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의 길을 너무 아파하지 말고,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냥 흘러가 봅시다. 가다 보면 닿을 곳이 있을 것이고, 가다 보면 그냥 흐르는 줄만 알았는데 이미 들판에는 이룬 것들이 물결칠 때가 있을 것입니다.
--- p.16
매년 오는 가을이 새롭게 감동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행복입니다. 작년에 바라보았던 물든 잎이 올해 또 새롭게 느껴진다면, 우리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싸늘한 가을 아침이 무덤덤하지 않고 새로운 감상으로 와닿는다면, 더 살아야 할 것입니다. 떨어져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진다면, 받을 복이 많으니 기대해도 됩니다. 늘 대하는 삶의 일상에서도 새로움과 따스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 p.18
화가 나도, 속상해도, 몸이 아프고 마음조차 아파도, 인정받지 못해도, 억울한 것 같아 잠이 오지 않아도, 실망스러워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도, 무능하다고 여겨도, 그 자리에 오래 있었더니, 그냥 그 자리에 오래오래 있었더니, 세월의 흐름 속에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 p.24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온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같은 일입니다. 내 사고 구조를 바꾸어 그에게 맞추지 않는 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합니다. 이는 곧 자기를 부인하는 일입니다. 내 관점에서 먼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편협한 삶을 살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 p.42
우리 삶에는 때로 귀찮고 불편한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귀찮고 불편하다 할지라도 참으며 하다 보면, 의외로 예기치 않았던 기쁨과 유익이 많습니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지만,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다.”라는 잠언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 p.62
들으면 입 개운한 차 한 잔 마신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지고,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지며, 그 삶의 모습을 보노라면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되는, 그러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p.84
사람의 마음은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용함으로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기쁘게 해줄 때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해도 그냥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풍경으로 여기고 해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 p.95
하루하루 쉽지 않은 일 많습니다. 쉽지 않은 일은 어렵게라도 이루시면 됩니다. 어렵게 이루는 일이 더 오랫동안 꺼내보는 소중한 사진첩이 됩니다. 꽃 피어서 가슴 아프지 마시길. 그 꽃을 보면 달려가고 싶은 향기로운 사람 되시길.
--- p.140
목을 스치는 가을 아침의 한기를 사랑합니다. 삶은 느낄 수 있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고독은 슬프고, 자유롭고, 벗어나고 싶고, 버리고 싶지 않은,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가을은 고독이기에 아까운 것입니다.
--- p.172
겨울은 따뜻합니다. 스웨터의 포근함이나 걸쳐 입은 코트의 든든함이 우리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입은 의복을 건네준 사람의 마음을 기억하면서 스쳐간 인연도 훈훈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감싸쥔 큰 컵의 따뜻함을 오래 느끼고, 목울대로 넘어가는 쓰지만 친밀한 커피의 맛을 오래 머물고 있으면, 겨울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습니다.
--- p.174
삶이 극히 아프고 숨쉬기 어려울 때, 어떤 형태건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어떤 일이건 바로 결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감정의 기복이 있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후회만 남을 뿐입니다. 그 순간을 버티며 흘려보내야 합니다. 잠잠해진 뒤, 결과가 어떤 경우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때는 결정해도 좋습니다. 이 악물고 1000까지 세면서 아픔의 언덕을 오르고, 고통의 강을 건넙시다.
--- p.174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삶을 다시 유연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안 돼!” 하면 방법이 없는 것이고, “어디 한번 해보자!” 하고 마음 다부지게 먹으면 또 무엇인가 하게 됩니다.
--- p.193
허겁지겁 늘 쫓아가는 삶의 비극입니다. 죽을힘을 다해 “한 박자 빠르게” 생각하고, 점검하고, 진행하고, 이루어야 합니다. 그래서 뒤에 오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여유 있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어야 합니다.
--- p.198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어려울 때도 당연히 있습니다. 인생의 결정은 바로 이 어려운 순간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어려운 순간의 결정은 순간의 견딤과 인내의 유지로 이루어지는데, 그 근거가 바로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발밑 발판의 견고함입니다.
--- p.209
의지가 깊으면 그것이 정서가 되고, 자꾸 웃다 보면 정말 웃게 됨을 믿습니다. 고맙고 애틋한 이들이 사는 세상인데, 기쁨과 사랑을 버리고 슬픔과 눈물을 택할 이유 없습니다.
--- p.245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편안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둘 중 어떤 방향이 내 삶이면 더 나을지 생각했습니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 주님의 긍휼함이 없으면 한 걸음도 갈 수 없나이다.”라고 고백하며 살 뿐입니다.
--- p.286
목사의 삶은 언제나 바늘 끝 위의 삶이구나 생각합니다. 제가 처리하는 일상의 일들이 대상자인 성도들에게는 너무 엄청난 일들이기에 때로는 ‘훅!’ 하고 아찔해 가슴 조마조마해질 때가 많습니다.
---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