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케이의 주된 관심사는 젠더 자체보다는 젠더들 사이의 관계, 특히 남성의 기대, 남성의 시선, 남성의 권력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 p.12 「서문」 중에서
내가 우울했던 건 내 안에 선한 모성이 차오르기는커녕, 이 상황 덕분에 내 성격의 악한 차원이 새로이 열리는 것만 같아서였다. (…) 어머니가 아이와 맺는 관계에서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느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 관계에도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p.23 「나는 황폐해져갔다」 중에서
오늘날 장편소설이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아는 여러 문학 편집자는 서평가에게 친절한 글을 써주십사 부탁하고, 실로 서평가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늙은 소설가에게는 늙었다는 이유로, 젊은 소설가에게는 젊다는 이유로 친절하다. 영국인 작가에게는 미국인이나 독일인이 아닌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친절하고, 그 밖의 작가들에게는 흑인(또는 백인)이라서, 여성(또는 남성)이라서 친절하다. 자유주의 신념이건 편협한 신념이건 누군가는 그것을 옹호한다. 빈약함은 미덕과 긴밀한 관계인 듯하고 심지어 미덕으로 탈바꿈하기도 하지만, 열렬히 비난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설가들은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며 불평하곤 하나 때로 소설 서평은 복지 정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 서평가들은 오로지 해럴드 로빈스나 시드니 셸던처럼 부와 명성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소설가들을 상대로만 마음껏 비평할 자유가 있다.
--- p.86~87 「서평의 언어」 중에서
우리가 서평가에게 바라는 바는 서평가 자신이 바라는 바와 얼추 비슷하다. 절제되고 두드러지지 않는 참신함, 소설의 장점에 대한 정교하면서도 정황적인 설명, 그리고 이에 대한 그럴싸한(아니, ‘진실한’이라고 해야 하려나?) 감상 말이다.
--- p.103 「서평의 언어」 중에서
공명정대한 여성은 남성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까?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알아볼 생각도 없다. 남자들이 “나, 나, 나”라고 외쳐대는 소리가 내게는 아주 또렷하게 들린다. 나는 숨죽인 채 나직하게 “나, 나, 나”라고 으르렁거리는데 말이다.
--- p.287 「매력 노동」 중에서
부랑자도 걸인도 아닌, 한눈에도 중산층이 분명해 보일 만큼 옷을 잘 차려입은 이 미친 여자는 온 세상을 상대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 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상당히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듯했는데, 여자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었으나 하는 행동은 대개 비슷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눈길 하나 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런던이야말로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p.310 「브뤼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