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중독 vs 단절된 생활
다리아에게 접속은 삶의 전부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간 뒤에도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떠나온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한 달이 다 되도록 다리아는 이사 온 곳에서 친구를 사귈 생각이 전혀 없고, 문자 메시지, 이메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학교 친구들과의 소통에 집중한다.
어느 날, 클리오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을 온다. 휴대폰에 빠져 사는 다리아와는 달리 클리오는 휴대폰이 없다. 집에는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어서 인터넷은 학교 도서관에서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다리아와 클리오, 그 둘은 서서히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그거, 중독될 수 있는 거 알지?”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클리오를 쳐다보았다.
“이메일, 문자 메시지, 인터넷, 게임, 트위터, 페이스북. 그런 것 모두.”
클리오가 덧붙여 말했다.
“다들 이 정도는 해.”
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퉁명스레 대꾸했다.
“책 안 봤어? 신문이나 잡지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게임 중독 얘기로 얼마나 떠들썩한데. 기사도 많고 연구 논문도 나와 있어.”
클리오가 모자에 달린 꽃 하나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나는 중독에 대해서 많이 알아봤거든.”
이 말에 굳이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34~35쪽에서
“우리 집엔 컴퓨터가 아예 없는걸.”
“컴퓨터가 없다고?”
얘는 도대체 어느 행성에서 온 애람?
“컴퓨터는 도서관에 가서 하면 돼.”
클리오가 활짝 웃었다.
“전화기는?”
“물론 있지.”
클리오가 씩 웃으면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쳤다.
“이런 바보같이. 너, 휴대폰 말하는 거지? 없어.”
휴대폰, 그러니까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게 아예 없다고? 그러고도 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이야? - 42쪽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
봄방학 때 전 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다리아는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 친구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 학교 친구에게 여행에 같이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음 날, 학교에서도 다리아의 생각은 온통 친구들에게 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도 휴대폰을 절대 놓지 않고 확인하며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드디어 연락이 오자, 다리아는 친구와의 전화 통화에 몰두한다. 그러는 동안, 돌보는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아이는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응급실로 실려 간다.
엄마와 아빠는 다리아의 휴대폰 의존도가 심각해졌다는 걸 깨닫고 휴대폰 및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는데…….
“…… 우리가 이 문제에 신경을 미처 못 쓴 것 같구나. 이렇게 심각한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에 신경을 못 쓰셨다는 건데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네가 휴대폰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거 말이다.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거. 네가 우리와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니? 하루 종일 친구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그 망할 놈의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잖아.”
중독이라고? 최근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아빠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전 날마다 아빠 엄마랑 대화를 나눠요. 텔레비전도 보고요.”
“아니, 그렇지 않아, 다리아. 넌 꼭 휴대폰 세상에서 혼자 사는 것 같아. 그놈의 휴대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니?”
“아빠가 사 주셨잖아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아빠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아빠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흩뜨렸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네가 늘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아, 여기가 아니라.”
아빠가 손바닥으로 식탁을 탁 쳤다.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도 없잖아. 네가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보다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단 말이야.” - 87~88쪽에서
단절 프로젝트
휴대폰을 빼앗긴 다리아는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무의식중에 손톱을 물어뜯거나 주머니를 뒤지며 휴대폰을 찾는 등 중독 증세를 보인다. 클리오는 사회 수업의 발표 주제를 휴대폰 중독으로 하자고 제안한다. 다리아는 사회 숙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증세를 스스로 체크하고,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을 때, 다리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발표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저희는 휴대폰 중독의 영향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여러분은 오늘도 문자 메시지를 습관처럼 확인하겠지요? 우리가 휴대폰에 얼마나 얽매여 있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갑자기 웅성거렸다. 핑계를 대는 아이도 있었고 신경질적으로 웃는 아이도 있었다.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 단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한 달 동안 휴대폰과 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를 일체 금지했습니다. 선생님들조차 학교에서는 전자 기기를 쓸 수 없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뜻은 아닙니다만, 우리의 발표를 계기로 여러분 스스로 휴대폰 중독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발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선생님이 내 팔을 톡톡 치며 말했다.
“잘했어, 얘들아. 단절 프로젝트에 대해서 더 알고 싶구나.”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