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다. 요즘 남자가 쓴 에세이를 누가 읽어?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남자의 에세이란 보통은 힙스터와 문학청년 사이를 마구 오가다 자기연민으로 빠지며 마무리되곤 한다. 자신을 완전히 까 보이겠다는 결기 없이, 취향만 나열하는 글을 읽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여간 남자들은 말도 글도 솔직하지 못하다. 김정현의 글을 읽다가 몇 번이나 소리 내 웃었다. 근사한 거 좋아하고 힙한 건 다 해보는 잡지 에디터의 글이라기엔 난감하게 정직하고 통쾌하게 솔직하다. 당신은 이 책을 덮는 순간 이 남자의 친구가 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연희동에서 서울 최고의 베이글을 함께 먹고 싶어질 것이다. 틀림없다.
- 김도훈 (영화 평론가)
어머, 나만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책을 읽으며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렸다. 몰래 품고 있던 마음들이 너무 선명한 활자로 인쇄되어 있어서다. 우리는 내가 아닌 나를 욕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혹은 그렇게 보이게 할 거라) 애써 종용한다. 욕망이란 말로 거창하게 포장했으나 그것들은 대체로 아주 작고, 원초적이고, 귀여운 욕심에 가깝다. 이를테면 “김정현 옷 잘 입는다고 동네방네 소문났으면 좋겠다”처럼, 솔직해 마지않은 작가의 고백처럼 말이다.
작가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얼마나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낌없이 애정을 쏟을 줄 알고, 팬이 될 줄 알고, 동경할 줄 알고, 질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그래서 ‘홍대병 걸린 젊은이’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써내린 이 기록은 귀하고 사랑스럽다. 10년 후에는 어떤 책을 내줄지 벌써 기대될 만큼.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취향으로 변했을까?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품고 있겠지. 나다운 게 뭔데?.
- 하경화 (〈디에디트〉 에디터)
똑같은 장면이라도 다양하게 보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쳤을 디테일을 포착해, 그 사소한 차이를 만든 사람의 의도까지 떠올리며 감탄하고 감동하는 사람.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사는 비결은, 이 같은 시선의 차이 아닐까.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랑하려는 의지와 능력.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안목은 어떤 대상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쏟아본 사람에게 주어진다. 내가 아는 김정현 에디터는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아주 기나긴 취향의 목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책에서 어떨 땐 커피 향이 났고, 어떨 땐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다운 게 뭔데. 호기롭게 질문을 던지지만, 그는 굉장히 섬세하게 답을 적는다. 취향이란 그물망으로 건져낸 형형색색의 이야기들은 그의 해상도를 높인다. 때로는 싫어하는 순간들로부터 취향을 발견하면서. 때로는 불호가 호로 바뀌어 과거의 나를 배신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푹 빠져드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나다운 색깔이 쌓이는 게 아닐까 싶다. 나다움에 대해, 내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은근한 유머와 실용성을 겸비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꼭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취향의 세계에 빠져 유영하는 시간만큼 즐거웠다면 그 역시 행복한 일이 아닌가. 다양한 취향의 세계에 빠져들 줄 아는 김정현의 동지로서,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재미 목록’이 기다려진다.
- 정혜윤 (마케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자세함과 솔직함에 있다. 이 책은 저자 김정현이 원하는 모든 것이 반복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다. 고양이. 아이비룩. LA와 뉴욕과 포틀랜드와 도쿄와 홍콩. IPA 맥주와 하이볼. 모던 록과 한국 힙합. 서울의 카페. 스케이트보드. 잡지들. 본인이 취향이라 부르는 개인적 기호가 생긴 사정.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희망 사항. 저자는 그 모두를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유명해지고 싶다. 잘나가고 싶다. 멋있게 살고 싶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실을 직시하느니 눈을 돌린 채 산미 있게 볶은 제철 원두로 내린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다. 이 솔직한 욕망이 책 속에 다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든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진솔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오늘날의 젊은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2022년 현대 한국의 온갖 요소를 덮어쓴 어떤 개인의 욕망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욕망 실록 같은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인간 김정현의 시대와 세대를 읽는 것 같았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뭔가를 느낄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눈에 비친 이 시대의 젊음이다.
-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