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카페는 무수히 많습니다. 카페와 결합한 동네책방도 제각각의 빛깔을 자랑하고 있고요. 이곳은 그 많은 책방카페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방카페, 바이허니’가 무척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바로 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역세권, 슬세권 못지않은 ‘책세권’ 아닐까요?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방카페, 바이허니’입니다.
바이허니 북스테이에서 씁니다.
강미
---「들어가는 글」중에서
집 지을 땅이 있었고, 선생을 그만두었으니 집이나 지으려고 했어요. 그 집 한편에 작은 다실을 만들어 친구들을 편안하게 맞이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내가 살아온 어제의 결과가 오늘 드러나고 그로 인해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했고 국어 선생을 오래 한 ‘어제의 나’로 인해 집이 아니라 책방카페를 짓게 되었어요. 책을 써내는 것은 내 삶의 계획에는 없던 일인데, 오랜 벗인 K 덕분에 이런 삶도 살아보는군요. 지금 쓰고 있는 이 작업이 내일 어떤 모습으로 내 삶에 다가올지 설렙니다.
책방카페, 바이허니에서 보냅니다.
태숙
---「나가는 글」중에서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는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빵집 주인 진 도모노리와 함께 쓴 책이에요.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물의 주인공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이라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는데 그 글을 읽은 진 도모노리가 가족이 평화롭고 검소하게 살아갈 빵집을 지어달라고 손 편지로 설계를 부탁했다네요.
주로 살림집을 짓던 건축가는 빵집이라는 새로운 내용을 담을 집을 위해 도쿄에서 홋카이도까지 몇 번이나 찾아가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곳에 살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했고요. 그 후 나카무라는 의논하고 또 의논하면서 빵집을 설계해 나갔어요. 집을 완성해 갈 무렵, 나카무라는 도모노리에 대해 의뢰자이자 공동 설계자였다고 편지에 씁니다. 책을 덮으며 저도 깨달았지요. 집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걸 말이에요.
---「책세권 조성기, ‘삶을 디자인하는 건축설계」중에서
며칠을 재다가 우리 부부는 결심했습니다. 어반건축에 설계를 맡기기로 하고 설계자에게 편지를 썼어요.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의 진 도모노리처럼 우리 가족이 원하는 모습을 A4용지 7쪽 정도로 적었어요. 설계자의 답은 그것을 바탕으로 공간구획을 그려낸 기초배치도였고요. 저는 그 배치도에 따라 생활 동선을 상상해 보았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보고, 저쪽에서 이쪽으로도 걸어보고, 어느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도 상상했어요. 그러면서 수정할 점과 보완할 점을 색깔 펜으로 메모해서 다시 의논했고요.
공간에 대한 희망 사항이 너무 많았을까요? 옆에서 지켜보던 K는 설계자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공간에 대한 욕심을 거둘 수 없었어요. 다행히 설계자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가성비 등을 설명해 주더군요. 그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렸으므로 추천하지 않는 공간은 즉시 포기했어요. 그럴 만큼 신뢰가 쌓였던 거죠.
---「책세권 조성기, ‘삶을 디자인하는 건축설계」중에서
결심은 섰지만 참으로 막막하더군요. 일단은 동네책방을 많이 다녀봤어요. 책방의 서가를 구경하다 보면 책방지기의 취향도 보이고 서가의 배치도 보이고 책방의 프로그램도 보이더군요. 저 많은 책은 어디서 얼마에 사 오는 걸까? 몹시 궁금했지만, 쉽게 물어볼 수는 없는 영업비밀이겠지요. 저는 대전 우분투북스 도움을 받았어요. 우분투 주인장답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도매처-송인서적, 북플러스, 북센 등등을 주르륵 설명해 주셨어요. 책방 창업 과정이 모두 정리되어 있는 책방지기 블로그 도움도 받았고요. 우분투 만세!!
---「책세권 성장기, ‘책방지기가 되어가며」중에서
책방을 해보니 알겠어요. 왜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당차게 시작한 동네책방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문을 닫게 되는지. 흔히들 자영업이 수익을 내려면 재료비 40%, 임대료와 공과금 30%, 인건비 30%를 잡아야 한다는데, 동네책방의 책(재료) 구입비는 70% 내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거기다가 임대료와 부대 경비까지 빼야 하니 책방을 지속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안 되는 것이지요.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의 할인율은 꿈꿀 수도 없고요. 이러니 동네책방은 운영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가능해요.
