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 또한 내 인생의 어느 한 구간을 충실하게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나는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그건 자신이 선택한 가장 옳은 방향이며, 가장 이로운 쪽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삶이 가장 아름답기를 바라니까. 마치, 여행처럼.
---「프롤로그」중에서
그러나 이곳에서는 당분간 나만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아주 노련한 어린이처럼, 낯선 곳에 처음 도착한 여행자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모르는 것을 오히려 다행인 것으로 여기며 공손한 자세로 살아 볼 작정이다.
---「특별한 보통날의 시작」중에서
이 지구에서 내가 좋아지는 곳을 또 만나게 된 것, 얼마나 행운인가. 이 두 글자가 나를 끌어당겼으니 딱히 허락받지 않고 발 들였고, 단호한 결심 없이 짐을 풀었다. 그리고 글자처럼 간단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자꾸 웃음이 날까.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면 정말 그렇게 되겠지. 나도 밀양처럼 되겠지. 그러니까 밀양처럼 살란다.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럼」중에서
밀양(密陽)은 미량으로도 읽힌다. 아주 적은 양이라는 뜻. 과하지 않게 살라는 뜻으로 새긴다. 그러다 보면 볕으로 가득한 이 단어처럼 따뜻한 삶이 될 수도 있겠지.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복잡한 목표는 없다. 거대한 희망도 품지 않는다. 다만 다가오는 모든 것을 빼곡한 정성으로 대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아무 걱정 없는 얼굴로 꾸벅꾸벅 졸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럼」중에서
삶은 걱정거리로 가득한데, 그 걱정을 잊게 만드는 일 또한 삶 속에 있다. 밀양에 와서 그걸 깨닫는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보는 일만으로도 삶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지금까지 무심히 보낸 계절들이 후회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꽃의 가운데에서 살 수 있으니」중에서
금전적으로 눈곱만큼의 희망도 없는 처지에서 줄이고 줄이는 것이 유일한 수입이다. 그러나 이 숫자놀음에서 잠시 벗어나면 온통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주변에는 지천이다. 그 귀한 것들이 산책할 때마다 종아리를 스치고 뒷마당 그늘에만 앉아도 흔하게 보인다.
---「너는 모르겠지만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중에서
불편이 더 많은 곳이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또 살아질 것이다. 이왕이면 잘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이 산중에서 관여하는 사람 하나 없어도, 나는 나를 위해서 스스로 참견해가며, 하고자 하는 마음을 끝내 주저앉히지 않으며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어쩌면, 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 」중에서
35년 전통과 경력. 정말 잘하시는 거 맞다.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솜씨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내가 생긴 게 이래서 그런 거지. 김수현이나 조인성이었으면 저 미용실 박 터지게 장사 잘됐을 텐데. 남 탓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함부로 새로운 걸 시도하지는 말자. 내 몸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막 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동네 어르신들이 다들 귀엽다고 하신다. 진심으로 괜찮냐고 물으니 정말 그렇다고 하신다. 빠마 아주 잘 나왔네 하신다. 네, 맞아요! 빠마는 아주 잘 말렸어요. 제가, 제 얼굴이 문제예요. 머리통이 원래 큰데 엄청나게 커 보인다. 괜찮다. 애인도 없는데 뭐. 이왕 여기 시골에서 살기로 했으니, 내가 이곳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일. 남 탓하지 말자. 이제 나도 어린 나이 아니다. 그래도 아! 난 그냥 머리카락이 눈을 찔러서 살짝 머리를 말아 올리려고 한 건데.
---「저 나이 때는 뭘 해도 다 예뻐」중에서
이 계절엔 나만 생각하면서, 내 모든 것을 이곳에 꺼내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상처 난 부분을 어루만지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은 더 자세히 보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오직 그것으로 살아가는 즐거운 나날을 원하기 때문에 아직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약속하고 마음을 합치고 나누고 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대의 자리에서 그대가 가장 빛날 때」중에서
그동안 세상 많은 곳을 떠돌다 다녔지만 지금까지 내 안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이 아니다. 내 발목을 잡고 나를 주저앉힌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마음이었다.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에도 자꾸만 나누려 하던, 그래서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던 사람들.
---「내게 온 아름답고 튼튼한 사다리」중에서
누구도 아닌 나와의 연애가 절실한 요즘이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한 채 나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중에서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나와 내가 조곤조곤 들꽃 피는 속도로 대화하고 싶어라.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구와의 동행도 상관없이. 내 마음을 내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중에서
걷는다는 것은 다녀오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다녀오는 일이다. 걷는 것은 현재지만 걷는 동안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늘 공존한다.
---「마음과 같이 걷기」중에서
“날마다 좋아지고 싶었다. 그래서 산책하기로 했다. 나는 날마다 착한 사람이 되어갔다.”
---「마음과 같이 걷기」중에서
“삶의 품위란 어디에 살든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강물에 흔들거리는 달은 잡을 수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수고했다. 그러니 우리 이제 아우성에서 벗어나 조금 더 천천히 걷자.”
---「월연대 단출한 한 칸처럼 살 수 있다면 」중에서
코스모스 흔들리는 그 강가에서, 잘못 도착한 계절에서라도 결국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지루하고 우울한 첫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다시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 마음을 돌 아래 눌러둔다」중에서
가령 “시골은 인적 드문 곳이니까, 환경에 눈을 두고 살아야지 사람에게 눈을 두고 살면 오래 살 수가 없다”라는 삼촌의 말은 씨앗처럼 단단하고 뭉클하다. 이모는 꽃의 태생과 이름을 알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예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이모는 시처럼 읊어주신다.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중에서
삶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움직임에 정성을 깃들게 하는 일이다. 그 정성은 마음에서 발원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음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굴곡을 넘나든다. 마음을 위해 일생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중에서
여행은 몸으로 걸으며 만난 좋은 것들을 마음속에 쌓아 둔다.
---「너는 나보다 잘 살아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꽃잎 떨어져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처럼 나는 매번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살고 있다.
---「벚꽃잎 받아먹은 날」중에서
인생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여기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 벚꽃잎 한 장을 희망으로 삼아 오늘도 산다. 삶은 그래야 삶이다. 산다는 것은 희망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벚꽃잎 받아먹은 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