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살이를 준비하다 보니 나처럼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해외 단기 스쿨링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많았다. 하지만 비용이나 영어 실력 혹은 정보 부족으로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비용과 영어 실력, 정보는 중요하다. 돈과 정보가 많고 엄마와 아이가 영어를 잘할수록 해외 단기 스쿨링을 좀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용기(를 가장한 성급하고 겁이 없는 성격)와 아빠의 지지(를 가장한 해방감을 위한 마지못한 허락)’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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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살기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이다. 보통 외국에서 살기로 결심하면 최소한 거주할 지역과 숙소를 먼저 정한 후 그 지역의 학교를 알아본다. 하지만 나는 학교를 먼저 정하고 나서 학교 주변의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살기로 한 곳에 학교가 없거나 입학이 안 될 수도 있어서 학교가 확정된 후 그 지역 내에서 최대한 집을 구해보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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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외국 학교의 학비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캠프비용이 한 학기 등록금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 달 이내의 여름 캠프로 시작한 계획이 영국살이로 바뀐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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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새 학기에 한국 나이로 10살인 첫째는 Year 4, 6살인 작은아이는 Year 1 과정으로 현지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령 기준이 3월 1일(요즘은 1월 1일)인 한국과 달리 영국은 9월 1일자 기준이다. 같은 2009년생이라도 생일이 1월부터 8월 31일까지면 Year 5, 9월부터 12월까지가 생일이면 Year 4인 것이다. 한국 나이를 기준으로 보면 한 살 적은 아이나, 한 살 많은 아이와 같은 학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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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학교는 체육 시간에 다양한 스포츠를 배운다. 남자 아이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환경이다. 천연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에서 축구, 럭비, 크리켓,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정규 체육 시간에는 물론 방과 후에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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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즐겁게 학교에 다녔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모두 짧은 기간 머물다 가는 외국인 학생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영국 단기 스쿨링은 아이들뿐 아니라 내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보다 지식은 많이 쌓지 못했지만, 많이 뛰고 넘어지며 몸으로 배웠다. 나도 영국 부모들을 만나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면서, 책으로만 배웠던 영어와 영국 문화 그 이상으로 많이 배우
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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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처음으로 방문했던 박물관은 해양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작고 소박한 규모였고, 영국의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았다. 입구에 들어가니 직원이 활동지를 주었다. 큰아이에게는 각 전시실마다 숨어 있는 해적 찾기, 작은아이에게는 활동지에 있는 사진과 똑같은 전시품 찾기 활동지를 준다. 나름의 수준별 활동지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아이들은 활동지를 다 적어내면 상품을 준다는 소리에 집중해서 전시실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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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이 지나도 견고한 건물들, 그 이상 된 아름다운 자연 경관, 정비되지 않은 시골길, 특별하지는 않지만 영국 노동자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는 코니시 페이스트리(cornish pastry), 홍차의 매력에 빠져버리게 한 스콘, 가을바람을 맞으며 아이들과 손잡고 걸었던 길까지 전부 생생하다. 런던 여행과는 또 다른 여유와 아름다움이 있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과 자연을 좋아한다면 더욱 콘월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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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은 항공권과 숙박비가 비싼 편이라 여행 경비가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선 아이들의 대중교통 요금이 무료이고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입장료가 없어 식비를 제외하고는 체험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면 서울에서 여행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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