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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게 뭔데

나다운 게 뭔데

: 잡학다식 에디터의 편식 없는 취향 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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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78g | 132*204*20mm
ISBN13 9788925577463
ISBN10 8925577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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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잔잔한 풍경을 좋아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터지고 폭발하고 치고받으며 뒹구는 장면들도 사랑한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불편함을 유발하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에 매료되곤 하지만, 개연성 따위는 개나 주고 시원하게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 일차원적인 플롯에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나다. 그러니까 이제 이런 영화는 줄이겠다는 식의 억지를 부릴 필요는 없다. 어디서든 먼저 자신 있게 말 못 꺼내면 또 어때. 나는 이렇게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인데.
---「익산의 킬링타임 시네필」중에서

나에게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가장 지키기 어려운 말이다. 어쩌다 ‘덕후’는 가장 되기 힘든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진득하게 한 가지를 즐기면서 변덕 부리지 말고 좀 버텨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은 없다. 깊이 대신 넓이를 얻었고, 전문성을 놓친 대신 유연성을 체득했으니까.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갖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 참고할 수 있는 열 개의 레퍼런스가 생겼으므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싫증과 환승」중에서

말하자면 당시의 나는 ‘강경 묵직파’의 열렬한 신도였다. ‘산미 타도’를 절절히 외치며 자고로 커피란 우리네 인생처럼 복잡 미묘한 씁쓸함이 느껴져야 한다는 스스로도 이해 못 할 개똥철학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자, 오늘도 카페에 간다. 며칠 전부터 가보려고 벼르던 곳이다.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가 있는 힘껏 목소리를 깔고 주문한다. 산미 적고 다크한 걸로 주세요. 그러고는 무심한 얼굴로 자리 잡고 앉는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하루, 잠시 여유를 찾을 겸 카페에 들러 짙은 블랙커피 한잔 마시는 나. 어라, 어느새 으른 도시 남자 다 됐잖아.
---「산미 있는 원두로 주세요: 커피 취향 변천사 2」중에서

네가 술 얘기를 한다고? 코웃음 치는 지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코올 혐오에 가까운 스탠스를 유지하던 이십 대 초반의 나를 기억하는 이들은 굉장히 어이없어 할 것이다. “술맛도 모르는 자식이 허세 부리기는.” 미안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시건방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그런 당신이야말로 ‘진짜 맛’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니까. 누가 술을 맛으로 먹나, 분위기로 먹지. 벌게지는 얼굴색과 술 약속의 월평균 횟수와는 별개로 더 행복한 건 내 쪽이라는 데 확신의 오백 원을 건다. 오랜만에 한잔하러 가야겠다. 맥주 작은 캔 하나면 충분하다.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중에서

혹시 싱크대 냄새라는 걸 아는지? 입주하고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바로 그였다. 첫날부터 주방 근처만 가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게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냄새에 별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 집 와서 깨달았다. 제습제는 소용없었다. 습기는 습기고 악취는 악취다. 탈취제도, 악취 방지 트랩도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데이션 짜증이 절정에 다다른 건 그로부터 이틀 뒤. 늦은 밤, 바 선생을 두 분이나 뵈었다. 냄새에 별로 예민하지 않은 나는 벌레도 곧잘 잡는 사람이다. 어쩌면 그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 집 와서 깨달았다. 시원하게 육두문자만 내뱉다 새벽 2시가 넘어 겨우 잠들었는데, 아. 바퀴벌레 악몽까지 꾼 내 인생이 레전드.
---「성공한 소비, 실패한 소비」중에서

