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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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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936g | 153*224*33mm
ISBN13 9791189722555
ISBN10 118972255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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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서 200~3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천천히 자란 가문비나무는 저지대에서 몇 년이 되지 않아 급속하게 성장한 가문비나무와 비교할 수 없다. 저지대에서 빨리 큰 나무들은 세포벽이 그리 단단하지 않다. 저지의 온화한 기후에서 빨리 자란 나무는 나이테가 넓고, 가을 늦게까지 추재(늦여름과 가을에 만들어지는 부분)가 형성된다. 이런 나무들은 세포벽이 두껍고 섬유가 짧다. 추재 비율이 높아서 좋은 음이 나지 않는다. 밑부분까지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 있다. 이런 나무들로 바이올린을 만들면 매력적인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울림의 진수는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산의 거목들은 다르다. 산속 가문비나무들은 천천히 성장하면서 아래쪽 가지들을 포기한다. 어두운 산중에서 위쪽 가지들은 빛을 향해 위로 위로 뻗어나가고, 아래쪽 가지들은 사멸한다. 그들의 침엽에 더 이상 빛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길게 뻗은 줄기에서 바이올린 제작에 안성맞춤인 가지 없는 목재가 형성된다. 수목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땅과 기후는 가문비나무의 생존에 고난이 되지만, 울림에는 축복이 된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 아주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목재에 울림의 소명이 주어진다.
--- 「1장 노래하는 나무」 중에서

이런 과정을 각자 서로 다른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의 비유로 볼 수 있다. 뿌리가 물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머금고 있으려 한다면 나뭇잎은 죽을 것이다. 반대로 나뭇잎이 햇빛으로부터 받은 것들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간직하고자 한다면 뿌리는 죽을 것이다. 취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 삶은 내면적인 죽음에 이른다. 나뭇잎이 뿌리를 죽게 하거나 뿌리가 나뭇잎을 죽게 하면, 스스로도 죽게 되기 때문이다. 뿌리의 은사와 나뭇잎의 은사만큼 대조적일 수가 있을까. 한쪽은 땅속 깊이 파고들고, 한쪽은 빛을 향해 뻗어간다. 그러나 둘 모두 자신의 은사에 충실하다. 재능뿐 아니라, 그와 연결된 과제에 충실하다. 깊은 곳에 있는 물을 찾아 나서는 뿌리, 빛에 열려 있는 나뭇잎!
--- 「2장 나무의 지혜」 중에서

그리하여 여기에서 두 요소가 환상적인 변증법으로 맞물린다. 바로 ‘친숙한 것과 뜻밖의 것’이 그것이다. 이 둘이 합쳐져 조화로운 대립을 이룬다. 이 두 요소가 ‘조화’로운 것은 대립적인 것이 합쳐져 하나의 전체가 되기 때문이다. 한쪽은 다른 한쪽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대립적인 것 중 하나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익숙한 패턴 없이 뜻밖의 것만 있으면 ‘자의적이게’ 된다. 반대로 뜻밖의 것이 없이 익숙한 것뿐이면 ‘지루해진다’. 대립의 조화가 깨질 때, 이 두 가지 나락이 열린다.
--- 「3장 설계」 중에서

바이올린 마이스터는 나무가 장기간 강한 바람에 노출되었거나, 기슭에서 자랐거나, 눈더미 같은 것에 눌려 한쪽에 무거운 하중을 받았을 경우, 나무줄기 속에 이상재가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성 있는, 독특한 생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좋은 영향에만 노출되어 있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가 어긋났고, 오랜 기간 부담에 눌려 있었거나, 폭풍우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특이한 나뭇결을 갖게 되었고, 영혼이 편협해지고 상처가 났다. 목재에 고유음이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고유음을 가지게 되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시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고유음을 알린다. 일상의 사건들은 우리의 삶을 두드리며 우리가 가진 섬유의 진행이 들리게 만든다. 바이올린 마이스터로서 내가 각 나무에서 생장한 섬유를 존중하며 사랑으로 그 나무를 작품으로 만들고자 애쓰는데, 하물며 하느님은 어떠하실까?
--- 「5장 곡면과 섬유결」 중에서

라인홀트는 교회를 거부하고 믿음을 갖는 걸 힘들어했지만, 어느 곳이든 어려움이 있는 걸 보면 가만히 있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성실과 열정으로 그 일을 도왔다. 물질적으로는 독일 사회의 최하층에 속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을 돕는 데 물심양면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만두고 싶어 했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두지 못했다. 계속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못 본 척하지 못했다. 어딜 가든 그는 빠르게 친구가 되었다. 이것만 하고 그만둬야지. 저것만 더 해야지. 그러나 결코 끝이 없었다. 언젠가 누군가 이렇게 탄식하듯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형편은 너무나 좋지 않아요. 아무리 도와줘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뜨거운 돌에 찬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니까요.” 그러자 라인홀트는 빙그레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의 어려운 형편을 모두 더해서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려움은 그 자체로 온전한 어려움이에요. 어려움을 모두 합산해서 보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이렇게 어마어마한 어려움이 있으니 작은 도움은 소용없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요. 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그에게는 온전한 도움이 됩니다.”
--- 「6장 악기가 되기」 중에서

