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한 원장 선생님이 노령의 불도그처럼 볼을 흔들며 화내는 모습이 금세 떠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잦은 지각 때문에 주의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편하지만 가오루가 무서워해서 걸어갈 수밖에 없다. 제시간에 집을 나가도 가다가 가오루가 칭얼거리며 멈춰 서거나, 다른 곳에 들르거나, 심지어는 보육원 바로 앞에서 들어가기를 거부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꾸짖으면 더더욱 말을 듣지 않아서 잘 어르고, 간식을 줘서 달래고, 만화 캐릭터 장난감을 건네며 타일러야 한다. --- p.6
호나미는 온라인 사전을 열어 입력한 단어를 확인하고 페이지를 다시 닫았다. 바로 그때 미리 열어둔 포털 사이트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휠 패드를 누르려던 호나미의 손가락이 멈췄다. ‘도쿄 아이이데 시에서 유치원 아동이 시신으로 발견. 엽기 살인마의 소행인가.’ 꺼림칙한 뉴스 기사 제목에 가슴이 덜컥했다. 아아, 정말 불길한 사건이야. --- p.16
시신은 아이이데 강변에 있는 아이이데 다리 옆에서 발견됐으며 평소 인적이 드문 구역이다. 금일 15일 오전 5시 30분경 부근을 산책 중이던 개가 짖어 수상쩍게 여긴 주인이 풀숲 안에서 뭔가를 덮은 골판지 상자를 치우자 지면에 깔린 골판지 상자 위에 놓인 시신이 발견됐다. 아이는 어제 오후 5시경 모친과 함께 시내 슈퍼에 쇼핑을 하러 갔다. 모친이 계산대에서 계산하면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졌다고 한다. 점포 이름은 선즈 마트 아이이데 점. 간토를 본거지로 여러 가맹점을 둔 중견 체인이다. 피해자 아이 집에서는 도보로 십여 분 거리에 있다. --- p.23
수사본부가 세워진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다. 아직 정보랄 만한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사카구치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보통 사건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애를 먹을 것이고, 수사는 장기화할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부터 사카구치는 그렇게 예감했다. 곧 겨울인데도 끈적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