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번데기는 주위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보호색을 띠는데, 초록색 잎사귀에서는 초록색으로, 갈색 나뭇가지에서는 갈색으로 변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배추흰나비 번데기가 환경에 맞추어 색깔이 변하는 것은 물질의 촉감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즉, 매끄러운 표면에서는 보통 녹색으로, 거친 표면에서는 갈색으로 변한답니다.
--- p.27,「배추흰나비」 중에서
봄이 오는 물가에 가면 물오른 버드나무에 버들강아지가 피어납니다. 강아지풀처럼 보드라운 버들강아지는 사실 버드나무의 꽃송이지요. 버들강아지가 떨어지면서 잎사귀가 돋아나면 어느 틈엔가 작은 곤충이 나타나 잎을 갉아 먹습니다. 버드나무에 많이 생긴다고 해서 버들잎벌레라고 부릅니다. (…)
잎벌레 중에는 알을 감추기 위해 자기 똥을 발라 낳는 종류가 있어요. 또 왕벼룩잎벌레의 애벌레는 자기가 싼 똥을 뒤집어써서 천적으로부터 지저분하게 보여서 살아남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남생이잎벌레 애벌레는 자기가 벗은 허물을 꼬리 끝에 붙이고 다니며 적이 나타나면 방패처럼 휘두르기도 합니다. 많은 잎벌레들이 특이한 생태를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 p.82~85, 「버들잎벌레」 중에서
농작물을 키우거나 화초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진딧물을 매우 싫어합니다. 많이 생기면 식물에 해로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진딧물을 없애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생태계에는 진딧물을 먹고 사는 많은 천적곤충이 있습니다. 무당벌레 애벌레와 성충, 풀잠자리 애벌레, 꽃등에 애벌레, 병대벌레, 사마귀와 긴꼬리 애벌레 등등, 많은 곤충들이 진딧물을 먹고 자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진딧물이 모두 사라진다면 막상 좋을 것 같지만, 생태계에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된 많은 생명들이 모두 사라질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 p.109, 「진딧물」 중에서
긴꼬리는 울음소리가 매우 아름다운 귀뚜라미 중 하나입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 밤중에 풀밭에서 ‘루--- p.루--- p.루--- p.’ 하고 들리는 소리가 긴꼬리 울음소리입니다. (…) 울 때는 날개를 거의 수직으로 번쩍 쳐들고 빠르게 좌우로 비벼 소리를 냅니다. 수컷은 그저 한 자리에 숨어 우는 것이 아니라 풀줄기 위를 돌아다니거나, 좀 더 울음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나뭇잎에 구멍을 뚫고 머리를 내민 다음 거기에 방향을 맞추어 날개를 들어 움직입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울음소리가 나뭇잎을 통해 더욱 증폭하여 멀리까지 크게 들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구멍을 뚫는 대신 풀줄기가 서로 겹치는 곳에 머리를 내밀고 울기도 해요.
--- p.112~113, 「긴꼬리」 중에서
봄철 물오른 버드나무에서는 비눗물처럼 거품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때 버들잎 뒷면을 살펴보면 거품벌레가 거품에서 나와 날개돋이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사실 거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거품벌레의 애벌레입니다. (…) 처음 본 사람들은 설마 거품 속에 곤충이 들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거품을 살살 걷어 보면 날개가 없는 작은 거품벌레가 나옵니다. 거품은 거품벌레의 집이자 몸을 지키는 수단이에요. 거품 속에 숨어 있으면 곤충의 몸에 알을 낳으러 다니는 기생벌이나 기생파리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어요.
--- p.162, 「거품벌레」 중에서
비단벌레는 특히 나무에서 풍기는 특별한 냄새를 맡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무를 잘라 놓으면 특이한 나무 냄새가 나지요. 이런 곳에 가만히 기다리면 비단벌레가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나무에 따라 다른 종류의 비단벌레가 찾아와요. 외국에는 산불이 난 곳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곤충으로 비단벌레가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물체가 타는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죽어 가는 나무를 살펴보면 비단벌레가 알을 낳으려고 날아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 비단벌레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곤충으로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어요. 또한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되었어요.
--- p.270~271, 「비단벌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