---「책세권 성장기, ‘책방지기가 되어가며」중에서
시골에서 책방카페를 하는 재미는 또 있어요. 제가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제철에 나는 먹거리들을 때 놓치지 않고 얻어먹지요. 봄비가 자주 내리고 텃밭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날 때면 건넛집 기린 씨가 상추를 한 양재기 솎아 오구요. 마늘 수확철이 되면 동네에서 제일 부지런한 숙이 언니가 마늘 한 꾸러미를 슬그머니 놓아두고 가지요. 여름엔 깻잎 농사 지으시는 안마을 할머니가 상품 가치 떨어진 거라며 깻잎을 한 보따리 던져주시고요. 앞집 두부마을 아저씨는 닭장 텃밭에서 키운 튼실한 복숭아를 손수레에 실어다 부려놓고 가시네요. 안마을 이쁜 마당 주인장, ‘미생가’ 아저씨는 산에서 주워온 밤이나 바다에서 잡아 온 생선들을 툭, 안겨주고요. 텃밭농사 초보자 박원 선생도 상추, 고추, 오이는 물론 우엉잎에 감자까지 부려놓습니다.
이웃마을 강 선생님 부부도 계시네요. 900여 평의 너른 정원에서 가꾸는 갖가지 꽃을 한 아름씩 가져다 주시는데 가끔은 아예 화병에 꽂아 오십니다. 일손 바쁜 저희를 위한 속깊은 배려겠지요. 이걸 우리 부부가 다 먹을 수 있냐고요? 당연히 못 먹지요. 누구랑 나눠 먹냐고요? 제철 채소니 제철에, 그때 그 자리에 있는 손님 누구랑도 나눠 먹지요.
---「책세권 성장기, ‘바이허니 활용법(기본편)-일상에서」중에서
시간이 갈수록 저자를 초청하는 방법과 북토크의 형식도 다양해지더군요. 동네책방을 지원하는 출판사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 『미래공부』(박성원, 글항아리, 2019)의 저자와 독자가 함께하는 미래워크숍을 열기도 했고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윤이상, 남해의 봄날, 2019)은 조희창 선생님의 해설을 통해 깊은 울림의 시간을 가졌어요. 아, 『조강의 노래』 북토크도 있었네요. 이 책을 함께 쓰고 있는 K가 신작을 내자마자 바로 청했지요. 소설도 역사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책을 선보이며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우리 손으로 스토리텔링하자고 제안하는 자리였어요.
---「책세권 성장기, ‘바이허니 활용법(중급편 2)-나눔과 보탬」중에서
책방에서 장 담그기 교실도 하냐고요? 인연이 닿았으니까요. ‘한살림’에서 오랫동안 건강한 장을 가르쳐온 점순-대점금 선생이 내 친구니까요. 바이허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고요. 장 담그기로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점순에게 졸랐어요. 바이허니 오픈 기념으로 교실을 열어달라고요. 제 또래 일하는 여성들에게 장 담그기는 난제 중의 난제거든요. 마트에서 사 먹는 건 생각하기도 싫은데, 친정에서 얻어먹기에는 민망한 나이가 돼버렸고, 그렇다고 손수 담그기엔 도무지 엄두가 안 나니까요. 혼자서 못 할 땐 여럿이 해보는 거지요. 바이허니 뒤뜰에서 함께 담그고, 바이허니의 바람과 햇살로 함께 맛을 들이고, 가을에 한 통씩 나눠 가는 겁니다.
---「책세권 성장기, ‘바이허니 활용법(중급편 3)-배움과 가르침」중에서
바이허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합니다. 공간이 넓지도 않고 유명 강사를 모셔올 역량도 안되지만, 우리 중에서 남다른 재주를 가진 이가 선생이 되고, 그 재주를 배우고 싶은 이는 수강생이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바이허니에 오시는 손님이 어떤 재주가 있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늘 살펴보게 됩니다. 여고 동창생 애자에게 오래된 고향 친구 임홍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친구의 안부를 묻다가 임홍이 니트 디자이너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온라인에 올라온 그녀의 작품을 구경하니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녀는 옷보다 실부터 디자인한다고 하더군요. 바로 추진했어요. 그녀가 고르고 조합한 실로 니트 교실을 열기로요.
---「책세권 성장기, ‘바이허니 활용법(중급편 3)-배움과 가르침」중에서