사랑하지 않는 자만이 모든 것을 하고자 한다. 그들은 비도덕의 힘을 휘두른다. 힘과 의지 면에서 사랑하지 않는 자의 자유는 사랑하는 자의 자유를 훨씬 능가한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든 걸 스스로에게 복종시킬 수 있지만 사랑하는 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랑에 부합하는 것만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복종을 구하지 않고, 사랑하는 자의 상호성과 동시성을 구한다. 사랑은 본질에 충실하다. 사랑은 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사랑은 부르고, 권유하며,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고, 고대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정을 내린다. 그렇다. 하느님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천사 12군단을 거느리고 손으로 낫을 휘두르며, 자신의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는 모든 사건과 십자군전쟁,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라지를 잘라버리고, 악을 뿌리 뽑고, 인간을 선에 복종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가 창조한 세계는 자신의 권리와 행동의 여지를 잃게 되었으리라. 하느님은 세계와 인간들의 의지에 반해, 원하지 않는 자들에게 선한 것을 억지로 불어넣었으며, 요란한 군화들을 불태우고, 곧은 목을 부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남는 것은 꼭두각시놀음이다. 아무리 전능하고 선한 놀음이라 해도, 그것은 인간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조처다. 인간 스스로 돌이켜 하느님의 품으로 귀의할 가능성과 존엄을 앗아가는 것이다.
--- 「7장 막힌 소리」 중에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종종 나는 대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지를 자문하곤 한다. 우리가 무슨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모든 불행과 곤궁, 유혹과 시련이 우리의 삶에 얼씬도 못하리라고 여기는 것일까?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특별한 총아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위기가 닥치는 곳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일까? 나는 내게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에서만, 눈을 질끈 감고 믿음에 달라붙어 있으려고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은 내게 하느님을 의심할 이유가 되지 않는가?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만 의심하고 신앙이 마구 흔들리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편협한 믿음이 아닐까? “내가 잘 지내면 하느님은 좋은 분이고, 내가 못 지내면 하느님은 나를 버리신 거고 심지어 아예 계시지 않은 거야!”라고 하는 것은 정말 편협한 믿음이 아닐까?
--- 「8장 바이올린의 후속 작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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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은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던 무명의 어둠이 벗겨지자 만유일체가 말씀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뿌리이신 분을 가리키고 있다. 저자는 가장 현묘하고 울림이 좋은 바이올린을 만드는 과정에 빗대어 우리 영혼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한다. 바이올린 장인이 뒤틀리고 굽은 나무에 내재된 훌륭한 소리를 듣고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과 같이 하나님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존재들을 새롭게 빚어내신다. 자비와 긍휼이 그분의 도구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그분의 손에 자신을 맡길 때 우리는 하늘의 선율을 노래하는 악기가 된다. 바울은 믿음의 사람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작품’이라 했다. 마틴 슐레스케는 우리를 영원한 중심이신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믿음직한 길잡이다.
-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
마틴 슐레스케의 《울림》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준다. 슐레스케의 책을 읽는 것은 영혼의 잔치와도 같다. 책을 펼칠 때마다 바이올린을 만들고 수리하는 장인이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영성가이자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혜의 은사를 풍요롭게 받은 분이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것, 소리와 음악, 이 모든 것이 슐레스케에게는 인생의 비유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하느님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되어야 하며, 하느님 손에 들린 악기로 각자의 독특한 소리를 내어야 한다.
- 진 토마스 (성 베네딕도회 신부)
몇 년 전 맑고 푸른 가을에 수도원에서 피정을 하던 때, 나보다 한국에 더 오래 사신 독일 출신 수사님과 바흐와 모차르트의 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여전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울림》이 아직 우리말로 출간되지 않은 것에 함께 아쉬워했던 것도 기억에 선한데, 이제 《가문비나무의 노래》로 위로를 받았던 독자들이 제대로 ‘울림’ 가운데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들을 귀가 있는 마음’이 절실한 시대에, 이 책의 의미는 크다. 저자는 우리가 숭고한 음악과 진실한 우정을 통해 절대자의 무한한 사랑을 ‘들을 수’ 있음을 나직하면서도 확신 있는 목소리로 증언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눈팔지 않는 장인의 길을 존경하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영성의 샘물을 찾는 이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 최대환 (천주교 의정부 교구 신부)
두 번의 여행에 그의 책과 함께했다. 오랜 작업대에서 빚어진 언어들! 정말 소중한 선물이었다.
- 풀베르트 슈테펜스키 (독일의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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