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백만 단어 격차’를 연구하여 발표했습니다. 유아기에 집에서 부모와 매일 5권씩 책을 읽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백만 개의 어휘를 더 알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시간이 갈수록 읽기 능력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어휘 수준과 읽기 능력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고등학생이 되면 읽기 경험의 차이만큼 어휘 격차가 더 벌어져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영어 시간에는 수능을 대비하여 〈EBS 수능 특강〉 교재로 공부합니다. 서점에서 수능 특강 책을 살펴보면, 어휘 수준과 문장 길이에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수능에서 다루는 어휘가 대략 6,000~8,000개라고 합니다. 입시가 코앞인 시점이고, 공부해야 할 과목이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이 영어 단어와 씨름할 때의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아침 자습 시간에 한숨을 쉬며 ‘단어-뜻’을 수없이 적고 외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할 어휘를 단기간에 평가를 위해 기계처럼 외우는 과정은 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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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들 영어교육을 할 때 총체적인 언어 접근법이 강조되어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4가지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여 가르칩니다. 이 중에서 입시 영어로 가장 많이 연결되는 부분이 ‘읽기’ 영역입니다. 수능 영어영역에서 상위권의 등급을 나누는 문제는 듣기 영역이 아니라, 빈칸추론이나 문장 삽입 같은 읽기 영역 문제입니다.
수능 영어영역은 70분간 45문항을 풀어야 하는데, 17문제는 듣기평가로 20분 정도 진행됩니다. 답안지에 표시하고 확인하는 시간 5분 정도를 빼면 45분간 28문제를 풀어야 하고, 이는 한 문제당 1분 30초 안에 풀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지문의 길이와 난이도를 생각하면 1분 30초 안에 문제를 풀기가 꽤 까다롭습니다.
수능 감독을 해보면, 학생들이 유독 영어영역 시간의 종료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급해져 시계를 다급하게 바라보며 얼굴이 붉어집니다. 영어지문 내용이 어렵고, 문장의 길이가 길어 글의 요지를 곧바로 파악하지 못하면 첫 문장부터 다시 읽어가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 지문을 풀고 넘어가는데 3분이 훌쩍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을 읽어가는 눈의 속도만큼 독해가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어독해의 속도가 빨라지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한 읽기 절대량이 부족하고, 글의 중심내용을 찾는 독해 요령이 부족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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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답형으로 평가하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성장 중심의 서술형 평가’로 평가의 축이 기울고 있습니다. 한 학기 영어 과목 총점수 100점에서 ‘30~50%’ 정도가 수행평가로 이루어집니다. 수행평가는 수업 시간에 교사의 학습 목표 및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학생들이 참여한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다루는 영어지문의 주제를 토대로, 사고와 탐구를 확장한 발표하기, 프로젝트 활동 등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형태가 아니라, 주제에 관해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사고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수동적으로 무언가를 ‘안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로 더 나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수업 시간에 수행한 결과물을 모아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평가하거나 서·논술형 쓰기 활동을 채점합니다. 평소 수업 시간에 배웠던 영문법에 맞게 자기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적으로 작성하면 평가 기준을 만족합니다. 개중에는 다양한 문형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본 학생들이 있습니다. 사고의 깊이에서 나온 독창성 있는 글이 전체적으로 유창하게 드러나는 영작문 수행물로 교사가 감탄하고 감동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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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길을 머릿속에 열어 두는 것입니다. 언제든 켤 수 있는 언어 회로를 하나 더 만들어 놓는 것과 같습니다. 자녀의 두뇌 속에 한국어와 영어의 회로를 모두 켜면서 생각의 경계를 넓히는 영어교육을 하면 어떨까요?
사고력을 키워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답답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거예요. ‘어떻게 말할지(How to say)’보다 ‘무엇을 말할지(What to say)’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그럼, 이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영어교육 환경에서 제가 원하는 목표로 다가가기 위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매일 영어책을 읽는 것입니다. 사고력과 언어능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영어책 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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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어교육에서 엄마의 역할과 중요성을 너무 크게 생각하면 그때부터 괴로워집니다.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엄마가 영어교육에서 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그 무게에 짓눌립니다.
한 엄마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영어 문해력 환경을 가정에서부터 만들어 주라고 하시니, 신경 쓸 일이 더 많이 생겨서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해져요.”
결국 우리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영어 문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영어책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입시라는 결과를 생각하면 불안해지지만, 아이의 영어 문해력이 향상되는 과정을 보면 불안감이 잦아들고 평온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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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수업은 ‘입시 영어’라는 건너편 목적지까지 마지막 도약을 하도록 돕는 성격이 강하죠. 그동안 징검다리를 밟으며 단계별로 차근히 전진해온 아이와 아직도 출발점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로 나뉩니다. 후자에게 목적지에 도착하라고 수업 시간에 격려하는 것은 강물에 몸을 던지라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수능 영어는 미국 대학 교양과목의 ‘비문학 텍스트’를 발췌한 지문을 다룹니다. 이쯤이면 아주 깊은 강물이에요. 단기간 공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매주 일정 시간 영어 수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영어 실력이 ‘평가’란 도마 위에 올라 객관적 수치로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이 주저앉습니다. 고3 영어 수업에서 다루는 EBS 교재의 지문은 사회, 과학, 언어, 역사, 미래학 등 한글로도 이해하기 힘든 콘텐츠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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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영역 출제 기본방향은 ‘배경지식’과 글의 단서를 활용하는 ‘언어능력’이 상호작용하며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읽기 과정에서 학생의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능동적인 독서를 해야 합니다. 글 전체 내용을 이해하여 글을 문단 수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읽을 수 있고, 주요 내용을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읽기는 ‘심리 언어적 추측게임’이라고 합니다. 문자 언어와 독자의 생각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 바로 읽기입니다. 지금은 단편적인 문법 사항을 묻는 문제를 내지 않고, 해석을 바탕으로 한 어휘와 어법 문제를 내고 있습니다. 단어를 맥락 없이 외우거나, 문제 푸는 요령만 배워서는 효과가 없는 거예요. 이를 위해 유·초등 시기부터 한글책 및 영어책을 다양하게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쌓고, 책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사전 지식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면서 읽는 과정을 수없이 연습한다면 진짜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입시 영어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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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영어어휘 수준은 모국어보다 부족합니다. 아이의 인지능력 발달에 맞춰 영어책을 읽기가 힘듭니다. 수능 출제 안내서에서 살펴본 것처럼 배경지식이 활성화되어야 지문 내용과 상호작용하면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읽은 만큼 세상이 보이기에, 한글책을 탐독하면 세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도 생겨날 거예요.
‘Orbit’이라는 단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때, ‘궤도’라는 뜻을 알려주었는데, 상당히 많은 학생이 ‘게도’라고 한글 뜻을 적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한글 문해력이 떨어지면 영어 문해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글책을 폭넓게 읽으며 독해의 필수가 되는 어휘력 향상
에 힘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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