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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 초판한정부록 : 산책 엽서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9건 | 판매지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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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97g | 112*184*10mm
ISBN13 9791188613243
ISBN10 118861324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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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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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봄비가 내린다. 날이 어스름한 탓에 느지막이 일어나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깨우러 산책을 나갔다. 봄비를 양껏 먹어 신난 나무와 꽃을 보고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잘 살아 보자고 나에게 말해 본다.
--- p.21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 나들이 코스로 이곳 중 한 곳을 정한다. 느지막하게 아침을 먹거나 김밥을 사서 예술의전당 가기 전 서울둘레길에서 새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먹곤 한다. 한마디로 책 제목으로도 나와 있는 ‘주말엔 숲으로’를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 p.34

“미끄럽지 않나요?”
“하나도 안 미끄러워요. 미끄러울 것 같으면 이쪽으로 해서 올라가세요.”
“(등산화를 신고 와야 하는데) 운동화를 신고 와서요. 그런데 대단하세요. 목발로 눈이 온 산을 올라가시고요.”
“할 일이 있어야지요. 할 일이 없으니 이거라도 하는 거지요.”
“그게 대단한 일이지요.”
“조심히 잘 올라갔다 오세요.”
--- p.37

스님이 세우신, 발음도 예쁜 ‘플럼 빌리지(자두 마을)’라는 명상센터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시던 틱낫한 스님이 오늘 입적하셨다는 소리를 들었다. 대한이 지나 날이 조금 풀리려나 싶었는데, 하늘이 깜깜한 이유가 있었다. 스님은 평소 걷기명상을 할 때 “땅에 입맞춤하듯 걸으라.”고 하셨다.
--- p.41

내가 생각하는 산책과 산책의 기술이 무엇인지 잠깐 얘기해 보자. 산책(散策). 한자로는 ‘흩뜨릴
산’자에 ‘꾀 책’으로 꾀나 전략을 흐트러뜨리는 것이고, 영어로는 ‘Walk’, ‘Stroll’이란다. 우리 출판사 대표 작가이기도 한 우리말지킴이 최종규 작가님은 내가 산책책을 쓴다고 하니 이미 많은 이들이 산책이라는 한자로 책을 냈기에 산책보다 ‘마실’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 오신 적도 있다. 여하튼 이런 산책과 걷기가 다르고 여행이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산책이란 무엇보다도 마음이 여유로워야 한다.
--- p.43

“깊은 호흡, 몰입으로 똑같은 동작이라 생각되는 그 동작에서도 새로움을 찾으세요.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고, 먹고, 씻고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특별함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아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할 뿐입니다.”
--- p.47

지금도 기억난다. 언젠가 ‘엄마는 이렇게 하고 놀았어.’ 하고 한 번 보여줬는데, 이젠 예쁘게 눈이 쌓일 때마다 눈꽃 그림을 그려주곤 한다. 산책하는 시간으로 옳은 시간은 없다. 제일 좋을 때란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때다.
--- p.51

올해 소소한 계획 중 물구나무서기도 포함했다. 얼마 전 도장에서 물구나무서기를 잘할 수 있는 동작 몇 가지를 배웠다. 다리를 위로 차면 처음엔 통나무처럼 무거웠던 다리가 무안하게 큰소리로 쿵 하고 떨어지곤 했는데, 한 주가 지나고 두 주째가 되니 이제 위로 찼던 다리 떨어지는 소리가 처음보다 크지 않다. 이렇게 한 달만 지나면 나도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을까? 잘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게 만드는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 p.58

나 역시 알람 없이 눈을 뜨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책 주문을 받고, 일을 조금 하다가 점심을 먹은 후 긴 산책을 하며 바람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나무와 풀에 봄 기운이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만져 보고, 냄새 맡고, 걸어 보는 요즘. 나의 삶에 여유 한 숟가락 더 넣고, 조바심을 한 숟가락 빼고 싶은 날이면 산책을 끝내고도 아쉬움이 생겨 집으로 가는 걸음을 살며시 늦춰 보곤 한다.
--- p.64

불교에서는 산책을 포행(布行)이라 한다. 어른스님들은 “포행 빼먹지 마라. 보약 한 재보다 낫다.”라고 말씀하신다. 스님들도 하루 세끼 공양(식사) 후엔 반드시 포행을 한다고. 그 가운데서도 사시(오전 11시)공양 뒤에 두 시간씩 걷는 포행은 스님들의 건강을 지킨다고 한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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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봄, 여름, 가을. 작가와 함께 산책한 느낌이다. 여유가 없어 산책을 못 한다는 핑계는 접어두고, 내가 좋아하는 숲 향기를 맡으러 오늘부터라도 물 한 병 들고 산책하러 가야겠다.
- 이민희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 작가)
손으로 살림을 매만지며 하루를 살기에 슬기롭게 바라본다면, 다리로 흙을 느끼며 걷기에 하늘을 이룬 바람 사이로 묻어나는 햇빛하고 별빛을 받아 따사로이 마음을 가꾸는구나 싶다
- 최종규 (국어사전 편찬자, 『곁책』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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