9광년 떨어져 있으니까 우리가 보는 것은 9년 전의 빛이야.”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