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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 (큰글자책)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 (큰글자책)

가족특강 큰글자책 시리즈-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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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57*255*20mm
ISBN13 9791197897023
ISBN10 11978970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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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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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혼과 축첩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결혼이 가문의 결합이기 때문이고 가문이란 철저히 남성중심의 혈통사회이기 때문인 거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위 “공자왈 맹자왈”이라고 하는 사서삼경을 통해 획득한 유교이데올로기고요. 그런데 그런 공자의 제국, 위대한 공자의 제국들이 19세기 말쯤에 서양 문명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거죠.
--- p.28

어머니가 집안의 물건을 내주면 어머니 대신 전당포에 가서 돈을 빌리고, 또 그 돈으로 유명하다는 의사를 초청해서 아버지를 보살피게 해요. 그런데 그 의사가 아주 희한한 약재를 주문하면 루쉰이 그걸 다 구해 와야 해요. 3년 서리 맞은 사탕수수 같은 건 평범한 축에 속하고요, 처음 교미한 귀뚜라미 한 쌍이라거나 ‘패고피환’이라고 낡은 북 가죽으로 만든 약 같은 걸 구해야 했죠. 어린 루쉰은 진짜 엄청난 고생을 해요. 그런데도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죠. 이런 경험 때문에 루쉰이 전통의학을 미신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일본 유학 가서 의대에 가는 걸 보면 말이지요.
--- p.37

루쉰은 단순히 그걸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반전이 있어요. 이게 루쉰의 놀라운 점인데요, 소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만약 중국이 사천 년 동안 사람을 먹어 온 사회였다면 자기도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먹지 않았을까, 라는 자탄을 하는 거죠. 자기만 전통 사회에서 쏙 빠져나오지 않아요. 자기도 그 일부라는 것을 루쉰은 뼈아프게 자각하죠. 그게 루쉰과 동시대의 다른 지식인을 구별시켜 주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이런 거예요. “사람을 먹어 본 적 없는 아이가 혹 아직 있을까?”라면서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라고 글이 마무리되죠. 루쉰에게는 어쩌면 전통 가족에서, 효라는 억압적 담론에서 아이를 구하는 일이 평생의 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 p.41

루쉰은 독특해요. 전통을, 그 어마어마한 습속을 철저히 부정했지만 그 부정 속에는 자신도 있어요. 그래서 루쉰에게는 현실과 열망 사이의 팽팽한 긴장, 희망과 희망의 부질없음과 그 희망의 부질없음조차 근거 없다는, 그런 실존의 분투가 있어요. 주안과 쉬광핑 두 여자와의 이중적 결혼생활조차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던 수많은 동아시아 청년들 중에 루쉰과 같은 사람은 없었다고 봐요. 최소한 우리나라 근대 남성들 중엔 없어요. 여자들은 좀 달라요. 여자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존재가 찢어지는 경험을 하죠. 비극적으로 생을 마치고요.
--- p.59

그런데 가정-학교-회사, 이렇게 근대국가 혹은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세 축이 선순환을 하던 시기가 끝났어요. 탈산업화 시대란 임노동을 통한 가족임금을 받을 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에요. 된장찌개 보글보글도 더 이상 불가능하고 “아빠, 힘내세요”라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아빠는 회사에서 잘려요. 이런 상황에서는 가족주의가 낙후된 것이라는 것을, 아무리 그리워도 이미 흘러간 옛 노래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해요. 아직도 핵가족에 미련이 있다면 마치 주식투자에 막차를 탄 것처럼 백전백패하게 됩니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질문을 바꿔야 해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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