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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애도하다

코로나를 애도하다

: 유언도 임종도 조문이나 장례식도 사라진 팬데믹으로 ‘박탈당한 애도’에 관한 사례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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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16g | 153*224*14mm
ISBN13 9791188947096
ISBN10 118894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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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언택트(untact)’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산소를 찾아가 벌초하지 않은 것을 조상에 대한 불효라고 여기며 어떻게든 벌초를 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영웅이 되려고 하는 것이나, ‘나’라고 상징될 수 있는 물건이나 장소를 번듯하게 만드는 것 또한 불멸의 탑을 쌓으려는 욕망이 아닐까. 죽음이 상기될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건강을 챙기고, 죽음의 ‘죽’자도 안 떠올리려고 애쓰며 삶에 몰두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한계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불멸적인 존재임을 확인하려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을 향해가는 존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선학(先學)들이 죽음에 대해 사유해왔다. 물론 어느 누구도 죽음을 뛰어넘을 수 없기에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사유만 가능할 터이다. 그러나 삶에만 몰입하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한 죽음을 코앞에 맞아 허둥대다 삶을 마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죽음의 현장에서 바라본 10가지 단상」중에서

죽음의례는 약 2만 년 전부터 시작된 인간만의 문화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탄생과 죽음은 물론 죽음 이후의 현상에도 관심을 두었다. 사람이 죽으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상으로 남아 자손을 위해 음덕을 베푸는 존재가 된다고 믿었다. 죽음의례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과도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경계에서 살아 있는 자와 고인의 유대성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만의 문화적 특징은 아니다. 각 나라마다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애도문화를 갖고 있다. 죽음의례는 통과의례로서 새로운 질서와 지위를 가지며 삶의 주기적 단계를 만들어내고 죽음과 죽음 이후의 존재에 대한 초월성을 끌어들인다.
---「애도문화로서 죽음의례에 대한 생각」중에서

코로나19는 우리의 기존 장례문화가 간소화, 신속화, 축소화되고 있는 상황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켰다. 참여자들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례보다 검소하고 실속 있는 장례식으로 작은 장례식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그 필요성에 대해 일본과 연관지어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보다 먼저 독거노인과 단독세대의 증가,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인적 관계가 축소되어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이 감소한 일본의 경우, 직장(直葬) 비율이 장례식의 50%가 넘는다고 한다. 장례식 절차를 간소화하여 빈소와 조문을 없애고 바로 화장하는 것을 ‘직장’이라고 하는데 보통 장례식 비용보다 10분의 1 수준의 낮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자들은 우리의 장례문화도 가족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과정에서 작은 장례식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장례식」중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병원과 장례식장의 공존 체계는 한 생명의 시작과 종말 그리고 상실에 대해 차분한 비탄과 애도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하에 애도문화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장례문화는 더욱 빠르게 간소화, 소규모화, 신속화, 축소화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상가 조문객이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한 위로 문자를 보내고 조의금도 계좌 입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조문객이 감소하며 고인의 죽음을 유족이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적절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해 슬픔에 젖은 유족들에게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건강한 애도를 할 수 있는 상장례의 절차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보인다.
---「사회가 변하면 애도문화도 변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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