지적 허영심이 최고조로 달해 있던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청춘의 가장 멋진 모습만을 압축해 놓은 듯한 홍대 앞 문화의 전설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겠는가. 남들보다 특별하고 싶은 나, 더 자유분방하고 싶은 나, 주체할 수 없는 창의적 에너지를 마구 내뿜고 싶은 나. 하지만 현실은 아주 전형적인 모범생 루트를 타온 나. 전혀 파란만장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샌님 같은 나. 원래 반대가 끌리는 법이라고, 나는 잘 보이지도 않는 내 안의 힙스터를 애타게 소환하고 부르짖었다.
---「한 남자가 있어, 홍대를 사랑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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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다. 요즘 남자가 쓴 에세이를 누가 읽어?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남자의 에세이란 보통은 힙스터와 문학청년 사이를 마구 오가다 자기연민으로 빠지며 마무리되곤 한다. 자신을 완전히 까 보이겠다는 결기 없이, 취향만 나열하는 글을 읽는 것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여간 남자들은 말도 글도 솔직하지 못하다. 김정현의 글을 읽다가 몇 번이나 소리 내 웃었다. 근사한 거 좋아하고 힙한 건 다 해보는 잡지 에디터의 글이라기엔 난감하게 정직하고 통쾌하게 솔직하다. 당신은 이 책을 덮는 순간 이 남자의 친구가 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연희동에서 서울 최고의 베이글을 함께 먹고 싶어질 것이다. 틀림없다.
- 김도훈 (영화 평론가)
어머, 나만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책을 읽으며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렸다. 몰래 품고 있던 마음들이 너무 선명한 활자로 인쇄되어 있어서다. 우리는 내가 아닌 나를 욕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혹은 그렇게 보이게 할 거라) 애써 종용한다. 욕망이란 말로 거창하게 포장했으나 그것들은 대체로 아주 작고, 원초적이고, 귀여운 욕심에 가깝다. 이를테면 “김정현 옷 잘 입는다고 동네방네 소문났으면 좋겠다”처럼, 솔직해 마지않은 작가의 고백처럼 말이다.

작가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게 얼마나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낌없이 애정을 쏟을 줄 알고, 팬이 될 줄 알고, 동경할 줄 알고, 질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그래서 ‘홍대병 걸린 젊은이’가 서른을 목전에 두고 써내린 이 기록은 귀하고 사랑스럽다. 10년 후에는 어떤 책을 내줄지 벌써 기대될 만큼.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취향으로 변했을까?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품고 있겠지. 나다운 게 뭔데?.
- 하경화 (〈디에디트〉 에디터)
똑같은 장면이라도 다양하게 보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쳤을 디테일을 포착해, 그 사소한 차이를 만든 사람의 의도까지 떠올리며 감탄하고 감동하는 사람.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사는 비결은, 이 같은 시선의 차이 아닐까.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랑하려는 의지와 능력.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안목은 어떤 대상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쏟아본 사람에게 주어진다. 내가 아는 김정현 에디터는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아주 기나긴 취향의 목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책에서 어떨 땐 커피 향이 났고, 어떨 땐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다운 게 뭔데. 호기롭게 질문을 던지지만, 그는 굉장히 섬세하게 답을 적는다. 취향이란 그물망으로 건져낸 형형색색의 이야기들은 그의 해상도를 높인다. 때로는 싫어하는 순간들로부터 취향을 발견하면서. 때로는 불호가 호로 바뀌어 과거의 나를 배신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푹 빠져드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나다운 색깔이 쌓이는 게 아닐까 싶다. 나다움에 대해, 내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은근한 유머와 실용성을 겸비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꼭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취향의 세계에 빠져 유영하는 시간만큼 즐거웠다면 그 역시 행복한 일이 아닌가. 다양한 취향의 세계에 빠져들 줄 아는 김정현의 동지로서,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재미 목록’이 기다려진다.
- 정혜윤 (마케터)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자세함과 솔직함에 있다. 이 책은 저자 김정현이 원하는 모든 것이 반복 재생되는 플레이리스트다. 고양이. 아이비룩. LA와 뉴욕과 포틀랜드와 도쿄와 홍콩. IPA 맥주와 하이볼. 모던 록과 한국 힙합. 서울의 카페. 스케이트보드. 잡지들. 본인이 취향이라 부르는 개인적 기호가 생긴 사정.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희망 사항. 저자는 그 모두를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유명해지고 싶다. 잘나가고 싶다. 멋있게 살고 싶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실을 직시하느니 눈을 돌린 채 산미 있게 볶은 제철 원두로 내린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다. 이 솔직한 욕망이 책 속에 다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든 작가의 마음이 너무나 진솔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오늘날의 젊은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2022년 현대 한국의 온갖 요소를 덮어쓴 어떤 개인의 욕망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욕망 실록 같은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인간 김정현의 시대와 세대를 읽는 것 같았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뭔가를 느낄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눈에 비친 이 시대의 젊음이다.
- 박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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