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에 산 주식이 있다고 해 보자. 현재 주가가 5만 원으로 떨어졌고 이후 반등할 여지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면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지금 매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과거에 지불한 ‘매수 단가’ 10만 원에 사로잡혀 그 이하로는 절대 팔 수 없다며 주식을 쥐고 있다가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현재 잃고 있는 5만 원이 너무 아까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미 지급하여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매몰 비용(sunk cost)’이라고 한다. 이미 들어간 시간과 노력, 돈 등의 매몰 비용이 아까워 실패가 예상되는 일에 계속 투자하는 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제시한 개념으로, 이미 지급한 비용에 대한 과도하고 불합리한 집착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가 발생한 즉시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보다 앞으로 발생할 피해가 더 크다면 그만두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매몰 비용의 오류가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당장 손절매하는 게 이득임을 알면서도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이 얼만데”, “1년 동안 준비한 아이템인데 버리기엔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워”, “돈이 아까워서 지루한 영화지만 계속 봤어”,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등의 이야기를 하며 잘못된 결을 계속 밀고 나간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막대한 손실뿐이다.
---「실패할 것이 뻔한 일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심리 : 매몰 비용」중에서
페이커 이상혁보다 많은 우승을 거둔 선수는 없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우승하지 못할 때마다 ‘전성기가 끝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처음엔 민감하게 받아들였는데 이젠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프로 생활을 하다 보면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이죠.”
내가 그를 만나던 당시에는 팀이 연패(連敗)로 위기인 상황이었다. 역시 ‘한물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는 침착했다. 성격 검사에서 ‘로봇 같은 성격’이라고 나왔다는 그는 졌을 때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복기하고 피드백을 철저히 하는 편이라고 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돌아보고, 그 부분은 바로 개선하려고 노력하죠. 감정적으로 잠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잘 자야 내일 게임을 잘하니까.”
그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 팀원들과 “잘하자. 편하게, 침착하게 하자”라고 말한다고 한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성공에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런 그에게 사람들은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고 했다. 프로 게임계의 양대 전선 임요환과 페이커를 모두 지켜본 스타 프로 게이머 출신인 전 아프리카 프릭스 최연성 감독은 페이커와 임 요환이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로 혹독한 자기 관리를 꼽았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공통적으로 갖춘 능력 : 충동 조절」중에서
이렇게 혼자일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하거나 일할 때 능률이 더 오르고 작업 효과가 개선되는 것을 ‘사회적 촉진 효과(social facilitation effect)’라고 한다. ‘관중 효과’라고도 부른다. 스포츠 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과 교수인 노먼 트리플렛은 사이클 선수들이 혼자 달릴 때보다 함께 달릴 때 기록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는 40명의 아이들에게 낚싯대를 주고 릴에다 낚싯줄을 최대한 많이 감는 숙제를 내 주었다. 처음에는 혼자 하게 했고, 이어서 다른 아이와 함께 수행하게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다른 아이와 함께 할 때 더 빠르게 줄을 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사회적 촉진은 단순하거나 숙달되거나 예행 과정이 잘 이뤄진 친숙한 작업에서만 발생한다. 반대로 복잡하고 서툴고 덜 친숙한 작업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작업 효과가 오히려 감소한다. 이를 ‘사회적 저하 효과(social impairment effect)’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를 회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까닭 : 사회적 촉진」중에서
성공과 실패는 얼마나 간절한가에 달려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작사가 김이나는 간절함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그녀는 정말 간절하게 음악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고 한다.
“불확실한 자신의 재능만 보고 현실을 포기하는 사람이 간절한가요, 아니면 현실을 챙겨 가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그 일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간절한가요?”
누구나 내 꿈은 소중하고 간절하다. 그러나 간절함은 현실 인식과 비례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암흑기를 버텨 내야만 성공에 이를 수 있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만들어요.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와요.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죠.”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 : 더닝-크루거 효과」중에서
프랭클린은 자서전에서 이 사례를 언급하며 “당신을 한 번 도운 사람은 더욱 당신을 돕고 싶어 하고, 당신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은 더욱 당신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어 한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로부터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Benjamin Franklin effect)’라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다.
벤 카스노카는 어렵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자문 위원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내심 ‘이 친구가 내 자문을 필요로 할 만큼 나를 인정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할 것이다. 이렇게 관계를 맺고 나면 인연은 갈수록 끈끈해지게 된다. 즉 카스노카는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활용해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 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가 그의 투자사에 참여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리라.
---「기회와 운을 끌어당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프랭클린 효과」중에서
재미있는 일이야 뭘 어떻게 해도 즐겁게 할 수 있으니 하기 싫은 일에 초점을 맞춰 보자. 귀찮고 지루한 일을 몰아서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치자.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끝내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 이럴 때는 다시 그 일을 세분화해서 변주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지각적 범주화(perceptual categorization)’라고 하는데, 어떤 일을 자신에게 의미 있는 덩어리로 구분하여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다양한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 우리의 뇌를 속이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일요일 아침 10~12시 집 안 청소’라고 계획하기보다 ‘10시~10시 30분 거실 청소, 10시 30분~11시 침실 청소, 11시~11시 30분 화장실 청소, 11시 30분~12시 주방 청소’ 등 구체적으로 하위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둘 다 똑같이 2시간 동안 집 안을 청소하는 것은 맞지만 거실, 침실, 화장실, 주방 등 하위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만들면 지루함을 상쇄시킬 수 있다. 같은 일을 몇 시간 동안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의지력은 체력처럼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부족한 의지력을 탓하는 데 더 이상 기운 빼지 말고 그럴 시간에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라.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빨리 끝내는 법 : 습관화 & 지각 범주화」중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김진수 변호사는 2019년 사법 연수원 최초로 지방대 출신 수석 졸업생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이다. 그는 ‘스톱위치’와 ‘엑셀’을 사용해 시간을 관리했다. 부산대 기계과에 입학한 뒤 공대 수업을 들으며 공인 회계사(CPA) 시험에 도전해 한 번에 붙었다. 대학교 2학년 때 공부를 시작해서 3학년 1학기 때 1차 시험에 합격했고, 2학기 때 2차 시험에 붙은 것이다.
“휴학을 안 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덕분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가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도와준 것이 스톱워치다. 방법은 간단하다. 공부할 준비를 끝내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할 때 스톱 워치를 켠다. 그리고 잠시라도 집중이 안 될 때는 스톱워치를 끈다. 그러면 딱 공부한 시간만 카운트된다.
“처음엔 제가 온종일 공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하루에 4~5시간밖에 안 하더라고요.”
눈에 시간이 찍히니 그 시간을 좀 더 많이 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차츰 요령도 생겨 스톱워치 시간으로 하루에 10시간까지 찍었다. 그 결과 휴학을 하지 않고도 당당히 공인 회계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당신이 가장 아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 시간의 상대성」중에서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당신의 아이디어를 꼭 통과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일단 선택지부터 줄여라. 선택지가 너무 적으면 불안하고, 너무 많으면 혼란스럽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세 가지면 충분하다. 경영 사상가인 짐 콜린스는 “중요한 것이 세 가지 이상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게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제안서는 3개면 충분하고, 많아도 5개를 넘지 않는 게 좋다.
---「제안서 절대 길게 쓰지 마라 : 선택의 역설」중에서
당신이 정말 가고 싶어 하던 회사의 면접 날짜가 잡혔다. 그 회사 인사 담당자는 당신에게 원하는 시간을 말하라고 한다. 이때 당신은 언제 가는 것이 가장 좋을까?
A 점심 먹고 난 오후 2시:아침엔 다들 정신없잖아. 저녁에는 일찍 퇴근하고 싶을 거고. 점심 먹고 나면 마음이 여유로워질 테니까 그때가 제일 좋겠다.
B. 출근 직후인 오전 10시:힘든 건 먼저 해치우라고 했어. 최대한 일찍 면접 보고 다른 일 해야겠다.
C. 퇴근 직전인 오후 5시:면접 준비도 꼼꼼히 체크하고 미용실 가서 머리도 다듬고 하려면 느긋하게 가야지
정답은 B, C, A 순이다. 지원자들의 능력이 모두 비슷하다면 면접관들은 제일 처음 만난 지원자를 가장 오래 기억하고, 그다음으로는 끝나기 직전에 만난 지원자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므로 면접을 본다면 최대한 중간 시간대는 피하고 처음과 마지막 시간을 노려라. 어쨌든 면접은 면접관들의 머리에 얼마나 각인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당신만 모르는 면접의 비밀 : 초두 효과, 최신 효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